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소설들에 맥베스 대사들이 꽤 많이 인용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크리스마스 살인'에서 "저렇게 나이든 노인이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릴거라 누가 생각했겠어요"라는 구절.
'엄지손가락의 아픔'에서 "내 엄지손가락이 쿡쿡 쑤시는 걸 보니 안좋은 일이 닥쳐오겠구나"라는 구절.
'창백한 말'에서는 주인공이 맥베스 연극을 보러 가죠. 자기라면 마녀를 아주 평범한 할머니처럼 분장
시키겠다했던가...그리고 또..음...
(크리스티도 십 년 전 중학 시절에 열광했던 컬렉션이라 이젠 기억이 가물하네요 ;;)
레이디 맥베스의 임종 소식에
"그녀도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라고 담담히 읊조렸다던 맥베스의 대사에
이중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도
크리스티 소설에서 처음 알았죠.
확실히..맥베스가 레이디 맥베스를 살해했다는 해석이 작품에 더 풍미를 더해주는 듯 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다시 읽고 싶는군요.
다들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예고살인'과 '잠자는 살인' '비뚤어진 집'
그리고 '복수의 여신'을 좋아합니다.
'복수의 여신'의 진행방식이나 구성은 살짝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감싸는 애잔하고 아련한 색조.
미친 사랑, 슬픈 살인마, 옛영화를 간직한 낡은 저택의 뜰,
무너진 벽돌 온실 위로
빠르게 자라는 흰 꽃의 덩굴. 그 아래 묻힌 젊은여자의 시체.
이미 죽은 그녀에게서 달아날 수 없는 또다른 여자.
아아.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 아래에는 '복수의 여신'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하지 않는 분은 피하시길 --------
이 작품의 살인자는 미스마플이 유일하게 동정한 살인자가 아니었을까요.
가여운 사람이라고.. 미스 마플은 몇번씩 말하죠.
사랑하기에 떠나보낼 수 없었고 그래서 죽였고, 하지만 죽인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기에 그리워하고, 탈출구 없는 낡은 저택에 남은 또다른 그녀에게는
이제 조금씩 질식해가는 미래만이 남아있고..
"가끔은, 죽은 그녀를 실제로 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녀를 묻은
온실의 폐허 위로 흰꽃을 꺾으러 갈 때 말이예요"
그리고 미스마플은 덧붙였죠. "(살인자에게) 아마 그보다 더 나쁜 일은 없을거예요..."
..자기가 죽인 사랑과 함께 저택에 유폐되어 사는 것,
네, 그보다 나쁜 일은 없겠지요..
주인공들 예스러운 이름들이 좋았는데,
베리티와 알시아 밖에 기억이 안나네요.
클뤼타임네스트라를 닮은 그녀의 이름은 무엇이었나요?
생각해보면. 크리스티 소설 중 거의 유일한 레즈비언물이라 더 좋아하는 듯도 싶습니다..
(물론 '예고살인'등에서도 레즈비언 커플이 슬쩍슬쩍 나오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