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후,〈우리시대 한국배우〉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이 게시판에 그 책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었죠? 사진을 담당하신 손홍주 선생님의 사진강좌를 들었던 인연으로
초대받게 되었거든요. 와서 공짜맥주나 마시고 놀다 가라고 해서 기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 시간에 맞춰 행사 장소에 도착해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일행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를 하다가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렸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윤여정씨가 앉아있는 게 아니겠습
니까. 오오. '그' 목소리의 윤여정씨 말입니다. 또 가만히 보니까 김호정씨도 앉아 계시더군요.
책에 나온 배우들이라 들르셨던 듯. 그래서 다른 배우들도 오겠고나, 하고 두근두근 자리를
지켰습니다. 에어콘 바로 옆자리라 추워서 투덜투덜댔는데, 오히려 가장 좋은 자리가 되어버
렸어요.
- 속속 낯 익은 얼굴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싸이더스의 차승재씨, 명필름의 심재명씨.
소설가 신경숙씨. 드라마작가 노희경씨. 다들 우리들이 앉았던 바로 옆 테이블에 와서 인사를
하고 가거나 앉아 있다가 가더라고요. 그러던 중 갑자기 입구가 웅성웅성. 송강호씨가 등장했
습니다. 말쑥한 정장에 노타이. 멋지시더라고요. 역시 우리 옆자리로 오셔서 앉으시더군요. 줄
줄이 이어지는 사인요청공세. 결국 저도 출판기념으로 받은 엽서에 사인을 받고 말았습니다.
덤으로 윤여정씨 것까지 받았어요.
-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 테이블에 유명인사들이 있으니 신경이 안 쓰일리는 없고, 그
렇다고 '와 송강호야 송강호!',라고 호들갑을 떨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놀다가 힐끔
힐끔 훔쳐봤습니다. 참 묘한 느낌이더군요. 아무래도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매체에 자주 등장
하는 인물들을 실제로 목격하면 흥분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행사장 전체의 시선이
우리 옆 테이블로 쏠리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어요.
- 그렇게 있다가 중간에 나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일행과 헤어지려고 하는데, 아직 그곳에 있
던 친구에게 문자메세지가 왔습니다. '강혜정 도착!'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다시 행사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두꺼운 뿔테 안경에 양갈래로 땋은 머리라 처음엔 못 알아봤습니다. 두근두근
다가가서 싸인을 부탁했는데 난감해 하시면서 좀 있다가 해 주신다고 하시더군요. 민망함에
후다닥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두 손과 무릎을 꼭 모으고 송강호씨의 일장
연설을 경청하고 있더군요. 마치 넘버쓰리의 그 장면처럼요.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는 중이라
싸인을 못 해준 거라 생각하니 어쩐지 납득이 됐습니다. 다시 둘러보니 파리의 연인에 조연으
로 나왔던 조은지씨와 김C도 오셨더군요.
- 한 시간정도 배우들 옆에 앉아 있으니, 그 사람들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송강호
씨가 막 도착하고 나서 엄청난 카메라플래쉬가 터졌는데 옆에 앉아있다가 4방 정도를 눈에 정
통으로 맞으니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 정도로 정신이 쏙 빠지더군요. 양해를 구하지
않고 터뜨리는 플래쉬였어요. 또 대화를 하는데 중간중간에 팬이 와서 싸인을 부탁하면 대화
의 흐름이 끊켜서 짜증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은 그런 게 생활이겠지요. 하긴, 그게 공인이
라는 걸까요.
- 책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직접 사 봐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념회에 책 쌓아 놓고
파는 모습이 그다지 좋게 보일 것 같지 않아서 책은 현장에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네요. 놓여있는
책을 사진위주로 잠시 훑어 봤는데, 멋진 사진이 많았어요. 사진 때문에라도 구매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