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가에는 강릉엘 잠깐 갔었습니다. 거기서 선교장엘 갔었는데....(아시는 분들 많겠지만 유명한 근대 양반집입니다)
저희 집안 식구 빼고 아무도 없는 그 양반집 마당에서 옛 사람들의 생활을 잠시 상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집 주인 남정네는 아마도 멋지게 누각을 지어 놓고 지근 거리에 행랑을 지어 놓고 방에서 책을 읽다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행랑채에다 대고 '게 누구 없느냐'라고 소리를 질렀겠지... 하는 정도로 생각이 되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진 않더군요. 그저 그 사람은 한가로이 접빈객이나 했을거야 정도.
그런데 중문을 넘어서 안방, 곳간, 안채 마루 이런 곳으로 들어오니 거기서 지냈을 옛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히 떠오르더란 말입니다. 이 반들반들한 마루에서 여인네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단장을 하고 남자들 옷을 다리고 옷을 짓고 종종걸음을 치며 밥을 지어 날랐겠지(적어도 직접 짓진 않았어도 감독하느라 문지방이 닳았겠죠) 싶고.
그래서 집을 나서며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습니다. 여자들 삶과 생활 노동이란 건 이렇게 직접적이고 긴밀하게 연결되 있구나 하구요. 남자들도 물론 재산관리며 다른 노동을 했겠지만 그들과 그들의 수발을 들던(!) 여자들과의 관계는 오늘날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저야 최신식 시설이 갖춰진 집에서 살며, 남자 형제 시중 들 것도 없고, 가끔 아버지께 물 한 잔 갖다드리는 정도가 전부지만 그래도 제게 씌워진 가사노동의 굴레라는 게 확실히 있단 생각을 하는데.... 가사노동, 사실 enjoyable한 면도 있지만(어설픈 영어, 역시 죄송) 그래도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서 지겨운 면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늦게 들어와 졸며 설겆이를 하고 있을 땐 더더욱...(어째 글이 푸념으로 끝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