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대한 잡생각들

  • Modiano
  • 09-09
  • 1,481 회
  • 0 건
이 영화, 제작년 크리스마스에 선배 언니 2명이랑 같이 새벽까지 봤었는데,
오늘 보니까 기분이 많이 다르네요. 그 때는 어, 감우성이랑 엄정화가 꽤
생각보다 연기 잘하네, 영화가 많이 시니컬하군. 그러다 말았는데 오늘은
혼자 밤에 보게 되니까 오만 잡생각이 다 나네요.

두 사람 모두에게 공감이 가면서. 연이는 어딘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여자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연이는 역시 유하감독도 남자구나 싶은, 남자들의 환타지같은 구석이 있는
여자같아요. 남자를 위해서 요리하고 집안을 꾸미고, 면도까지 해주는걸
자신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아는 그런 여자.

연이가 병원에서 사과깎는걸 보면서, 결혼하려면 나도 사과깍는걸 연습해야
되는거 아닐까 그런 생각도 살짝 했었어요. 난 사과를 그냥 뚝뚝 잘라서
칼에 찍어서 먹거든요.(엄마가 기겁을 하시더군요.)
껍질째 씹어먹거나. 연이는 겁나게 사과를 잘 깎더군요.

사실 그런 여자들한테 피해의식이 있나봐요. 저런 여자들이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들이지 모 그런거. 하긴 나도 어렸을 때는 sweet home의 꿈이 있었죠.
연이처럼 가족들한테 직접 과자나 케잌같은걸 만들어주고, 집안도 예쁘게
꾸미고.  남보기엔 별로 그런 생각없는 사람같이 보였겠지만.
지금은 내가 그런걸 만들기엔 택도 없는 요리 실력에, 아마 밀가루며 그릇들을
온통 어질러놓은채 짜증스러워할게 뻔하다는걸 알지만요.

지금 보니까 대사들이 그냥 겉멋들린 시니컬함이 아니더군요. 슬펐어요.

내가 미래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 모습은 항상 결혼해 있는 건대
왜 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아이때문에? 사랑하는 남자랑 살고 싶어서?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모나지 않게 남들이랑 걸음을 맞추면서
살고 싶어서였을거에요. 남들과 같은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결혼을 안하고 살면 어딘가 텅비어 버린 인간처럼 느껴지면서 나이들어갈까봐.
초라하게 보일까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은 숨이 막히네요. 내게 맡겨진 역할에
충실한 배우처럼 연기를 하면서 살게 될거 같은 기분에.

닥치면 닥치는 현실대로 사는거지 미리 뭘 그렇게 복잡해지는지 모르겠어요.
당장 누가 결혼하자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결혼을 안한채 혼자 나이들어 갈지도 모르죠. 사실 그다지 나쁜 선택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쓸쓸해요. 그렇게 살게되면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궁금해 하겠죠. 결혼이란걸 뭘까, 내 아이를 가지게 되는 기분은
어떨까.

* 이러니까 잠을 못자네요. 오늘까지 못자면 내일은 너무 힘든데.

이러는 나자신을 보면 참 웃기네요. 항상 난 결단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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