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로즈마리
  •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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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많은 분들이 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러가지 주제'로 글을 쓰실 때
번호를 매기시더라구요.
어쩜 이리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셨나, 했었어요.

읽을 때 부담도 없고 내용이 각각 긴 경우에는
명확하게 제 관심사가 아닌 내용이 나오면 다음 번호로 건너뛰어 읽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전 이야기를 할 때 워낙 막 하는 편이라서요.
삼천포로 빠진달까나, 횡설수설 한달까나.

커피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참.. 이 커피포트 산 쇼핑몰이 싸다싸 쇼핑몰인데 어쩌고저쩌고'
이렇게 되버리거든요.

그래도 한번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아자아자화이팅!



1. 개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로 시작해서 굉장히 긴 글을 썼었습니다. 흥분하니 말이 안끊기더라구요. 그걸 다 올리면 큰 민폐란 생각에 그냥 지워버렸습니다. 다음에 이 문제가 해결 된 다음에 "이런적이 있었어요" 라며 한번 더 잡담을 늘어놓을 기회를 주신다면 꼭 그러고싶어요.


2. 제가 이 아파트에 이사오면서, 상가건물이 생기면서부터 알게 된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깨비책방" 아주머니신데요, 말하자면 만화책대여점 아주머니시죠. 처음엔 가게가 2층 구석에 있어서 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제 또래는 거의 저 혼자서 매일 들락날락 했었거든요. 꽃보다 남자를 처음 본 곳도 거기고 마르스를 처음 본 곳도 거기거든요. 게다가 단골손님중에 제 또래, 그러니까 약간은 유치찬란한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명 없어선지 항상 새로나온 만화책이 있으면 제 몫으로 챙겨두시고 제가 오면 빌릴 수 있게 해주셨거든요.

며칠전에 제가 신간만화책을 빌려왔었거든요. 근데 이런저런 사정때문에 하루 연체해버리고, 오늘이라도 갖다드렸어야했는데 주말드라마나 보고 가려고 늘어져있었답니다. 전화가 오더라구요. 엄마가 받으셨습니다. 말하시는 톤이나 내용이 딱 깨비책방 아주머니인데.. 저말고 어머니께서 오셨으면 좋겠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아니, 연체한게 그렇게 큰 죄인가... 마치 나쁜짓하다가 학생부 선생님께 걸린 듯이 콩닥콩닥했답니다. 엄마는 어차피 살 것도 있었는데 갔다오시겠다고 하셨고, 방금 갔다오셨죠.

엄마가 집에 오시자마자 여쭤봤지요. 연체때문에 뭐라 그러셨는지...
근데 알고보니 이제 가게를 접으시려고, 혹시 저희집에서 물려 운영 할 생각이 없는지 여쭤보셨다더라구요. 엄마가 예전에 인수받고 싶으신 듯이 말씀하셨다나봐요. 근데 요즘은 엄마도 직장을 나가셔서 안될 것 같다고 거절하셨대요.


아아, 굉장히 멍해졌습니다. 역시 어느 가게든 하루 한번 가는건 너무 위험한 행위에요. 그렇게 딱 10년을 얼굴보고 살았더니 가까운친척이 이민 가는듯한 기분까지 드네요. 초등학생 때 하루에 한 세번은 들락거린 문구점이 있었어요. 그 가게엔 저보다 한살 많은 딸도 있어서 정말 거기서 산다는 소리까지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문구점 주인이 바뀌어버린거에요. 상실감이랄까나. 우울해서 하루정도 금식했던 것 같아요. 물론 하루였습니다, 딱 하루. 그 때보다 더 섭섭한 것 같아요. 이제 저를 위해 신간을 확보 해 주실 분이 없단 생각도 들고 (으하하, 이기적이죠) 코 옆에 점이 있고 인상 좋으신 깨비책방 아주머니를 못볼거라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아쉬워요.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조금 더 운영하시면 안되겠냐고 해보고도 싶고. 엄마는 오바 좀 하지말라며 타박하시지만.

사실 제 장래희망은 "만화대여점주인" 이었습니다. 추상적인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구요. 이런 말 그쪽 업계 종사자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솔직히 정말 팔자 좋아보인답니다. 좋은 의미로! 심하게 말하면 놀고 먹는단 느낌... 시원한 실내에서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에 둘러싸여 좋은 만화책을 손님에게 추천하고 취향이 비슷한 분과는 이야기도 나누고, 정말 좋아보였거든요. (신기하게도 저희엄마의 어린시절 장래희망은 "비디오대여점주인" 이었다고 하시더군요. 엄마는 영화를 무척 좋아하셔서.. 아마 저의 선천적인 귀차니즘은 엄마한테 물려받은건지도 모르겠네요.) 뭐, 만화가들의 밥줄을 끊는 만화책대여점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현실적이니 제 상상에 침입하지 못했구요. 그러니 가게를 물려받을 수 있냐는 아주머니의 제안은 무척이나 달콤했지요.. 근데 알고보니 처음 지불해야하는 돈만해도 5천만원 넘게 들겠더군요. 솔직히 매상이 별로 좋은 편은 아닌 것 같구요. (지금은 그 가게가 1층으로 옮겨왔지만 대신 규모가 팍삭 줄어들어서 종류도 얼마없고 만화책은 10년째 쓰던 책이라서 누렇게 떴구요.)

그치만, 뭔가 하나의 파라다이스가 사라진단 생각에 조금이라도 연장시키고 싶어서 못견디겠어요. 부디 가게 자체가 없어지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매일매일 만화책 빌리러 왕복 30분을 걸어다녀야 할 처지T_T


3. 몇년전에 까르푸에서 CDP를 샀습니다. 휴대용 말고 라디오와 카세트테이프도 플레이 되는 꽤 무거운 놈으로. 꽤 이름있는 메이커였던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싸게 사보려고 매장에 전시된걸 샀어요. 뒤에 안테나 고정시키는게 부서졌던데 그것때문에 5만원정도 싸게 받더군요. 전 라디오는 거의 안듣는 편이었으므로 그정도는 감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물론 매장에 전시되었었다, 새 것의 느낌이 조금 줄었단건 매력적이지 못했지만) CD는 제대로 재생되길래 사서 집으로 왔지요. 오자마자 듣고싶었던 CD를 넣어서 재생시켰습니다. 35초 간격으로 CD가 튕기는듯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CD 탓인가해서 봤더니 먼지가 좀 끼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CD를 넣었더니 또 그렇더군요? CD 상할까봐 얼마 듣지도 못하고 꺼내버렸습니다. 아아, 당했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 늦게 샀던거라 당장은 A/S 를 부르지 못할 것 같고 마침 다음날이 일요일이고해서 그냥 하루 방치했지요. 다음날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원인을 밝히자며 각자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CD를 넣어봤지요. 안튕기는 것도 있긴 했는데 제 CD는 거의 다 이상하게 재생되더라구요. 물론 구운 CD도 아닌 정상적인 정품 CD 였습니다. 아빠나 엄마는 그냥 들으라고 하셨지요. "에에, 귀찮게 뭘 오라가라하노.. 집도 치아야되는데....." 한 트랙에 한번정도 튕긴다면 정말 꾹 참고 듣겠지만 35초에 한번인데.. 물론 35초중에 34초는 정상적으로 재생되지만 주기적으로 튕기니까 굉장히 거슬리더라구요. 결국 까르푸에 전화를 했더니 와보겠다고 그러더라구요. 직원이 집으로 와서 모두가 있는 곳에서 플레이 해봤습니다. ................... 잘 들리더군요. 제 CD, 한 다섯장 다 튕겼었는데 다 정상적으로 플레이 되더이다T_T 순간 가족들 모두 침묵. 아빠와 엄마는 "에에, 그러게 별 것도 아이드만.. " 하며 저를 타박하는 눈치였고 오빠는 신경도 안쓰는지 방에 누워 자고.. 저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되었지요. "어, 이상하다.." 몇번이고 다시해봤지만 저를 약올리기라도 하는지 청량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더군요. 직원은 당황스러워하더니 뭐가 문제냐고, 가도 되겠냐고 하더라구요. 저는 괜찮아진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했지요. ..... 직원이 가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다시 플레이 시켰더니 다시 튕기더군요. 미치는줄 알았죠. 다시 부를 순 없는 노릇이고, 다시 부른다고해도 그 때 똑같이 튕긴단 장담도 못하고.. 결국 그걸 지금껏 쓰고있어요. 기계도 낯을 가리는걸까요? CD에 기스라도 날까봐 그냥 CDP는 카세트플레이어 대용으로 쓰이고 있지요. 절대 싼 맛에 사면 안된다는걸 뼈저리게 느꼈구요.


장화, 홍련 OST 앨범이 도착했는데... 문득 '참, 난 이걸 들을 수 있는 기계가 없지' 란 사실에 슬퍼하며 신세 한탄을 해봤습니다. (근데 저 앨범은 얼마나 적게 뿌린걸까요? 오프라인 CD 매장에서 찾다 찾다 못찾아서 인터넷으로 샀거든요.. 흑흑..)


4.리베라메라고 아세요? 그거 꽤 인기 없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유형의 영화도 하나 더 나왔던 것 같고.. 여하튼 그 영화를 저희집 근처에서 촬영했었답니다. 요트경기장 앞에 주유소를 하나 짓고 그거 폭발씬을 찍는다고 촬영하기 일주일쯤 전부터 관리사무소에서 방송하고 난리였죠. 전 엄마랑 구경하러 갔었고... (왠지 '엄마'와 함께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너무 마마걸같이 보이려나, 흐흐흐.. 게다가 이 나이에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니.) 촬영당일날 위에서 언급했던 그 깨비책방이 있는 상가 앞... 거기에 구경을 갔는데, 별 생각없이 둘러봤는데 바로 옆쪽에 최민수씨가 있더라구요.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아서.. 그것도 차도 한복판에서! (물론 촬영때문에 차들은 못다니게 조치가 되있었지만) 넓은 차도 정중앙에 혼자 앉아있더라구요. (사람들은 인도쪽에서 못나오게 통제됐었음) 신기해서 뚫어져라봤지요. 생전 처음 본 영화배우였거든요. 근데 딱 최민수씨가 저를 보더군요. 둘이 눈이 마주쳤죠. 흐흐흐... 근데 무진장 무섭게 보시는겁니다. 저도 갑자기 오기가 발동해서 막 노려봤지요. 둘이서 눈싸움 아닌 눈싸움을 계속 하다가 최민수씨는 감독님이 부르셔서 자리에서 일어나 가시더군요. 이겼다! ......... ^^;

그 때 감독님이 "지태야, 규리야, 한번만 가자아~" 이러는걸 듣고 무지 웃었던 기억도 나고.. 그 때 주유소 폭발씬 찍는데 촬영하시는 분이 필름을 안넣고 찍으셨다네요. 한 1개월동안 지은 세트는 이미 폭발시켜 없어진 후여서.. 무지 웅성댔던 기억도 나구요.. 그 폭발부분 정말 무서웠어요. 별 생각없이 맞은편 도로에서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서 구경했는데 엄청난 굉음과 동시에 불꽃이 붙어있는 스티로폼들이 막 사람들 있는 쪽으로 날라오는거에요, 바람에 실려서. (엄마와 저도 그 사이에 있었지요) 매캐한 냄새때문에 기침도 안끊기고 숨도 못쉬겠고.. 열심히 달려서 겨우 모 초등학교 쪽으로 대피해서 살아남았지만.. 큰일 날 뻔 했단 생각이.. 역시 영화촬영하는거 함부로 구경하면 안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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