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님 평에 동감합니다. 유치한 소년처럼 사랑하는 여자의 반응에 민감한 헬보이의 모습은 재밌었지만 SF 액션물로는 별로였어요.
재밌는 부분은 오히려 이런 영화에서 안어울릴것 같은 시퀀스의 배치때문에 더 재밌던거 같고요. 옥상에서 소녀와의 쿠키만담이라던지 모스크바에서 바닥에 귀를 대고 엿듣는 헬보이의 모습에는 관객들이 다 폭소를 터뜨리더군요.
리즈 셔먼으로 나온 셀마 블레어. 로맨틱 코메디 물에서 맹한 조연으로 자주 등장했는데, 살빼고 폼잡고 나오니까 독특한 매력이 보이더군요. 여기서 좀 잘만 한다면 소시적 브리타니 머피처럼 주연급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oh, home sweet home"하며 냉소적인 표정을 지을때를 비롯해 몇몇 장면에서는 웬지 예전의 맹한 모습이 슬쩍 보이는 듯.
악당들 정말 별로였습니다. 라스푸틴이나 일사는 정말 존재감조차 없어보였어요. 특히 일사는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고요. 수퍼파워가 없어서 그런건 아니에요. 나름대로 일은 하니까. 그래도 투명하기만 하더군요. 철저히 라스푸틴의 비서죠 뭐. 라스푸틴은 계속 똥폼의 반복이고. 차라리 개성만땅의 크뢰뇐이 훨씬 나았습니다. 수트를 다 벗은 크뢰뇐의 끔찍한 모습은 웬지 저 캐릭터가 델 토로의 심상에 제일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했고요. (근데 가슴의 태엽은 뭐죠?)
아무튼 위에서 말한 별로인 부분들이.... 정말 '많이' 별로였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개연성 따지는게 한심하다는거 알지만, 끝나고 한 1시간여동안 친구와 저녁먹으며 영화의 개연성을 따지고 말았으니... 좀 심해뵌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하는 스포일러 가능성. 별로 아셔도 상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그 수십마리로 불어난 샤마엘 (왜 자꾸 샤말란이 생각나냐) 들은 도대체 언제 모스크바로 옮긴것이며, 리즈의 불쏘기 한방으로 과연 그것들이 다 물리쳐진 것인지. 그러면 그 불쏘기때 헬보이와 존 마이어스는 어찌 살아 남은 것인지...
리즈는 그토록 불쏘기 조종이 안되는 것인지. 하물며 연인이었던 남자가 죽을 지경에 이르는데 그 정도의 분노가 부족해서 옆에 있는 남자한테 뺨을 한대 때리라는 것인지. 라스푸틴의 배에서 나온 에이리언은 도대체 정체가 뭔지. 글고 최종보스 같아 뵈면서 왜 그리 허무하게 죽는지.
타이머가 고장나서 케이블을 잡아 당겨야 터진다면서 존이 비장한 자세로 헬보이에게 폭탄을 넘길때, 저는 헬보이가 죽음을 각오하고 가는줄 알았습니다. 근데 정말 쉽게 살아 돌아오고, 존 또한 별로 놀라지도 않더군요.
샤말란...아니 샤마엘이나 최종 보스 에일리언이나 지구를 덮칠뻔한 괴물이나... 다들 굵직한 촉수가 달려서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괴물들의 형태인지라, 고놈들과 싸우는 장면은 다 거의 비슷비슷해 보였고요.
영화중에서는 헬보이가 정체불명으로 슬쩍슬쩍 알려진 괴물로 나오는데. (티비중에도 나오잖아요 '왜 이런 제보사진들은 늘 초점이 안맞죠?') 이제는 그게 불가능할거 같죠? 영화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시민들에게 노출되니까요. 이래놓고 2편에서도 여전히 '정체 불명의 괴물' 운운한다면 전 그 동네 시민들의 의사소통 수준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듯 하네요.
PS : 마지막 엔드 크레딧 중간의 쿠키 정말 웃기지 않나요? 저도 깜빡 잊고 있었어요. 극장에서는 끈기 있게 잘 틀어줬지만 제가 본 회에서 그 쿠키를 본 관객은 한 5명도 안되는거 같더군요. 다들 우수수 빠져나가는 바람에. 원래 엔드크레딧에 무심한 사람들 많은건 알지만 'Directed by' 가 나오자마자 무슨 불이라도 난듯이 모두들 노도처럼 뛰어나가더군요. (주일저녁 주공공이 4:50회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