오늘 몬스터 둘을 연이어 보고 왔습니다. 하나는 헬보이고 다른 하나는 에드워드 하이드였는데, 둘 다 좋았습니다.
헬보이는 가슴이 두근두근 하는 로맨스였어요. 그쪽으로는 아주 효과적으로 기능하는데, 액션은 기에르모 델 토로가 감독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좀 의아할 정도로 심심했습니다. 폼은 대충 잡아 놓는데 그걸 제대로 풀어주는 지점이 없어요. 그렇게 심심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헐크]도 후반까지 기다리면 조금쯤 보상을 해주는데 말이에요. 블록버스터의 쾌감을 느끼며 시원해 하고 싶어서 헬보이를 봤던 관객들은 소년만화인줄 알고 펼쳤는데 순정만화가 나온 격이니까 더 더울지도요. 그러고 보면 코믹스 원작 영화들은 점점 더 관객들의 인내를 요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편에서 맛보기 좀 보여주고, 한 이 년쯤 기다렸다가 본 편이 바야흐로 시작된 후 후끈 달아올라서 그 다음 편을 기다리면 또 몇 년이… 몇 십년씩 계속되는 원작들의 루트를 밟아가는 것도 같네요.
론 펄만이 극 중 헬보이랑 거의 비슷한 나이인 오십대 중반인데, 이십 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월을 느끼기가 힘들군요. 뭐 야수란 그런 운명인지도요. 전 짝사랑에 목매며 토라진 소년 같은 헬보이가 좋았어요.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구별로 떨어진 생명체들은 본질적으로 소외계층이자 희생자라 헬보이를 응원해주고 싶기도 했고요. 그나저나 리즈는 능력면에서도 운명적으로 헬보이 아니면 힘들겠던데요. 흥분하니 마구 불꽃이 일어나는데, 상대가 방화가 되지 않으면 연애 자체가 위태… 일단 이렇게 일단 캐릭터 소개를 다 해놓았으니 다음 편에서는 판을 제대로 벌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툴툴거리던 [지킬 앤 하이드]를 봤습니다. 좋은면으로도 나쁜 면으로도 젊은 프로덕션이라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젊었던 것은 조승우였습니다. 이 배우가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그 젊음에 있었습니다. 전문가다운 노련함은 없습니다. 완벽한 무대를 선사할만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대신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에게는 패기가 있었어요. 이를 바탕으로 원대한 꿈을 꾸었으나 결국 실패하는 한 인간의 고뇌와 비극을 제대로 전달하는데도 성공하고 있었습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가장 큰 재미는 닥터 지킬과 하이드씨를 넘나드는 배우의 기술에 있겠지만, 그 안에 감춰진 비애는 결국 한 사람이라는 것이고 이런 부분이 관객을 움직입니다. 스타성도 자라나는 것인지, 2년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관객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도 느껴졌고요. 그리고… 김소현은 예나 지금이나 참 예쁘게 부르더군요.
, 코엑스 오디토리움을 처음 가봤는데, 그 동안 이 공간이 각종 뮤지컬과 콘서트 장으로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좀 암담하더군요. 일단 크기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그 외에는 정말 참… 부채꼴 모양의 관객석에서 사석이 엄청나다는 것은 당연하겠고, 음향도 볼품 없고, 무대도 협소하고 등등. 300억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서 무산된 예당 뮤지컬 전용관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일본 극단 사계가 추진하는 뮤지컬 전용관 건립은 계속 진행중인 모양인데… 흠흠.
그리고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없다는 사실 역시 슬프더군요. 라이브 공연의 미덕이 삼분의 일쯤 줄어든 것 같았어요. 무대나 가사야 EBS 방영분도 봤으니 별로 놀랄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살인이요! 어저께는 쨉도 안돼.”라는 유명한 대사를 직접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