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백가면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혹은 그것이 알고 싶다

  • 팔백가면
  • 09-01
  • 2,274 회
  • 0 건
1.
제 글에 몇번인가 반복적으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코멘트를 해주시지 않아서 지금껏 몰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번역하지 못한 제 잘못이 가장크고, 일본 내에서 쓰이는 의미와 다르거나
아마 무슨 뜻인지 모르셔서 지적하시지 못하셨다고 생각해요. 너무 늦었지만 바로 잡습니다.

'양키'라는 단어가 몇번 쓰였었는데, 일본어에서 '양키'는 '양아치'라는 의미에요. 백인이나 미국인을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디포르메 되다'는 불어 déformer에서 온 말로 대상을 변형, 과장하다 혹은 다르게 인식하다라는 의미
입니다. 한국 웹에서도 검색이 되고 원래 불어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흔히 쓰인다고 생각했었어요.
일본어에서는 '디포르메하다(デフォルメする)'라고 해서 그냥 일반동사처럼 쓰입니다.




2.
이 게시판에서 가장 처음 썼던 글이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에 대한 깜짝 상식 정도의 글이었습니다.
그 글은 한국에 대해서도 일본에 대해서도 다분히 과장되어 있고 단정적인 명제들로 되어있었어요.
그 때도 과장되어 있다는 것과 양 쪽 글 모두 한국인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을 밝혔었습니다.
뭐 재미로 쓴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는 제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밝히기 전이었기 때문이었겠지만,
일본에 대한 제 이야기 중 몇가지에 대해 '일본에 대해 잘 모르는군, 내가 일본에 살고있고 일본 친구도
많아서 좀 아는데 말이야...'라는 의도가 엿보이는 댓글들이 있었어요. 설마 이제와서 그 분들을 비난
하거나 놀려대려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오해가 없길 바라며. 불쾌하게 생각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좀 더 일반적인 현상에 대한 궁금증 때문입니다.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한국사람이 일본에 하루 다녀오면 일본에
대해 좀 안다고 말하고, 일주일 있다가 오면 일본에서 좀 살았다고 말하고, 한달 있다가 오면 '일본론'을
쓴다... 그런 말도 있죠. 미국에 대해 이야기 하면 안가본 사람이 가본 사람을 이긴다. 대충 이런 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것은 제가 직접 몸으로 느끼기도 한 현상입니다. 뭐, 굳이 한국 사람들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는 아닐테고, 또 굳이 일본에 한해서만 그런 것도 아니겠습니다만, 정말 그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꽤 됩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더욱요. 자신이 일본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을 드러내는 것이
한국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 식으로 소비되는지 궁금해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논리에 따른 우월감?





3.
역시 아주 예전부터 궁금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와도 어쩌면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만, 혹시
'마네니혼진'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마네니혼진 = 일본인 행세를 하는, 일본인 흉내를 내는 한국인)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최초 '마네니혼진'은 한일 커뮤니티에 알게모르게 소문이 돌던 일종의 음모론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설명하자면, 한일 채팅방에는 한국인으로 입장하는 루트와 일본인으로 입장하는 루트가
별도로 있는데, 한국인과 일본인의 이름 앞에 각 국의 국기 문양 아이콘이 떠서 구별이 되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한일 채팅방에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비율이 거의 7:3
정도였습니다. 그런 곳에 접속하는 사람이라면, 한 일 공히 서로의 문화에 관심이 있고, 어느정도 서로의 언어
에 대한 지식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부류였어요. 그런데 비율상으로도 그렇고, 교류에 임하는 적극성으로
보더라도 한국사람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일본사람은 비교적 소극적인 분위기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우호적인 입장도 아니었죠. 저로서는 도저히 왜 로그 인 하는지 이해가 되지않는 사람들입니다만, 양쪽 모두
과격한 논쟁을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혐한파 일본인들은 자기들끼리 비밀방을 만들어 우루루 몰려
있기도 하고, 혐일파 한국인들은 각 방을 돌아다니면서 행패를 부리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왔던
대부분의 유저들도 곧 그 분위기에 져 채팅방을 떠나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만 대화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 한국인으로부터 '마네니혼진'에 대한 소문을 처음 들었습니다. 이 곳에 일본인으로 입장한 사람 중에는
한국인이 상당수 있다, 그들은 유창한 일본어로 이야기하며 한국사람들의 일본문화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하고
일부러 혐한파처럼 굴어서 한국인의 분노를 유도하기도 한다... 저는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문이 실제고, 이미 한국 커뮤니티 안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마네니혼진이 실재했다는 것을 전제로 놓고 봤을 때, 그들의 심리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4.
'도둑이 제 발 저린다'이겠습니다만, 부득이하게 제 개인 신상에 대해서 비교적 다른 유저들에 비해 많이
공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오해에 휘말리는 것도 싫었고, 수상하게 굴면서 굳이 숨겨야 할 이유도
없었고, 이 게시판의 분위기도 잘 몰랐었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일본인이 웹에서 자신의 개인 신상을 공개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물론 일반 웹 커뮤니티의 특성이기도 합니다만) 게시판의 성격에 따라서도
많이 다르겠고, 사람마다 각자 또 다 다르니까, 제가 저의 개인신상을 공개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판단이고
책임입니다. 물론 이전 게시판에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한국어 잘하는 일본인 아니냐고 눈치채신 분도 계셨고,
매번 일본 이슈들을 언급해 왔으니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유발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거기에 아무런 악의도
없었으며, 저는 또 저대로 답변을 해야할 것 같아서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질문에 대한 간단한 대답 형식이었고, 일일이 제 글을 체크하지 않는 이상, 사실 그렇게 공개
되었다고도 할 수 없고, 다른 분들이 특별히 제 이야기를 기억해주어야 할 이유도 없고, 최근에 게시판 활동을
시작하신 분들은 당연히 모르실테고요. 처음 리뷰를 쓰기 시작하고부터도 또 벌써 몇개월이 지났으니 제 의도
와는 달리 많은 분들에게는 또 다시 '정체'가 불분명한 상태가 되어있죠.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합니다. 따지고 보면 궁금해한다고 해서 굳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밝힐 의무도 없었고, 한국어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느라 굳이 부모님 이야기를 끌어댈 필요도 없었지 않나.
어떻게 보면 제 컴플렉스 때문에 미리 다 떠들어댄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유치하게도 이런 나로도 관심의
대상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즐기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국적이 일본이라는 것을 밝히는 순간부터 더이상
개인 '팔백가면'이 아니라 '일본(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더 구체적으로 몇가지를 고백하자면, (이것도 전에 미리 '불었던' 사실이긴 하지만) 저의 한국어는 제 글에서
느껴지는 만큼 유창하지 못합니다. 한국어를 정말 잘한다, 한국(문화)에 대해 정말 많이 안다 라는 칭찬성
멘트를 볼 때마다 꼭 제가 사기꾼이 된 것 같이 느껴집니다. 저녁을 먹고 시간은 남는데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 한잔을 들고 게시판에 직접,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쓰는 이미지는 상상도 못합니다.
메모장을 열고, 반은 한국어로 반은 일본어로 아무렇게나 막 써놓고, 모르는 단어들은 사전과 웹 검색을 몇
시간씩 해대며, 내가 쓰고 싶은 문장의 느낌이 나는 한글 문서를 발견할 때까지 계속해서 검색결과를 뒤지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는 것은 한국 친구들한테 하나 하나 물어 확인하고, (그런데 오타는 왜 그렇게 많을까요?
그건 틀렸다는 의심 조차 못하고 확인도 안하는 것들이죠) 그런 주제에 겨우 겨우 완성된 최종본을 보면,
원래 다 알고 쓴 것처럼 뻔뻔한 글만 남는거에요. 가끔은 제가 써놓은 글도 다시 사전에서 확인하는 상태.

그러니 메인게시판에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는 글들은 다 읽을 수도, 댓글을 달며 끼어들 수도 없습니다.
특히 화면을 넘어가는 긴 글들이 빽빽하게 올라와 있는 글은 보는 순간 머리가 아프죠. 패스. 짧은 글이라도
의미를 모르거나 납득되지 않는 내용이 등장하면 패스. 일본 이슈를 다루었거나 그나마 제가 알아 들을 수
있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글을 만나면 정말 반갑지만, 몇개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점점 게시판 흐름을
따라갈 수도 없고, 참여할 수도 없고, 간간히 리뷰만 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더구나 최근에 좀 일이
바쁘기도 했고 날씨도 안좋았고, 여러 여러 이유로 리뷰도 쓰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게시판에
오는 횟수도 줄어듭니다. 블로그에도 그냥 편하게 일본어로 쓴 포스트만 올리게 되고... 거기에 개인적인
사정까지 합쳐져서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우울한 상태. 미묘한 것은 지금의 기분은 일본친구와도, 한국친구
와도, 재일 한국인 친구와도 상담할 수 없는 기분이라는 거에요. 말하자면 '한국(어) 슬럼프' 라고 할까.
이렇게 놀랍게 길고 쓸데 없는 글을 잘도 써놓고 무슨 소리냐고요... 이 글을 쓰는 데 몇일이 걸렸을까요.







5.  
벌써 몇편인가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고 싶어서 생각만 하다가 완성하지 못한 글이 밀려있다보니 그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누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니고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인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바로 '한줄 리뷰' ! ! ! 일단은 부담이 없고,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사악한 것.
그래도 일단 리뷰이니 리뷰란에 올려 놓도록 하겠습니다. 좀 편안해지면 그 중 몇편은 다시 리뷰할 예정이고요.



...까지 쓴 것이 어젯 밤. 한줄 리뷰라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 ! !
뭔가 간단 명료하고, 날카롭고, 재치 번뜩이면서 정곡을 콕 찔러주는 한 줄의 문장. 구질구질 만연체 인간에게는
전혀 허락되고 있지 않는 것이군요. 구차스럽게도 '한두서너대여서닐곱줄 리뷰'라고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
결국 긁적 긁적 패배 강아지의 터무니 없는 변명이 하고 싶은 거군요... 아이고.
리뷰란에 '한두서너대여서닐곱줄 리뷰'란 제목을 보게 되더라도 너무 비웃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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