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여걸파이브가 낮뜨거워?
오마이뉴스, 여걸파이브가 낮뜨거워?
TV도 없다는 사람이 TV비평을 시작한 까닭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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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들의 누드를 막는가?
"연전에 구입한 중고 텔레비전이 올 초 고장나서 버리고는 다시 사지 않았다. 'TV가 유포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부' 따위의 거창한 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저 '멍하니 그걸 들여다볼 시간에 책이나 한 줄 더 읽지'라는 소박한 이유에서였다."
KBS의 오락프로그램 <일요일 101%>의 '여걸파이브'에 대하여 <시청자 낯뜨겁게 한 '여걸 파이브>라는 글로 난도질을 해댄 오마이뉴스의 문화부 홍석식 기자의 글 앞부분이다. 그의 '여걸파이브' 비판논리를 점검하기 전에 이미 사실 상 그와의 소통은 여기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는 자신의 집에 TV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리고 그는 TV 볼 시간에 책 한 권 더 읽겠다고 당차게 선언한다.
"바보 만드는 상자'가 사라진 두어 달은 아주 가끔 심심하기도 했지만, 혼자 사는 서른 넷 총각의 무료함은 지나는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한 달에 다섯 권에도 미치지 못하던 독서량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덤으로 얻은 기쁨이었다.
그러나 가구 당 평균 2대 이상씩 보급돼 있다는 TV수상기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방이나 술집, 혹은 친구와 선후배 집에 놀러갈 때면 중뿔나게 '나는 텔레비전 안 본다'라고 유난을 떨 수 없어 '억지 시청'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즉 그의 말에 따르자면 그는 TV 없이 하루 종일 책만 읽다가, 가끔 지나가면서 억지로 텔레비전을 볼 뿐이란 말이다. 그렇게 텔레비전을 싫어하는 사람이 왜 텔레비전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했을까? 안 그래도 그는 최근 몇 차례 텔레비전 및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갑자기 쓰기 시작했다. 연예영화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오마이뉴스의 전략과 맞물려 있는 것일까?
홍석식 기자의 다른 글 <CF·가요계 평정한 이효리, '영화'도 성공할까?>을 읽다가 필자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이효리의 영화 진출에 우려를 표명하며, 다른 장르의 연예인이 영화에 데뷔해서 실패한 사례로, 80년대의 전영록과 90년대 초반의 모델 박영선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텔레비전 없이 사는 그의 생활 탓에, 다른 연예인들의 모습은 보지도 못했나 보다. 2002년 이후 음반시장의 급속한 불황으로 가수들의 연기영역 진출은 이제 하나의 정규코스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옳고 그름을 떠나, 더 이상 뉴스꺼리도 아니다. 그는 <돌려차기>에 출연한 신화의 김동완도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니 이미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더 이상 보이지도 않는 전설의 인물 전영록이 다시 '돌아이'로 나타나야 하는 수모를 겪지 않았는가? 차라리 정 예를 들 게 없다면 <새앙쥐 상륙작전>으로 영화에 데뷔한 댄스가수 1호 박남정은 왜 빼놓았을까?
이것은 단지 홍성식 기자의 개인의 자질이나 취향 문제는 아니다. 90년대 대중문화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주로 문학전공자들이 대중문화비평에 뛰어들면서 보여주었든 이상한 행태를 그가 그대로 되풀이할 뿐이다. 홍성식 기자도 오마이뉴스에서 문학담당 기자였으니, 글의 방향이 유사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그들은 대중스타들의 자료를 섬세히 모으지 않는다. 대충 기억나는 사람 몇몇만을 늘어놓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꼭 대중문화의 이슈에 대해서라면 논쟁에 끼어든다. 해당 사안에 대한 자료나 통시적인 접근법을 모르는 그들은 오직 그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좋고 싫음을 결정할 뿐이다. 이는 문화비평의 단계를 나눌 때 가장 저급스러운 수준의 비평이며 "내가 싫으면 나쁜 것이다"라는 일반 게시판의 글이나 다름없다. 그의 다른 글 <누드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글을 보자.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 강변에는 누드촬영의 배후에 자리한 '돈의 문제'와 누드를 찍고 이를 유포해 이익을 취하는 자들의 '비뚤어진 욕망'이 쏙 빠져있다. 더불어 중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미 보편화된 몰래 엿보기(관음증)의 폐해까지.
앞서 지적한 문제들은 그들의 누드촬영 개런티로 주어지는 적게는 몇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의 금액을 보고 아직도 100만원 이하의 월급으로 연명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이주 노동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여성에 대해 보수적 사상과 태도를 견지하는 성균관 유림들의 끌탕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현대인의 '관음증'과 21세기 한국사회의 '퇴폐', 횡행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욕망'이 삼위일체로 결합해 만들어낸 엇나간 '누드열풍"
그의 논리는 누드로 돈을 버는 사람도 나쁘고, 누드를 보는 관음증 환자들도 나쁘다는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물어보자. 근대의 미술에서 누드를 그려 돈을 번 화가들도 나쁘고, 누드 모델이 된 여성과 남성도 나쁘고, 그 누드화를 돈주고 사간 사람들도 나쁘다는 말인가? 앵그르, 마네, 모네 모두에게 얻어맞을 소리이다. TV를 보지 않는다면 최소한 그림책이라도 보면서 글을 써야 할 것 아닌가?
그는 시판되고 있는 누드에 대한 질적평가를 할 생각이 없다. 원천적으로 누드를 파는 것은 나쁘다고 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에 그에게는 오직 옷벗고 설쳐대는 탕녀들만 보일 뿐이다. 그런 그가 왜 쓸데없이 누드에 관한 글을 쓰는가? 글을 팔기 위해서? 이와 똑같은 논리로 그는 '여걸 파이브'를 비판한다. 그것도 이미 수십 회가 방영된 고정 코너를 지나가다 단 한번만 봤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짝을 짓는 방식이었다. 여성 코미디언들보다 열 살은 어려 뵈는 스물 한두 살의 남성 연예인들이 오만가지 아양과 애교를 떨며 자신을 '간택'해 달라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 시답잖은 아양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여성 출연자들은 제 맘에 드는 파트너를 두 번 세 번 바꿔가며 고르고 있었다.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
뿐이랴. "여걸 파이브 누님들을 거치지 않고는 정상의 연예인이 될 수 없다고…" 운운하며 남성 연예인이 읍소하는 부분에선 실소를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그 모습은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왔고, 거기서 벌어지는 거래가 옳지 않은 것이기에 비판해왔던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혹은 호스티스바의 행태를 TV화면에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닌가. 아니다. 남녀의 주체가 바뀌었으니 호스트바의 모사 아닌가.
가지고 있는 지위나 권력으로 인간을 사고 파는 건 주체가 남성이고 대상이 여성이건, 주체가 여성이고 대상이 남성이건 옳지 못한 일이다. 우리가 왜 그런 행위의 졸렬한 '모사품'을 입만 열면 '공영성'을 외쳐대는, 시청자들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에서 봐야하나."
홍성식 기자는 대학 때 단체 미팅도 안 해봤나? 아니면 MT 가서 단체 게임도 안 해봤나? 남녀가 모여서 그냥 즐겁게 노는 하나의 방식으로 서로 연기하는 그런 장면에서 룸살롱, 단란주점, 호스트바를 연상하는가? 홍성식 기자는 여걸파이브를 비판하기 전에 전국의 MT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혼성 단체게임을 즐기고 있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호통을 치는 게 나을 것이다. 어차피 TV도 없다니 TV 속의 가상현실을 비판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치고 나가란 말이다.
그는 글의 결론을 이렇게 내린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여타 공중파방송 프로그램도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도토리 키 재기'라는 친구의 웃음 띈 설명은 서글픔과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 오락-연예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은 방송사의 '교양제작국'이라 들었다. 이름을 그리 거창하게 달아놓았으면 교양은 못 줘도 최소한 시청자들에게 서글픔과 분노는 주지 말아야할 것 아닌가.
잘못된 세태와 폐습의 개선에 나서기는커녕 그것들을 답습하고 모사해 천박한 웃음의 소재로 삼는 저급한 행위가 반복된다면, '국민의 방송 KBS' 운운하는 방송사의 슬로건은 영원히 입에 발린 소리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는 오락-연예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부서조차 모르고 있다. 오락-연예 프로그램은 예능국에서 만들지 교양제작국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그의 비분강개는 처음부터 방향이 틀렸다. 그는 시종일관 오락-연예 프로에 '교양'이 없다고 생떼를 쓰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교양국과 기획제작국에 가서 따져라. 오락-연예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즐거운 웃음을 주느냐만 갖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여걸파이브'가 KBS를 대표하는 수준높은 오락프로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걸파이브 이전에 남성 MC 4명이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했던 'MC 대결돌'을 기억한다면, '여걸파이브'가 보여주는 색다른 쾌를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방송계는 신동엽, 유재석, 김제동, 김용만, 박수홍, 강호동 등등 남성 MC 몇몇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의 몸값은 크게 뛰었고, 방송사들은 이들의 입김에 따라 프로그램을 따라만들어야 하는 불쌍한 처지로 전락했다. '여걸파이브'는 이러한 MC의 스타시스템에 반기를 든 코너이다. 더구나 지난해 영화 <싱글즈>의 성공으로 관심을 갖게 된 '여성들의 수다'라는 대중문화의 코드도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스타급 남성MC 없이 여자들끼리 나와서 노는 것도 재미있네'라는 발상의 전환은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홍성식 기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냥 여자들이 나와서 설치니까 꼴 보기 싫다는 것이다. 마치 그의 상관인 오마이뉴스 정운현 편집장이 한나라당 극단여의도의 연극을 보고 굳이 여성의원만을 언급해 '더욱 가관이라며' 탄식했던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남성우월자들이라는 점에서 과연 그 편집장에 그 기자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을 비평하는 것은 책 한 권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작업이다. 책이야 자료를 찾기가 크게 어렵지 않지만,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 챙겨보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걸파이브'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MC대격돌'을 함께 거론해야 하는데, 'MC대격돌'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떡할 건가? KBS 쪽에 연락해서 비디오 테이프를 사서 볼 것인가? 물론 당연히 그렇게 해야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문화비평가나 미디어비평가는 없을 줄 안다. 더구나 TV 없다 자랑하는 홍성식 기자입장에서야 돈주고 테이프를 살 생각이나 하겠는가?
2004년의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은 대중문화의 역사적 흐름도 모르고, TV조차 없는 사람들이 함부로 써댈 수 있을 만큼 작은 시장이 아니다. 최소한 90년대 초반부터의 큰 흐름은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방송, 영화, 연예매니지먼트의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작진, 시청자들과 원활한 소통이 되고, 그렇게 생산적인 소통을 통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질을 높일 수 있다.
만약 오마이뉴스가 연예영화 쪽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면, 보다 많은 투자를 하기 바란다. 문학기사 쓰다가, 이슈가 된다고 갑자기 방송연예 쪽 기사를 쓰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정치 콘텐츠야 힘있는 권력에 빌붙어 그들을 함께 하며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문화콘텐츠는 그렇게 평가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문화에 대해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들이 정치세력화를 이루게 되면 그야말로 강한 권력만 따라가는 파시스트 집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일이다.
2004/09/01 [10:57]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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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읽었다고 얼마나 똑똑해질까요?
사실상 현재 TV비평 대부분이 저 수준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았죠.
오락에 대한 놀이에 대한 엔터테이먼트에 대한 천대가 기본에 깔려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