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 김주하와 금나나는 여성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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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와 금나나는 여성의 적?

[브레이크뉴스 2004-08-21 12:35]


1998년도 한국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여성으로 백지연 앵커가 뽑힌 적이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닮고 싶은 해외 여성으로는 대처 전 영국 총리와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 순으로 나타났다. 백지연은 그의 책에서 이를 두고 "그 기사를 보자 누가 말없이 내 등을 툭툭 두드려주는 듯해서 기운이 났었다"라는 표현을 쓰며 흐뭇해 했다.

그러나 이 때 대학에 재학 중이던 필자는 <스타비평1>이라는 책에서 똑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생각을 적고 있었다.

"난 오히려 누가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려주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닮고 싶은 해외 여성들은 대처, 올브라이트, 힐러리 등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여성전사류이면서도, 왜 닮고 싶은 한국 여성은 겨우 뉴스 앵커(?)냔 말이다. 이는 최소한 우리 사회에서 대처 같은 여성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또한 그런 여성이 존경을 받거나 성장을 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는 한국 여성들의 지성에 대해서 묘한 이중성을 두고 있다. 그것은 마치 여성의 성에 대한 이중성을 두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여성들은 머리에 든 것이 없으니, 새 대가리들이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도 실상 정말로 똑똑한 여성은 기피한다. 그리고 똑똑하다는 것도 외모의 기반이 있어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4년에 바뀌었는가?

한양대 디지털 경제학부에서 조사한 결과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주하 MBC 앵커가 나란히 뽑혔다. 98년도의 조사에서 백지연이 1위했을 때, 이건희 회장이 동반 파트너였으니, 닮고 싶은 여성이 더 젊은 김주하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똑같은 것이다. 그 뒤를 한수진, 전지현, 김은혜 등이 잇고 있다. 반면 남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 다음에 안철수, 이재웅, 구본무 등 기업 CEO들이 따르고 있다.

결국 정치권과 문화판에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몰아쳤던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대학생들의 의식은 전혀 바뀐 것이 없다는 말이다. 닮고 싶은 남성은 나이와 외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직 금력과 권력이다. 반면 닮고 싶은 여성은 1998년도에 백지연, 황현정, 황수경 등이 김주하, 한수진, 전지현 등 젊은 여자들로 교체되었을 뿐 본질은 똑같다. 그 본질이란 바로 지성과 외모를 갖춘 젊은 미인이 되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은 떨쳐낼 수 없는 콤플렉스와 열등감, 그리고 억압으로 변질된다.

이재웅과 같은 인터넷 CEO가 되고자 하는 남학생이 있다고 치자. 이재웅이 대단한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돈을 갖고 시작한 사람도 아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누구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이재웅과 같이 최대의 인터넷 기업을 이끌 수 있는 희망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희망도 헛것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빛이 보이는 것과 어두컴컴한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법이다. 그렇게 이재웅처럼 시작해서 나중에 이건희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남학생들의 꿈과 비전은 계획된다.

반면 여학생들의 경우 김주하와 한수진, 전지현을 이상형으로 놓고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솔직히 100명 중 99명은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야한다. 김주하가 성공하는데 외모가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몇몇 미친 사람을 제외하고는 내 말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더구나 그런 외모를 갖춘 얼마 안 되는 사람 중에서도 최소한의 학벌 또한 만들어내야하니 이게 보통 힘든 일인가? 이상은 저 멀리 있는데 그에 다가갈 수 있는 다리 하나 없는 상황, 과연 여대생들은 이 현실적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바로 이러한 여성들의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나온 또 한 명의 여성이 있으니 미스코리아 출신 하버드대 입학자 금나나이다. 그는 미스코리아 시절부터 경북대 의대 재학생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더니 하버드대 입학이 합격된 뒤에는 아예 전 언론에 도배가 되고 있다. 그 뒤 그는 <나나 너나 할 수 있다>(김영사)라는 책까지 출판한다. 그 중 일부이다.

"나는 노력을 통해 깨달았다. 100미터 달리기를 날마다 연습한다고 해서 누구나 칼 루이스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진다. 그리고 오랫동안 계속 노력하다보면, 어느덧 칼 루이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를 거의 따라잡을 듯한 속도로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노력의 묘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는 나아진다. 사실, 이보다 확실하게 용기를 주는 결과가 어디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을 실천해내는 의지다. 노력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그러나 실제로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디슨은 99퍼센트 노력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40~50퍼센트 정도의 노력으로 그친다. 쉽게 만족하고 주저앉거나 이리 포기해버리거나 싫증을 낸다. 혹은 육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해 중도에서 그만둔다. 그리고 적당히 타협해서 꿈의 수위를 조정한다. 대부분의 우리들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러한 꿈의 하락을 경험한다."

KBS에서는 이런 금나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하버드대 진학을 앞둔 미스코리아 금나나 씨, 목표를 향한 집념과 잡초 같은 억척스러움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다는군요."

심지어 금나나는 YIN의 이슈와 포커스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철학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당돌한 면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솔직히 이게 정상적인 일인지 차분히 생각해보자. 금나나는 올해 1983년생이다. 그리고  '너나 나나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그가 지금까지 해낸 일이라고는 경북대 의대 입학과 미스코리아 당선, 그리고 하버드대 입학이다. 그는 인생의 어떠한 공적을 쌓은 것이 아니라 단지 관문을 통과한 데 불과하다. 나이 스무살의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사람이 전 언론에 나와서 "여러분들 나처럼 노력해봐요, 여러분들도 잘할 수 있어요"라 외치고 이를 다 받아적고 경청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한번 보자.


- 혹시 미스코리아가 되는 데 의대생이라는 타이틀이, 하버드에 합격하는데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이 어느 정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아니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부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모든 게 쉽게 얻어진 건 아니에요. 전 집이 부유하지도 않고 머리가 뛰어나게 좋지도 않아요. 화장 지우면 평범한 얼굴이고, 살이 쉽게 쪄서 걱정이죠. 대신 남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을 한번 먹으면, 목표를 세우고 제 자신을 극한까지 내몰아요.”

금나나는 솔직한 편이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안티미스코리아 대회가 더 유명할 정도로 그 세가 크게 위축되었다. 특히 여성단체들이 미스코리대회 현장에서 집회를 갖는 등, 대회의 명분 자체가 상실될 위기에 처해있다. 의대생 타이틀이 미스코리아 대회 합격에 유리하다는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은 그런 미스코리아 대회의 위상과 관련이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 주최측은 미스코리아는 몸만 잘 빠진 멍청한 애들이라는 그 편견을 극복해내야 하는 당면 과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나나는 그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버드대 입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은 국내 대학과 입학제도가 다르다. 서울대 입학하기 위해서 날밤 새며 과외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등학교 시절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해왔느냐가 주요 입학 기준이 된다. 고로, 한국의 공부벌레들은 하버드 입학기준에 따르면 거의 불가능하고, 금나나 같이 미스코리아 당선 및 미스유니버스 참여 같은 경력이 도움이 된다. 즉 금나나에게 있어서는 미스코리아는 하버드 입학과 동일선에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어떻게 미스코리아와 하버드를 동시에 얻는 경이로운 모습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물론 금나나 개인으로 보건데 피나는 노력을 했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미스코리아라는 당선 기준, 하버드라는 입학 기준이라는 것은 정해진 몇몇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이영자가 하루 18시간 노력한다고 미스코리아가 될 수 있겠는가? 금나나처럼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100에 한 명도 안 된다. 이런 특수한 경우를 앞에 내세워서, "나나 너너 할 수 있으니, 나처럼 열심히 좀 해봐" 이런 식으로 여성들의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이 공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금나나의 성공스토리가 뜨면 뜰수록 대부분의 여성들은 "어차피 해도 안 돼"라며 이상을 포기하는 일만 늘어날 건 뻔한 일이다.

성공한 남성의 이야기에서는 지성과 외모를 함께 갖추었다는 테마를 활용하지 않는다. 이는 늘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법칙이다. 그래서 한국의 여성들은 남성들이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갈 때, 뒤에서 화장을 고치며, 신데렐라를 꿈꾼다던지 아니면 우울하게 자신을 비관하며 이상을 포기한다. 이러한 여성들의 콤플렉스에 김주하와 금나나 신드롬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백지연은 자신의 책 <앵커는 닻을 내리지 않는다>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선 목표를 확실히 하세요. 그리고 그 목표가 요구하는 재능을 정확히 알아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노트에 적어보세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필요로 하는 재능을 자신이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보세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맞다.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가장 닮고 싶은 여성 김주하와 '나처럼 해봐요'의 금나나가 되고 싶은 여성이 있다고 치자. 김주하와 금나나가 요구하는 재능을 정확히 알아보라. 그리고 자신이 김주하와 금나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재능을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보라.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그 재능이 무엇인지는 답이 곧 나올 것이며, '나처럼 하면 할 수 있어요'라는 말도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닮을 수도 없는 저들을 왜 닮고 싶은지 다시 한번 성찰해보라. 설사 닮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젊은 여성의 지성과 미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이건희가 6년 내내 닮고 싶은 인물 1위인 반면, 젊은 여성의 지성과 미모는 늙은 백지연에서 김주하로 바뀌지 않았는가? 그 만큼 부질없는 일인 것이다. 이런 남성들의 꽃에 불과한 이상을 닮아야 한다고 주입을 시키는 한국언론의 천박한 면모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주어진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완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바로 진취적인 여성을 위한 새로운 매력이다. 닮고 싶은 남성들이 이건희, 이재웅이고, 닮고 싶은 해외여성이, 올브라이트와 대처라면, 닮고 싶은 한국 여성들도 이러한 시대변화를 따라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허구적인 지성과 외모라는 낡은 틀에 갇혀 있는 김주하와 금나나의 성공 신드롬은 이것을 방해하고 있고, 그 점에서 본인들이 인식할지 몰라도 그들은 여성의 친구가 아닌 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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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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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에서 든 것과 같은 이유로 김주하 아나운서를 비판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아테네 올림픽 때 나타난 진행상의 실수를 예로 듬이 더 적절해 보이네요.

2.금나나씨의 하버드 대학 입학관련 부분(제가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은 금나나씨를 너무 폄하한 것 같네요. 물론 미스코리아 대회 참여경력이 외국대학 입학경력에 도움은 되었겠지만 미스코리아와 하버드대 입학이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은 미스코리아 대회 수상경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 아닐까요?

3. 특정 여성을 찍어 '그들은 여성의 친구가 아닌 적일 뿐이다'라는 말이 과연 여성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물론 이들이 모든 여성의 역할모델이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이 되어야 할 것 까지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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