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수퍼마켓에 가보면 저소득층 가족을 겨냥해서 빅사이즈로 쉽게 먹을 수 있는 반조리 혹은 냉동 냉장 식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가난한 지역일 수록 수퍼마켓 선반엔 설탕과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싸구려 음료수와 스낵만이 줄지어 진열되어 있지요. 신선한 야채, 제대로 조리한 음식 등은 그만큼 여가와 돈이 있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부모(혹은 한부모)가 다 바쁘게 일해야 하는 저소득층에서 손쉽게 해 먹을 수 있고 가격이 싼 대형 사이즈의 가공식품을 사다보면 그만큼 불건강한 식품을 잔뜩 사들이게 되지요.
맥도널드에도 종종 가보면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외식 시켜주느라고 나온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에요.
미국에선 중산층이 아닌 저소득층, 특히 흑인이나 히스패닉들이 비만이 많은 걸 보게 되지요. 영국에서도 비만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여기서도 주로 저소득층이 문제가 됩니다. 저는 비만은 계급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걸 좀 더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책을 낸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있답니다. Greg Critser의 [Fat Land]가 한국에도 [비만의 제국]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모양입니다.
한겨레에 실린 서평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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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주범은 누구인가
△ 비만의 제국/ 그렉 크리처 지음·노혜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1만5000원
“비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표 노린 정부와 식품업체가 만든 사회경제적 전락의 산물”
지금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뚱뚱한 ‘비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비만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전염병”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그렉 크리처는 고도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이런 심각한 비만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비만은 인류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이 그 주범이란 것이다. 자신 역시 과체중이었던 그는 직접 체중감량을 경험해본 뒤 비만에 숨어있는 사회경제적 본질을 깨닫고 그 원인을 탐구해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섬뜩할 정도의 경고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미국이 멸망한다면 그 이유가 바로 비만일 것이며, 미국이 세계를 망친다면 그 역시 비만 때문일 것이라는.
책을 통해 지은이는 비만이 ‘개인의 문제’라는 통념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린다. 비만은 고도의 경제 전략의 산물이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식품업체들이 주범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정부가 식품업체들을 도와주기 때문에 온 미국인들이 고칼로리 식품들에 포위돼버렸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 증거로 그가 고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팜유와 고과당옥수수시럽(액상과당)이다.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이 농촌 표를 붙잡기 위해 펼친 정책에 따라 돼지기름보다도 포화지방인 팜유가 대량 도입되었고, 남아도는 옥수수로 고과당옥수수시럽이 만들어져 퍼지게 됐다. 특히 이 고과당시럽은 조리할 때 보기좋고 값이 싸 가공식품들이 많이 사용했고, 결국 소비자들의 칼로리 섭취를 대폭 늘렸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치밀하고 계산적인 메뉴개발과 영역 확장에 대한 고발도 함께 이어진다. 업체들의 라지 사이즈 전략이 판매량을 늘려 비만을 부추기며, 이런 패스트푸드들이 규제받기는커녕 오히려 학교 급식으로 점점 더 보편화되는 현상을 짚고 있다. 비만 증가에 따라 ‘라지 사이즈’ 기준을 완화해 눈속임 치수를 팔기에 급급한 의류업체들도 미국내 비만 증가의 종범들로 지적한다. 이런 복합적 요인에 의해 많은 이들이 비유전적 요인에 의해 비만이 될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 현재 미국 인구의 61%가 과체중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과체중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