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요즘 하는 생각...
죄송합니다. 윗 덧글들은 모두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 답은 그 흐름에 위배될 수도 있고, 동시에 중복될 수도 있습니다.
>1. 티브이에서나, 길거리에서 노숙자나 쉼터 생활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거기서 항상 미래에 대한 공포를
>느낍니다. 저와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아요. 항상 내가
>사회에서 소외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제대로 생활을 지탱해
>나갈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쫓겨요. 비교적 취업걱정과는
>관련이 없는 전공을 택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이런 불안감에서
>였겠죠. 하지만 지금도 이런 '어딘가 잘못되어 무료점심식사를
>받으러 줄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계속됩니다...
>
>제가 어렸을 때 좀 늦된 아이여서 또래들을 따라가지 못한 데서
>온 걸까요, 이 불안은?
저 역시 그런 공포가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드는 공포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번듯하게 살아가는 수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해 보일 때도 있죠.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저도 앞으로 몇 년 후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 주위에는 지금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친구도 있죠. 누구나 그런 생각은 할겁니다. 님이 늦돼서 그런건 아니라는 뜻이에요.
물론 님께서 항상 그런 공포 속에서 사시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문제지만 아니라면 그다지 걱정하실 필요는 없겠군요. 다만. 이미 취업에 걱정이 없는 전공을 택하신 모양인데,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있는 셈입니다. 일단 안심하시고. 미래에 투자해보시길. 걱정할 필요는 없다 했지만 공포의 비중을 줄이면 더욱 좋겠죠. 공포는 때때로 사람을 너무 위축되게 만들거든요.
>2. 정말로 똑똑하고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이 주위에 있나요?
>저는 대학에 와서야 이런 사람을 만나보았습니다.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미인이었는데, 머리 또한 비상하게 좋고, 취미로
>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수준급이었죠. 저는 제 자신이
>제발 보통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 이상은 들지 않았습니다만,
>
>제 주위 동기들 중에는 그녀로 인해 마음고생 하는 이들이
>상당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배는 경쟁심리가 강했을
>그녀들도 단순히 돈, 학벌, 이런 것이라면 노력해서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그녀의 아름다움과 지력,예술적 감각은 그저
>주어진 것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김태희처럼 tv 브라운관에
>있는 것과, 바로 같은 과 같은 학년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과는
>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어떤 사람이 자기보다 조금 더 우월할수도 있을 것 같을때는
>경쟁을, 확실히 우월할때는 시기를 하지만, 그것이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을 때는 그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 뿐일까요.
>
>저렇게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자신의 우월함을 객관적으로
>볼 수있는 눈이 있고, 더불어 고운 심성까지 갖추고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고통이 됨에
>마음 아파 할까요?
그런 사람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타인의 고통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가슴 아파 할까요? 아닐걸요? 그럴 필요도 없고, 만약 그렇다면 정말 재수없는 위선자 처럼도 보일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은 드는군요. 정말 착하고 남 배려하는 것이 생활인데다, 똑똑하기까지 하다면 자신의 장점들을 애초에 그렇게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자신이 너무 잘났음을 숨기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자신의 미래와 삶에 방해되지 않을 것들은 적당히 숨기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어쩌면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고, 더 고수일 수도 있습니다. :-)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는데...
1. 저의 경우에는 저렇게 완전무결 잘난 사람들. 정말 경외의 대상이긴 합니다. 하지만 너무 나와는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이라 경배하고 말죠. 정말 대단하다 너. 해주고 맙니다. 마음이 불편하진 않죠. 전 세상에서 가장 잘 난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그 근처에도 못가는 사람임을 인지하기만 하면 되요.
2. 저런 사람인데 싸가지가 없는 경우도 종종 들어봤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 재수없다고 하는데, 전 물론 재수없지만 그 재수없음 때문에 마음이 정말 편해지더라고요. 싸가지가 없는데 뭐가 다 소용이야. 이러면서 껄껄 웃어줄 수 있습니다. 대신 제 주위에 오지 못하도록 완전히 벽을 만들겠죠.
3. 이런 경우가 저에겐 가장 불편한데. 모든 면에서 저보다 조금씩 우월한 경우입니다. 잘 놀고 마음도 잘 통하는 가까운 사람인데 알면 알수록 그 사람이 나보다 조금씩,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잘 나있으면 아, 정말. 전 바닥으로 고꾸라집니다. 그 사람에겐 인간적인 흠도 있고, 단점도 물론 있겠죠. 아주 평범한, 그러니까 저와 비슷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우월한 상대라면 정말 난 그 동안 뭘 하며 살아왔나 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극복하는지.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란 말을 오래 전에 들은 바가 있죠. 그런 생각도 하고, 그런 상대가 기분 좋은 자극제라는 생각도 하지만 종종 올라오는 질투심이나 내 자신에 대한 자괴감은 어쩔 수 없더군요. 아주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답을 하는 척 하면서 제 넋두리도 동시에 늘어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