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나의 베스트 10, 과대평가 베스트 10'

  • anhed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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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키노] 1999년 10월호 'B 무비 영화 악당선언!

★☆★☆ 나의 베스트 10 ★☆★☆

-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19,283편의 영화 중에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순서대로 골라봤다. 무순


1. 가르시아

애인의 옛 머리를 그의 옛 애인에게 데려다주는 여행이라니!

모두들 너무 심각해서 코믹하다. 늙을수록 엉뚱해지는 작가가 좋다.

나의 우상 워렌 오츠의 최고작. 에이젠슈타인과 부뉴엘, 페킨파가 사랑했던 멕시코.


2. 자매들

드 팔머의 가장 독창적인 작업. 가난하게 만든 영화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는다는 영화역사의 미스테리. 생일 케이크 살인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 전체와도 안 바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해결의 라스트.


3. 손수건을 꺼내요

부조리 유머의 대가 베르뜨랑 블리에는 단연 불어권 최고의 작가.

가부장제에 대한 유례없이 통렬한 비판. 자살한 빠뜨릭 드웨어도

잊을 수 없지만 꺄롤 롤로의 '웃지 않는 공주'처럼 매력적인 여인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4. 세컨드

<페이스 오프>는 저리 가라.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기업에 말려든

한 사내의 악몽. 프랑켄하이머 감독과 제임스 웡 하우 촬영기사가 서로

자기 아이디어 였다고 우기는 광각 렌즈의 전면적 활용. 할리우드 사상

가장 심각한 상업영화.


5. 키스 미 데들리

사나이 중의 사나이 올드리치. 미키 스필레인의 파시즘을 박살내다.

판도라의 상자를 찾아가는 마이크 해머의 기이한 모험담. B 무비 중의

B 무비, 느와르 중의 느와르, 하드보일드 중의 하드보일드.


6. 사냥꾼의 밤

악몽으로 각색된 [헨젤과 그레텔]이라고나 할까? 역사상 가장 능글

맞은 배우였던 찰스 로튼이 만든 괴상한 동화적 심리 공포 필름 느와르.

오리지널 <케이프 피어>와 더불어, 로버트 미첨의 파충류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다.


7. 포인트 블랭크

내게 단 한 명의 배우를 고르라면 역시, 리 마빈. 이 초현실주의 필름

느와르에서 그의 무표정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잘 걷는 사나이 Walker는

줄기차게 복도를 걷지만 그가 겨냥한(Point) 과녁은 텅 비었다(Blank).

한마디로, 쿨하다!


8. 복수는 나의 것

한 연쇄살인자의 범죄 행각을 기록영화적으로 추적한다. 살인하고 손에

묻은 피를 자기 오줌으로 닦는 장면에서 그 비정함은 극에 달한다. 제자

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모아준 돈으로 촬영을 시작했던 노감독 이마무라

쇼헤이의 결의가 비장하다.


9. 악질 경찰

아벨 페라라의 최고작. 타락한 형사는 구원받을 것인가. 성당에서 윤간

당한 수녀의 국부를 클로즈업으로 '뜩!' 보여주는 데에서는 할 말을 잃었

다. 미즈 45, 조에 태멀리스가 비공식 각본가로 참여하고 하비 케이틀이

자기 대사를 직접 썼다.


10. 말러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가 철저하게 해부되고 조롱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마조히스트적 쾌감. 정신병자 켄 러셀의 증세가

가장 악화된 상태를 알 수 있는 임상보고서이자, 분방한 상상력이

뭔지를 보여주는 말러 뮤직 비디오.


☆★☆★ 과대평가 10 ☆★☆★

- 물론 다 뛰어난 영화들이다. 다만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다는 게 죄라면 죄. 무순


1. 메탈 자켓

큐브릭은 신비화된 감이 좀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많이 떨어진다.

훈련소를 묘사한 앞의 반은 짱이지만, 베트남에서의 뒤의 반은 꽝이다.


2. 하나비

<그 남자 흉폭하다>나 <소나티네>보다 훨씬 못하다. 아내와의 여행

시퀀스는 너무 유치해서 봐주기 힘들다. 앞의 반으로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3. 로스트 하이웨이

너무 추켜세워주면 이렇게 된다. 자기 자신의 모티브들을 재탕 삼탕

우려먹는 안이함. 미완성 각본으로 폼만 잔뜩 잡는다.


4. 싸이코

허만의 음악과 샤워실 장면을 빼면 막상 별로 남는 게 없는 영화.

히치콕의 대표작은커녕 베스트 10에도 안 끼워 준다.


5. 중경삼림

고독한 게 뭐 자랑인가? 고독하다고 막 우기고 알아달라고 떼쓰는 태도가 싫다.

특히 타월이나 비누 붙들고 말 거는 장면은 기가 막힐 따름이다.


6. 그랑 블루

물 속에서 숨 오래 참기가 뭐그리 대단한 일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다 속 풍경의 아름다움이라면 <아틀란티스> 쪽이 차라리 낫다.


7. 씬 레드 라인

전쟁에 대한 그다지 독창적인 해석도 없는 데다가, 그 현학적인 독백들이란!

영화에 나레이션을 입힌 건지, 시 낭송에 배경 그림을 깐 건지...


8. 다크 시티

젊은 영화광들이 열광하는걸 보고 실망했다. 독일 표현주의와

필름 느와르를 분위기만 좀 배워 와서 잔재주 부린 데 지나지 않는다.


9. 시민 케인

적어도 영화사상 최고작은 아니다. 자기현시적인 테크닉 과시로

일관할 뿐 스케일에 걸맞는 감동은 없다. 웰즈는 후기작들이 백배 좋다.


10. 올리버 스톤의 킬러

인디들의 노고를 훔쳐다가 떠들석하게 팔아먹었다. '미디어 비판'이라는

명분으로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 놓고 스캔들을 조장하는 교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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