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님의 [망령의 웨딩드레스] 리뷰를 읽다보니 어쩌다 보게 된 몇 안되는 80년대 한국 영화 중에 [색깔있는 남자]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렸을 때 몰래(!) 봐서 더 두근거리면서 봐서 그런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재밌었어요. 어설프고 싸구려 냄새 나는 가짜 느낌에다 소위 에로영화의 끈적거림이 있었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킬킬댔던 첫번째 이유가.. 느끼하게 생긴 임성민의 극중 이름이 '샤르망 최'였거든요. 여자들이 나와서 그사람을 약간 콧소리 섞인 성우 목소리로 '샤르망'하고 부를때마다 얼마나 재밌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앙드레 김과 친한 사람들도 '앙드레'하고 부를까 궁금해집니다.) 샤르망 최의 직업이 디자이너인가 그랬고 오혜림이란 고양이 같이 생긴 여배우가 부잣집 딸로 나와서 옷 가격을 부르는 값의 몇 배를 지불하겠다고 하며 '그건 내 플라이드에요' (한참 있다 그게 pride란 걸 알았죠) 하던 장면도 기억이 나네요.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던건, 뭘 잘 모르던 저한테도 매우 퇴페적이고 묘한 느낌을 주던 오수미였어요. 무엇보다 그사람 눈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 기억으론 연상의 오수미가 밀어주고 끌어주어 성공한 디자이너 임성민이 부잣집 딸 오혜림과 결혼할 욕심에 자기한테 집착하던 ('샤르망, 넌 내거야' 뭐 이런 대사가 있었던 것 같은 희미한 기억이..) 오수미를 죽이고, 계속 되는 유령의 전화와 각종 귀신 소동에 시달리는데 알고보니 오수미는 죽은게 아니었고, 여자 둘이 짜고 임성민을 파멸시킨다는..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맨나중의 반전에선 좀 놀랐죠. 80년대 중반에 나온 한국영화에 그런 레즈비언 팜므 파탈이 나오다니.
여기까지 쓰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 야사시한 영화에 변희봉씨도 나왔었군요.
------
80년대에 쏟아진 에로 영화 '애마' 부인 시리즈 중에 [파리 애마]를 어쩌다 시작 부분만 조금 보게 된 적이 있었어요. 제가 보기에도 여주인공 유혜리씨가 이국적이고 매혹적이더군요. 근데 사드백작 혹은 Story of O의 스티븐 경같은 남자 주인공이 짜잔 실루엣부터 등장했는데......티비 일일 연속극에 옆집 아저씨같은 역으로 잘 나오던 배우가 뽀글 파마에 귀걸이 하고 나와서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프랑스까지 가서 찍어온 섹슈얼 판타지에 나오기엔 너무 일상적인 얼굴이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