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게을러서 개봉 첫날 영화 보는 일이 드문데. 어쩌다 보니 시간도 남고, 뭔가 하고 싶은데 할 일도 전혀 없는 상태가 되어 이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개봉 첫날 다섯시 프로였는데... 자리가 좀 남더군요. 아무래도 18금이라는 등급을 무시할 수 없는 걸까요? 더 이른 시간의 '알포인트' 는 진작에 매진이었는데 말이죠.
보고난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으웩' 정도 되겠습니다.
6500원의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역겨움 3종 셋트랄까요...
1. cut
그냥 '강렬하다' 는 표현이 제일 적당한것 같아요.
상황은 황당무계한데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끌어다 놓은것 치곤 사실 별다른 알멩이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잘 짜여진 짜임새, 완성도를 즐기자니 내용, 장면들이 심하게 불쾌하구요.
관객 변태 만드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등장인물들에게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박찬욱을 비난하는 평론가들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_-)
알고보니 예고편에 나름대로 스포일러가 들어있더군요. 임원희의 아들 말이지요.
기껏 여자 아이인척 하고 나오는데.. 예고편에서 보면 분명히 남자 아이쟎아요.
그래서 등장과 동시에 '임원희 아들이겠군' 이란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뭐 그걸 모르고 봐도 대단히 놀랄 만한 내용은 아니니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맘에 안드는군요..
피 빠는 장면 - 정확히 말하면 '뜯어먹는 장면' 인가요 - 에선 정말 난감하더군요.
장면 자체는 별게 아닌데 그 실감나는 효과음은 정말... 으이그..
강혜정 정말 힘들었을 거에요.
촬영 내내 꽁꽁 묶여있던 데다가, 정상적인 톤으로 치는 대사가 하나도 없이 다 절규 내지 신음이었으니.
그래도 보람은 있었던것 같네요. 이곳 주인장님 얘기대로 정말 가장 강렬했거든요.
하지만 다음엔 박찬욱이랑 빠이빠이하고 좀 평범한 상황에 빠진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걸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결말 말이죠.
어째서 이병헌은 아내에게 할 말과 아이에게 할 말을 바꿔서 하는거죠?
아내를 죽이는것 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어째서 그 꼬맹이를 보며 '여보 사랑해' 운운하는건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2. box
초반엔 익숙한 일본 호러 영화 분위기로 가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폐륜 변태 에로영화로 변신했다가, 또 호러 분위기로 가다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 편들 중에 가장 영상미가 좋았다. 라는데 의미를 둡니다.
모호한 결말은 맘에 들었어요. 어차피 아귀가 맞아 떨어질 수가 없는 얘기이기도 했지만 말이죠.
출판사 아저씨랑 아버지가 같은 배우란건 알았는데.. (의외로 끝까지 몰랐던 사람들이 많더군요.)
극중에서 아버지가 계부라는걸 보여주는 내용이 있었던가요?
계속 친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본 덕에 상자앞 뒹굴씬-_-;;에서 불쾌함이 두배였습니다.
cut 이 끝나고 한동안 공황상태-_-에 빠져서 앞부분에 나왔던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나네요.
암튼 뭐...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살짝 지루했습니다.
깜짝쇼든 기괴한 이미지든 조금만 함량을 높였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아요.
어쨌거나 셋 중에 가장 '귀신 이야기' 에 가까왔던 이야기였으니까요.
3. Dumplings
cut 이랑 어딘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눈앞엔 분명 농담이 펼쳐지는데. 극중 상황이나 대사, 혹은 효과음 때문에 웃으면서도 괴롭더라구요.
특히 칭이 아주아주 맛나게 만두를 즐기는-_-장면..
만두 TV 광고같은 장면에 그 엽기적인 만두 씹는 소리라니.
맛있어 보이는 만두의 그 빨간 속..
만두 재료에 대한 주인공들의 대화... (몇개월짜리가 가장 좋다느니, 모양이 갖춰져서 이쁘다느니...)
그리고 막판의 낙태 장면.. 충분히 예상을 했었음에도 그 역겨움 & 불쾌함은 전혀 가시지가 않더라구요.
그런데 보고 나오면서 만두가 먹고 싶어지는건.. 제가 비정상인 겁니까?
으엑... -_-;;;
이것도 결말에 대해 궁금한게 있네요.
마지막에 칭이 만두를 먹는 곳은 신장개업한 메이네 가게일까요? 아님 칭이 신장개업을..
메이네 집에 걸려있던 것과 똑같은 그림이 걸려있더라구요. 어느 쪽으로 생각하는게 좋을런지.
다시 한번 싸잡아 말하자면...
그동안 제가 생각하던 것에 비해 제가 확실히 비위가 약하단걸 깨달았습니다. -_-;;
아직도 강혜정의 피 빠는 소리, 칭의 만두 씹는 소리가 머릿속에 메아리 치거든요.
잘 만든 영화였고, 돈은 아깝지 않았지만 다시 보고픈 맘은 물론이고 남에게 추천할 맘도 안생기네요.
상영관을 빠져 나가는 관객들의 반응들이 대체로 유사했던것 같은데..
과연 이게 흥행전선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ps.
cut 이 끝나자 당황해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많이들 들리더군요.
예고편만 보고선 이게 옴니버스 영화라는걸 모르고 온 관객들이 뜻밖에 많았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