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 ginger
  •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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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금요일 오후 2.15-3.00pm(한국시간 10.15 - 11.00pm)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의 소설 'The No.1 Ladies' Detective Agency '를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합니다.

시간 맞추어서 여기

http://www.bbc.co.uk/radio4/arts/afternoonplay.shtml
  
가셔서 'Listen Live'로 들으시거나, 아니면 지난 주 다시 듣기로 들으셔고 좋구요.

보츠와나의 넉넉한 몸집과 지혜, 위트와 인생의 경험으로 무장한 아줌마 탐정 '마 라모츠웨'는 집 나간 남편, 없어진 암소를 찾아주면서 소박하고 따뜻한 아프리카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쓰고 보니 참 클리셰네요. 소박하고 따뜻하다. 글 쓴 사람이 그렇게 의도하고 썼고, 가치관이 꽤 보수적인 것도 느껴지지만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역겹진 않습니다.

사실 소설이 너무 따뜻하고 느긋하고 낙관적이어서 보츠와나의 현실을 생각하면 좀 걸리기도 해요. 여자의 평균수명은 40세, 에이즈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 소설에선 그런 게 보이지 않거든요. 단지 좀 어렵고 물자도 부족하고 아직도 미신도 많이 믿지만 나름대로 잘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등장하지요. 그래서 보편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작가는 어려서 짐바브웨에서 자란 스코틀랜드 사람 남자이며 에딘버러대학 법의학 교수랍니다. 작가에 따르면 주인공이 어쩌다보니 탐정이 된 이유가 온갖 사람들이 인생의 문제를 갖고 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서 활용한 거지 별로 장르에 신경 쓰지 않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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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정신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면서 이분들을 '민족'의 이름으로 일본을 증오하고 단죄할 때만 언급하고 말아서는 정말 안되겠단 생각이 굳어집니다. 언니네에서 특집 기사를 실었는데, 이분들의 목소리가 절절해서 옮겨옵니다. 할머니들 이름 앞에 故자가 눈을 부릅뜬 것 같아요.


그 당시 우리가 지어서 부른 노래는 지금도 생각난다. 곡은 학교에서 배운 일본 군가에다 가사를 지어서 일본말로 불렀다. 아아 산넘고 바다건너/ 멀리 천리길을 정신대로/ 아득히 떠오르는 반도/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눈이 펑펑 올 때 진주에서 간 사람들은 모두 그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故 강덕경 |


일본도 나쁘지만 그 앞잡이 짓을 한 조선 사람이 더 밉다. 한국정부에 할 말이 많다. 한국정부도 우리들에게 보상해주어야 한다. 집이 없어 너무 고생이 심하다. 정부에서 살 집이라도 마련해주면 좋겠다. 故 김순덕 |

내가 내 원통한 것을 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젠 더 이상 내 기억을 파헤치고 싶지도 않다. 한국 정부나 일본정부나 죽어버리면 그만일 나 같은 여자의 비참한 일생엔 그 어떤 관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故 김학순 |

저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고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 자신이 부끄럽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제가 아니라 일본정부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故 정서운 |

늘 억울한 마음으로 살았다. 씨값을 한다고 집을 나왔는데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다.지금붙터라도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남은 인생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다가 남에게 폐를 입히지 않고 죽는 것이 바램이다. 황금주 |

나는 1926년생이다. 그동안 살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고생은 다하며 살아온 세월이 내 나이를 팔십은 먹어보이게 한다. 평생을 살면서 가슴에 묻어둔 이 원통함을 통곡으로 토해보고 싶다. 자식이 알까 남편이 알까 마음졸이며 이렇게 털어놓는다. 최명순(가) |


내가 스무살인 1945년에 일본이 패망했다. 패망한 날 내가 청소당번이라 주인방에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라디오에서 8월 15일에 천황이 손들었다라고 하는 방송이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으로 도망가기 바빠 날마다 배를 타고 나갔다. 조선인들은 고국으로 가기는커녕 대만인들에게 맞아 죽을 지경이었다. 이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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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티비에서 60대 영국의 게이들의 (그때는 게이란 말이 없고 퀴어나 호모섹슈얼이라고 불렀대요) 삶을 간략히 보여주고 회상하는 짧은 다큐멘타리를 보여주었는데요, 60년대는 영국의 동성애자들이 막 옷장에서 나오던 때라고 하네요. 미디어에서도 부정적이긴 하지만 많이 다루었고, 67년 동성애가 합법화되기도 했구요. 그때 동성애에 대한 주류의 반응이 '혐오스럽지만 어쩌겠냐, 봐줘야지'였답니다. 분위기가 요즘 한국이랑 좀 비슷하기도 해요.

동성애자들이 괴롭고 살기 힘든다는 소위 '객관적'인 프로그램이 자꾸 나오니까 69년 몬티 파이슨 갱들은 이런 태도를 꼬집는 발랄한 스케치, '쥐 문제' 를 내보냈다고 하네요. 뭐 파이슨 중에 그래엄 채프만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게이기도 했죠.

이 '쥐 문제'에서 마이클 페일린이 심각한 얼굴로 나와서 '왜 인간이 쥐가 되고 싶어하는가'란 질문을 합니다. 티비 스튜디오같이 생긴 곳에서 어두컴컴한 조명을 뒤로 받으면서 익명의 인터뷰를 하는거에요. 뒤통수부터 보여주는 이 '쥐 인간'은 젊은 존 클리즈입니다. 멀쩡하게 양복을 입고 앉은 존 클리즈가 머뭇거리고 약간 부끄러워 하면서 '되고 싶어한다기 보다...그냥 그런 일이 생겼고...17살에 파티에 갔는데...몇 명이 쥐 옷차림을 하고는..치즈를 나눠주기 시작하더니....다같이 찍찍거렸어요' 하는 겁니다.

장면이 바뀌면 심리학자가 등장해서 '우리 모두 안에 쥐가 있다, 인구의 7%는 쥐다, 사춘기때는 다들 하루에 2,3번씩 찍찍대기도 한다'고 심각하게 인터뷰를 하고, 밑에 '매우 적대적인 반응'이란 자막을 달고 그래엄 채프만이 나와서 '걔들도 어쩔수 없겠고, 뭐 바꿀 수도 없으니 그냥 죽여버리자'고 합니다.

이거 보다 얼마나 웃었는지.

프로그램의 요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대의 게이들은 나름대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았다는 거였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합법화 되었다니까 '그럼 스릴이 없어서 재미가 없잖아'라고 했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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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젠 나이 좀 드신 레즈비언 중에 매기 햄블링 (Maggi Hambling)이 있었습니다. 이사람은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 카리스마 가득한 화가/조각가에요. 런던 트라팔가 광장 옆에 오스카와일드 조각을 기억하시는 분들 계십니까? 이 사람 작품이죠.



이사람의 작품은 테이트와 내셔널 갤러리 등지에 상설 전시 되어 있기도 하지요. 위에 말한 티비 다큐멘타리에도 한 손에 담배를 들고 나와서 60년대 런던 첼시의 레즈비언 클럽 게이트웨이즈 이야기와 자기가 엄마한테 아웃한 얘길 하더군요. 런던에 미술 공부하러 가자마자 버스 차장과 눈이 맞았다고 얘기했대요. 걸걸한 목소리로 'bus conductor와 사귄다고 해도 엄마가 기절할 노릇이었지만, 그게 conducto*ress* 였거든' 그리고 껄껄 웃더군요..


매기 햄블링


이 분이 최근에 또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는데, 마이클 잭슨의 초상화를 로얄 아카데미 전시회에 내면서 '잭슨은 무죄다'란 쪽지를 덧붙였다네요. 그덕에 거기서 거절당하고 다른 곳에서 전시하고 있댑니다.





햄블링은 데릭 자만이나 스티븐 프라이, 쿠엔틴 크리스프등의 초상도 그렸죠.

스티븐 프라이


나머지는 여기 가시면 보실 수 있어요.

http://www.iapfineart.com/maggi.html


매기 햄블링을 휘저어 놓은 마지막 연인 헨리에타의 초상



헨리에타 모라이스 (Henrietta Moraes)는 60년대 소호의 여왕, 섹시한 미녀, 주정뱅이, 마약중독자, 70년대엔 히피, 보헤미안, 나중엔 도둑질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프란시스 베이컨과 루시안 프로이드가 이사람을 그렸었죠. 정말 금기라곤 별로 없었던 사람이었다는데, 입버릇도 험하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충동적인 사람이었대요. 60년대 런던의 예술가, 지식인들과 잘 놀면서 여왕으로 군림했다니까요. 이 때 이사람의 유명한 말버릇은 'Fuck off, darling'이었답니다.

이 파란만장하신 분이 60대 중반의 나이에 매기 햄블링을 단순간에 사로잡았지만, 이미 암으로 죽어가고 있었대요. 위의 초상은 죽어가는 연인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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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안 프로이드 얘기가 나와서.

저는 이사람 그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작년인가 루시안 프로이드가 여왕의 초상을 그렸는데 그게 소동을 일으켰어요. 예쁘게 그려주질 않았거든요. 평론가들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다른 반응을 보이더군요. 가디언은 잘 그렸다, 타임즈는 어정쩡, 선은 반역이니 프로이드를 런던탑에 가두라고 했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루시안 프로이드가 그린 초상인데 뭘 바랐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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