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문화채널로 거듭나고 있는 EBS가 또 한번 한국방송사상 유례없는 문화적 실험에 나선다. 오는 30일부터 9월5일까지 일주일동안 매일 오전 어린이 시간대(오전 7시20분~10시30분)를 제외하고 하루 18시간씩 우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제1회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 지상파 방송사가 일주일동안 다큐멘터리 전용채널로 변신하는 일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로 EBS의 파격적인 편성실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BS는 최근 자체 소극장 ‘EBS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재즈, 뉴에이지, 국악, 클래식에 이르는 고품격공연을 무료로 개최하고, 50년대 문화사를 정리하는 드라마 ‘명동백작’ 제작을 필두로 ‘문화사 시리즈 드라마’ 준비에 들어가는 등 타 지상파 방송사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국제 다큐 페스티벌’은 영화관객 1000만시대에 걸맞지 않게 다큐멘터리의 제작과 관람여건이 취약하고 ‘다큐〓TV시사·고발물’로 협소하게 이해되고 있는 국내 다큐환경에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거장에서 신인을 망라해 총 11개 섹션, 130여편이 상영되는 이번 국제다큐 페스티벌은 ‘변혁의 아시아’라는 동시대적 주제를 통해 현실과 다큐멘터리의 본질적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되리라는 전망이다.
총 4만달러의 상금이 걸린 유일한 경쟁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에서는 이란 이스라엘 인도 한국 등에서 출품한 12편을 선보인다. 2002년 발리 나이트클럽폭발사건을 서구 시각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제인 월터스의 ‘천국의 희망 발리’(2004 뉴욕 독립영화제 베스트 다큐멘터리 수상작), 알자지라 뉴스룸을 취재해 2004년 시카고 국제다큐멘터리 혁신상을 수상한 예하네 나우자임의 ‘알자지라 뉴스룸’, 인도 뭄바이의 700만 통근자의 통근여정을 담은 ‘여정’, 한국 다큐작가의 평양방문기인 박성미 최승호의 ‘평양에서의 8일’등이 눈길을 끈다.
오늘의 아시아를 키워드로 한 작품을 모은 ‘오늘의 아시아’섹션에는 상하이 출신의 유명한 트랜스젠더 무용수 진시앙에 대한 휴먼다큐 ‘트랜스젠더 진시앙’(실비 레베이 감독), 올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상을 수상한 태국의 아파차퐁 위라세타쿨 감독이 초현실주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태국의 풍경을 스케치한 ‘정오의 신비한 대상’, 중국 다큐의 거장이자 시인인 왕샤오룽의 눈에 비친 중국가정의 일상 ‘즐거운 나의 집’ 등이 상영된다.
세계 다큐멘터리사에 남은 걸작들을 접할 기회도 마련된다. 다큐멘터리사에 획을 그은 5편을 선보이는 ‘명예의 전당’에는 ‘다이렉트 시네마’의 기수로 16㎜ 동시녹음 카메라를 최초로 사용한 DA 페니베이커가 65년 밥 딜런의 영국 콘서트 일정을 찍은 ‘뒤돌아보지 마라’, ‘시네마 베리테’운동의 창시자인 리처드 리콕과 조이스 초프라의 ‘즐거운 어머니날’, 미국 다큐의 거장 켄 번스의 ‘브루클린 다리’등이 상영된다.
그밖에 국내 초청감독전에는 정수웅 전형태 안해룡 등 감독 5인의 눈에 비친 아시아의 오늘을 볼 수 있으며, 동북아 3국의 역사갈등을 소재로 한 ‘흔들리는 우리 역사’ 등 EBS가 제작한 신작 다큐 4편도 함께 상영된다.
30일 오후 5시30분 서울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에서 열리는 개막식 직후 상영되는 개막작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 다큐멘터리스트 크리스틴 초이의 신작 ‘주부의 얼음땡(Deconstruction of Korean Housewife)’.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나’를 비롯해 미국내 인종문제를 날카롭게 담아온 그가 이번에는 한국 전업주부의 삶에 포커스를 맞췄다. 30일 오후 2~4시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는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저변확대와 발전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의 국제세미나가 개최되며 오프라인 상영과 감독과의 대화, 포럼 등 부대행사는 서울 도곡동 EBS 사옥에서 열린다. 방송시간은 www.ebs.co.kr 참조. 양성희기자 cooly@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