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란 제목이 여러가지로 쓸모가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베낍니다. 저작권이 듀나님한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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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Eliot의 [Middlemarch]를 작정하고 앉아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요...물론 BBC에서 94년에 만든 드라마는 본 적이 있지요. 총 7시간에 육박하는 미니시리즈입니다. 루퍼스 수울이 윌 라디슬로역을 맡았는데, 10년전이라 젊고 지금도 멋있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죠....공들여 재현한 19세기 초 영국 시골 미들마치엔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정치와 계급 대립이 있으며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이상주의자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세상이 만만치 않아서 좌절하고 추락하고 타협하지만 말이에요. 웬지 jelly fish님이 보셨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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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가디언에서 다음 기사를 봤습니다.
http://politics.guardian.co.uk/columnist/story/0,9321,1287889,00.html
글로스터셔의 작은 마을 호슬리에 사는 아줌마들이 르완다 인종학살 때 살아남은 강간 생존자들을 위한 기금 모금을 위해 누드 달력을 찍은 얘기와 요번에 새로 당선된 스페인 사회당 정권에서 내각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 여자 장관들이 스페인판 보그지에 멋지게 폼잡고 단체 사진을 찍은 얘기를 비교하는 칼럼이었습니다.
일단 스페인 여자 장관들 보그 사진 얘기와 인터뷰는 저도 뉴스에서 직접 들었어요.
이것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분노했답니다. 권력의 자리에 오른 여자들이 동등한 권리 얘기를 하면서 수상관저 앞에서 너무나 전형적으로 '장식적'인 역할을 하는 얌전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게 문제가 된거죠.
김근태,정동영 등이 장관이 된 다음 여성동아에 청와대 앞에 모피 깔린 소파 갖다 놓고 잘 꾸미고 화장하고 반쯤 눕거나 나른히 앉아 포즈를 취한 후 권력을 논하진 않겠죠...권력에 근접하더라도 성별이 여자가 되면 외모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전에 블레어 내각에 있었던 클레어 쇼트란 사람은 섹시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꽤나 빈정거림을 당했죠. 물론 그따위에 눈썹하나 까닥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만.
스페인 수상이 '딸 가진 아빠'로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했던 얘기는 전에도 한 적이 있는데 요번 기회에 마쵸 국가 스페인의 이미지를 벗겠다고 선언한 대로 실천을 하긴 했더군요. 내각의 절반인 8명을 여성으로 임명한 것, 그리고 가정폭력(실은 남편폭력이 더 정확한 용어죠) 방지법안을 내 놓은 것이죠.
이것만 해도 사실 용하다고 해야겠지만 마치 토니 블레어 집권 초기의 Blair's Babes를 보는 것 같더군요. 내각에 들어간 여자들이 토큰이던, 일부 계층만을 대변하든 간에 그나마 좀 낫긴 하지만 한계는 누구한테나 뻔하죠. 실제 empowerment가 될지 반짝 스턴트가 될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겠지만 말이죠.
얌전하고 길들여진 이미지 와중에 은근한 섹스 어필까지도 보여주었던 이 사진을 찍은 여자 장관들은 뭐가 문제냐, 평등 메시지만 전달하면 되는 거 아니냐, 하면서 대응하고 있답니다.
저는 이 얘기를 뉴스에서 듣고 문제의 장관들 중의 하나가 비비씨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기 입장을 주장하는 걸 듣다가 '에고, 그래 모르면 관둬라' 하고 말았습니다. 포즈 취할 시간에 일하고 정책으로 승부하고, '여성'이란 이유로 들어갔다면 언제든 같은 이유로 잘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정치 싸움판에서 살아남아 주는게 여자들한테 도움되는 일이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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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기사에서 다룬 르완다 인종학살 생존자 여성들을 위한 누드 달력이야기는 훨씬 긍정적입니다. 이 칼럼에서 얌전하게 꾸미고 사진 찍은 권력자 아줌마들은 욕 먹었지만, 논란거리가 될지언정 르완다의 생존자들에게 같은 여성으로서 연대와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보는 시각에 도전하기 위해 찍은 시골 아줌마들 누드는 용감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존경을 보내고 있지요.
한국의 상업적인 누드 열풍하고는 다르게 영국에선 좋은 이유로 기금 모금을 위한 누드 달력을 만드는 유행 비슷한 게 있었습니다. 요크셔 시골 마을의 아줌마들이 지역 병원의 암환자들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벗은 얘기는 헬렌 미렌과 줄리 월터스 주연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어요(Calendar Girls). 보수적인 시골마을의 역시나 보수적인 Women's Institute 중년 아줌마들이 용감하게 자기 몸을 드러내면서 미디어 센세이션이 되었죠.
영화 포스터
실제 달력 표지
얘기가 좀 샜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성의 몸은 대개 에로틱한 성적 대상이거나, 서양 미술에선 남성의 시각에서 이상화된 예술적 대상 (Kenneth Clark의 nude 와 naked 구분)이거나 하지만, male gaze, 혹은 female looked-at-ness에서 벗어나버린 여성예술가들이 스스로의 몸을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주체가 누구냐, 맥락이 어떠하냐에 따라 여성의 몸은 강력한 empowering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었죠. 페미니스트 미술사학자 Lynda Nead가 [The Female Nude; Art, Obscenity and Sexuality]에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이 누드 달력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과연 강간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의 의미로 누드라는게 적절한가라는 점과, 포즈들이 강간과 그 후유증을 병렬시키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토론도 많았지만 대개는 긍정적인 쪽으로 결론이 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누드들은 성적 대상화나 에로티시즘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여자들은 종종 머리가 없거나, 유령같은 이미지로 나타나면서 다치기 쉽고도 강한 여성들을 형상화해줍니다. 이미지는 말보다 강력하니까 한번 보세요..
작은 이미지들이지만 좀 더 많은 사진은 http://www.hwcalendar.co.uk/calendar.htm 있습니다.
그림같이 예쁘고 평온한 영국 코츠월드 지방의 작은 마을에 살면서도 아프리카 르완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비극을 같이 느끼고 조금이라도 돕고자 했던 여자들과 사진작가는 자신들의 작업이 수잔 손탁의 [Regarding the Pain of Others]에 대한 대답이라고 하더군요.
사진작가 안젤라 윌리암스 웹사이트는 http://www.angelawilliamsarchive.com/
이번에 나온 달력은 저도 방금 주문했습니다. 94년 르완다의 인종학살때 여성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성폭력이 전쟁의 수단으로 체계적으로 자행되었다는 건 알려져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생존자의 대다수가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다는 건 그닥 주목을 끌고 있지 못한다는군요. 강간에 따라오는 그 낙인과 가해자들과 한마을에서 부딪치는게 무서워서 여자들은 자기가 살던 마을을 떠나 도시로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게다 르완다는 카톨릭 국가라서 임신한 여자들은 불법으로 낙태를 하려다 목숨을 잃기도 했대요..HIV 양성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생존자들은 사실 영국서 누드가 논란거리거나 말거나 자기들한테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테죠.
영국 시골 여자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누드라는 방식을 택한 건 어찌보면 그게 별 힘이 없는 여자들이 가진 유일하고도 강력한 무기라는 역설도 되는 것 같아요. 이미 너무나 많은 젊고 가슴 큰 여자들이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자동차나 맥주 따위를 파는데 자기 몸을 빌려주고 있는 세상에, 여자들의 누드라는 전략은 위태로운 경계선을 밟고 있다는 것 쯤이야 잘 알고 시작한 일이었을 거고, 그렇게 해서 논란거리가 되면 확실히 미디어 주목을 받아서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분명히 있었겠지요. 그러면서 중년의 보통 여자들이 몸을 드러내면서 자기 몸이 자기한테 온전히 속해 있다는 것도 확인하고, 영국 사회가(서구/화된 사회가)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 도전하기도 하며,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갖가지 박해에 대한 항의도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 달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NGO는 런던에 있는 SURF라는 단체입니다.
http://www.survivors-fund.or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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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어떤 분이 올리신 팔레스타인의 게이들, 참으로 힘든 상황에 있는 것 같습니다. 비비씨에서도 보도를 한 번 했더군요.
http://news.bbc.co.uk/2/hi/middle_east/3211772.stm
영국의 과격 게이 활동가 단체인 Outrage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박해를 반대해왔지만 더이상 아라파트 묵인하에 벌어지는, 게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팔레스타인의 호모포비아를 좌시할 수 없어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답니다. 이런 해체된 전선을 좋아하지 않는 반전 운동 그룹이나 무슬림, PLO지지자들이 침묵할 것을 강요했나봐요. 넓게 말해 '좌파' 혹은 '진보'라고 불리우는 진영 안에서도 소수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들리기 어려운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