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과 관련해서.
주로 가상의 캐스팅과 관련해서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네요. 아주 흥미롭고 장대한 프로젝트가 될 게 틀림 없겠죠. 캐스팅 문제는 솔직히 아직까지는 크게 관심 없습니다. 다만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영화화할 것인지가 문제겠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어요.
삼동연에서 나온 캐스팅 이야기를 보면 여포, 초선, 동탁 역을 맡을 배우가 물망에 올라 있는데, 다른 분들께서 말씀하셨듯이 여포와 진궁이 처형당하고 적벽대전이 일어날 때까지 시차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죠. 게다가 그 사이에도 여러가지 극적인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조조와 원소의 관도 대전도 영화화할 가치가 충분할 정도의 드라마틱한 역전극이었으며 거기에는 관우의 오관참장기도 포함되어 있죠. 그리고 유비가 제갈량을 맞아들이는 삼고초려의 이야기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영화화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해도 만약 동탁과 여포, 초선 이야기부터 영화가 시작한다면 그 부분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겁니다.
결국, 여포 이야기부터 포함되기에는 영화가 너무 길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게다가 삼국지연의는 아주 익숙한 이야기이니 만큼, 삼국지연의 이야기의 분수령이 되는 적벽대전을 영화화하면서 길게 부연설명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앞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야 합니다. 정 여포와 동탁, 초선이 들어가야 한다면 유령으로 만들어놓죠.
저라면 오관참장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여기부터 들어가야 나중에 관우가 조조를 풀어주는 게 설명이 될테니까요. 유비, 관우, 장비 세 의형제의 극적인 재회를 묘사하고, 관도 대전은 생략하겠습니다. 여남에서 유비가 조조에게 무참히 패배하는 장면은 자세히 묘사해야겠죠. 그 뒤 채모의 음모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유비가 사마휘와 서서를 만난 뒤 제갈량을 맞아들이기 위해 삼고초려를 하는 장면까지를 전반부로 그려넣겠습니다. 당연히 삼고초려는 전반부의 핵심이 되겠죠. 이렇게 되면 전반부는 유비가 주인공인 셈이고요.
중반부는 조조의 이야기로 하죠. 조조의 고뇌와 야망을 묘사하는게 어떨까요? 자세히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조조의 둘째 아들인 조비와 그의 처인 진씨, 그리고 그녀를 연모하는 조조의 셋째 아들인 조식의 이야기도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사실 대교, 소교를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어요.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조조의 웅장한 진군이 조운과 장비의 활약에 가로막히는 것을 중반부의 마지막 장면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후반부는 당연히 주유와 제갈량의 불꽃튀는 대결이 되겠죠. 그리고 적벽에서 조조의 대군이 연환계에 말려 패배하는 장면을 클라이막스로 해서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놔주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지어야겠죠. 수미쌍관이라고나 할까.
캐스팅에서 하후돈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 조조의 장수들 진용은 화려하죠. 전위는 일찍 죽었지만 허저, 이전, 악진, 우금, 장료, 장합, 서황, 하후돈, 하후연, 방덕(나중에 합류하죠.), 조인, 조홍 등 천하의 맹장이 즐비한데, 이 가운데서 장료는 여포 밑에 있을 때부터 관우와 관계가 있었으니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허저는 장비와 비슷한 스타일이고, 조조의 장수들 가운데 가장 용맹스러운 인물이니 빠지면 아쉬울 것 같아요. 사마의는 삼국지연의 후반부의 핵심 인물이지만 이때까지는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빼는 게 낫죠.
손권의 수하 장수들 가운데서 황개는 연환계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으니 들어가야 되고, 감녕은 카리스마가 있으니 전투장면을 포함시키면 좋을 것 같고요. 그 외에 제갈근은 제갈량의 형이니 들어가야 되고, 노숙과 장소는 손권의 사람들 중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표적 인물이니 있어야겠죠. 나머지는 큰 매력이 없다고 보는데요. 하긴, 손권의 수하 장수들 중 한당과 정보가 빠지면 조운이 빠지는 것만큼이나 볼품이 없을 거에요. 극적인 역할은 없지만 넣어줘야겠죠.
유비의 장수들도 여럿 있지만 관우, 장비, 조운, 제갈량 말고는 실질적인 역할을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방통은 나중에 등장하지만 살짝 어떻게 넣어줘도 될 것 같고요.
문제는 여배우들인데, 사실 삼국지연의 자체가 철저한 남성 중심 이야기라 여자들이 하는 역할이 별로 없어요.(기껏해야 초반의 하태후, 동태후, 초선. 아니면 손권의 여동생으로 유비의 부인 노릇을 하게 되는 손부인, 아니면 남만의 장수인 축융부인이나 유비의 부인들 정도. 대교, 소교는 제갈량이 주유를 놀리기 위해 잠깐 써먹는 정도죠.) 특히 적벽대전편 안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이 부분은 어쩔 수 없군요. 아까 이야기 중반부에서 조비의 부인 진씨를 언급한 것은 실로 이문열 평역 삼국지의 영향이 커요;;;; (어린시절부터 이걸로 봐서..) 이문열은 조식이 진씨를 연모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하거든요. 물론 앞으로 제작될 오우삼 버전의 삼국지에서 진씨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 택도 없는 이야기겠죠. 아무래도 여배우를 어떻게든 껴넣으려면 초선이 등장할 확률이 크고 그러자면 이야기가 턱도 없이 늘어지겠지만.
아, 그리고 초선은 물론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에는 등장하지 않고요. <삼국지연의>에서는 동탁과 여포에 대한 연환계가 성공한 뒤 자살하는 것을로 나오죠. 이문열이 평역한 삼국지에서는 그대로 여포의 첩 역할을 합니다;;; 요새 황석영이 편역한 삼국지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