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대에.. / 스테이지 뷰티

  • ginger
  •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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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제가 주변에서 가족/친지들한테 줏어들은 일제 시대 얘기들이 생각나네요.

그중에 매우 튀는 사람들만 예로 들어보면

고등계 형사 - 각반을 차고 말을 타고 다니던 걸 기억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해방후 경찰 간부 노릇도 했다고 해요. 자손들도 다들 잘 살고, 이 사람도 아직 건강하게 생존해서 몇 년전에 성대하게 팔순 잔치를 했다고 들었어요.

노름빚 지고 만주로 튄 사람 - 독립운동했노라고 뻥을 쳤지만, 아는 사람들은 모두 부인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집 나간 남편을 찾아 애들 데리고 만주로 가서 중일 전쟁 와중에 아편장사를 해서 먹고 살았다는 분입니다. 이 할머니는 가르치질 않아 까막눈이었지만 그 와중에 중국어를 유창한 수준까지 배워와서 1.4 후퇴 때 중국 군대와 마주쳤을 때 화교인 척 했다는 군요.

일본 유학 갔다가 사회주의자가 되어 돌아와서 독립운동, 남로당 활동, 월북, 전후 박헌영의 몰락과 함께 숙청, 살해당했다는 전설이 있는 사람 - 동경 고등사범학교를 다녔다는데, 가족을 두고 월북하는 바람에 아들 딸은 연좌제에 묶여서 엄청 고생했고 아직도 하고 있죠. 독립운동을 했지만 문화적으론 일본인에 더 가까왔다는군요.

위사람 여동생 - 진명여고를 나온 신여성, 부유한 집안 출신 사회주의자들 서클에서 만난 조혼한 의사랑 연애 사건으로 떠들썩, 이혼 시키고 결혼, 끝끝내 첩이라고 욕을 먹었다죠. 이념도 약간 작용했지만 바람둥이에 허영이라 빚을 잔뜩 지고 있었던 남편 덕에 가족이 모두 월북, 그다음 북한 생활은 모르고, 전설에 따르면 간첩으로 내려 왔다가 처형당했다는데, 사실 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방단 가입을 거절했다가 북간도 징용 나와서 도망다니던 사람 - 평소 기생집에만 드나들던 인간이라 '남들 다 요령껏 하는 거 유난떨다 식구 고생 시키는 놈'으로 친척들한테 눈총 받았다네요.



한국에선 근현대에 워낙 드라마틱한 사건이 많았더라서 누구나 가족사를 들추어 보면 드라마들이 쏟아지겠죠. 저는 가끔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고 묻어든 벽장안의 해골이 뭘까 종종 생각해 보거든요...학교와 병원도 짓고 미신도 타파하려고 했다던, 근대적인 계몽군주같은 모습으로 묘사되던 위 두 사회주의자 남매의 아버지, 알고보면 어떤 인간이었는지 궁금해요. 부유한 상인이라면 어떤 형식으로든 일본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을텐데.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증언만으로 재구성한 사회주의자 '신여성', 실은 이사람 일생이 가장 비극적으로 들리는데 어떻게 다들 '연애 스캔들'로만 기억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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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테이지 뷰티]를 봤는데요, 즐겁게 보긴 했지만 아주 성공적이라고는 못하겠네요. 특히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란 소리를 듣던 남자 여배우 역을 빌리 크루덥이 하니까 '아니 다들 눈이 멀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렇게 유난히 마른 근육이 많은 남자를 보고 어딜..게다 빌리 크루덥과 클레어 데인즈의 연애는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하더군요.

성정체성이 매우 헷갈리는 경쾌한 대사와, 캠프 찰스 2세로 나온 루퍼트 에버렛과 분을 처바른 리처드 그리피스같은 훌륭한 카메오들 덕에 즐거운 캠프 코미디를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 'Scuff, sir, is a terrible thing' :-) 그러기엔 약간 무겁긴 했지만. 근데 맨 마지막엔 주인공들이 오델로 리허설 하다가 연기법이 17세기에서 20세기로 건너 뛰더군요..

이야기는 실제 인물이었던 Edward Kynaston에 기초한 거라는데

실제 초상


영화에선
        

찰스 2세와 애인 넬 그윈이 서로 옷차림을 바꿔서 연극하고 노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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