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유통의 난맥상이 거의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다.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 홈쇼핑의 직거래를 통한 책 할인판매가 급증하면서 도매상을 통해 책을 공급받는 서점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서점업계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고 있다. 특히 최근 과당 할인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서점들이 출판사들로부터 공급받는 책의 공급가가 정가의 50% 이하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도매상을 통해 정가의 70~75%에 책을 공급받는 일반 서점들은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서점들의 경우 생존과 보복 차원에서 출판사들에게 ‘당해 봐라’는 식으로 반품해 차익을 챙기는 맞대응까지 펼치는 실정이다.
■ 서점들, 반품으로 차익 보전 맞대응까지=
인터넷 서점들과 홈쇼핑이 서점 공급가 이하로 책을 판매하다보니 일부 서점들은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에서 책을 구입해 이를 도매상을 통해 출판사에 반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 정가의 50~60%에 파는 책을 사서 반품하면 정가의 70~75%를 받으므로 10~15%의 차익을 챙길 수 있고, 고스란히 출판사의 부담으로 되받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출판사 영업자는 “실제 인터넷이나 홈쇼핑 판매를 많이 하는 책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5% 정도가 이같은 서점의 보복 반품량이라는 것이 요즘 출판계의 정설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반품 대응은 찾아내기도 힘들고 처음부터 유통 관행을 무시하고 현금 구입만 하면 적정 이윤도 포기하고 누구에게나 책을 넘기는 출판사쪽의 잘못도 있기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서점들 역시 최근 책 한권을 거저 끼워주는 ‘1+1’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서점들이 한 권 값으로 두 권을 사서 출판사에 구입가 이상으로 반품해 공급가를 돌려받는 사례도 상당하다는 말이 출판계에 파다하다.
■ 인터넷서점과 홈쇼핑의 무리한 할인이 원인=
실제 이윤은 거의 남기지 못하면서도 인터넷 서점들의 무리한 경쟁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어떻게든 싸게 팔아 운영을 계속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출판및인쇄진흥법에 따라 1년 이내의 신간은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지만 실제 여기에 10% 이상의 마일리지가 가능해지는 바람에 할인폭이 훨씬 커졌다. ‘1+1’ 끼워팔기에, 출간 1년 이상 지난 구간의 경우 30% 이상 할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무리한 할인을 적용하는 데도 출판사들은 이윤을 포기하고 책을 공급하고 있다. 신간의 경우 단기간에 많이 팔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기 위한 노림수도 작용하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도 애초 구색 맞추기와 이미지 제고용으로 시작한 책 판매가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자 주도권을 쥐고 판매 수수료를 올려 할인을 부추기고 있다. 1~2년전 방송 초기 단계에서 10~15% 선이었던 홈쇼핑 업체의 수수료는 최근 30% 이상까지 올라 갔다. 일부 홈쇼핑 업체들은 책의 수수료를 건강보조식품이나 의류와 비슷한 40%대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독자들도 손해보는 악순환 되풀이=
얼핏 보면 경쟁을 통한 할인이므로 구매자인 독자들에겐 오히려 좋은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책 가격은 이런 할인에 대비해 미리부터 높게 책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이 우선이 되면서 책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서점들이 투자 비전을 가질 수가 없다”며, “출판사, 도매상과 소매상, 독자가 함께 사는 상생의 원칙 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