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포츠와 민족주의

  • 샹난
  •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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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3시에 축구를 한다면서요? 그것때문에 아주 죽겠습니다;; 전 낼 아침에 일이 있어서 잠을 자야하거든요

몇년 전 월드컵 때의 악몽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네요 그 때 정말 괴로웠거든요
실은 축구를 스포츠 중에서 제일 좋아했습니다 비교적 룰도 간단하고, 골을 넣느냐 안넣느냐의 순간은 아주 짧아서 정말 긴장되거든요
근데 월드컵 때문에 축구가 무척 싫어져버렸어요 학교에서 집에 가는데 세 네시간이 걸려서 너무나 불편했구요 인파공포증이 있는 저에게 그 수많은 인파가 다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 죽치고 있는 장면은 정말.. 완전 질려버렸어요 게다가 그 월드컵 분위기를 틈타 새벽에도 크게 경적을 울리지 않나, 버스를 타고 있는데 안으로 갑자기 뛰어들어오는 인간들이 있지 않나.. 흥분이 허용되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런 게 별로 흠이 되지 않았었죠
하지만 저에겐 광기어린 집단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그런 집단적 행위들이 공포스럽기까지 했어요


8강때인가.. 친구들이 광화문으로 가자고 해서 절대 싫다고 버텼더니 그럼 저희 집으로 오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6명이나 와서, 음식을 열심히 해다가 주고는 경기가 시작되자 그 음식 준비때문에 피곤해서 제 방에서 자고 있는데(밖에서 소리치는 것도 모르고 잤어요) 갑자기 한 명이 뛰어들어오더니 "너는 이 순간에 어떻게 잠을 자냐!"고 기가막혀 보더군요;; 제가 열심히 음식을 해다줬는데 말입니다
그들 말고도 월드컵 기간동안 가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한테 매국노 소리를 들었어요 그까짓 축구 경기를 안본다고 해서 말이에요 뭐 애국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어이없더군요
어떤 사람에게는 그 상황이 하나도 안 신나고 불편할 수도 있는데 왜 그걸 모르는 걸까요?


스포츠와 민족주의는 참 결합하기 쉬운 거 같아요 스포츠에서 '니편내편'가르는 건 편파적인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니까요




여튼 오늘 밤 걱정입니다 저희 집 식구들과 온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댈테고 또 어디선가는 축하 경적을 울려대겠지요
전 꿋꿋이 잘 수 있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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