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글을 이 게시판에 쓰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그렇지만 저는 이 게시판 특성상 자신만의 취미에 대한 콜렉션이 있는 분들이
제법 있으시리라 보고, 나이를 먹어 혼자 독립한 경우가 아닌 이상
가족들과 취미에 대하여 여러가지 트러블이 있던 경험 역시 있으시리라 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짧은 조언이라도 감사히 듣겠습니다.
`누군가'란 바로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제 동생입니다. 한참 사춘기의 남자애죠.
몇 년전부터 계속 제 방을 뒤지고 있습니다. 주로 만화책을 가져가요.
만화책은 사서 보는 주의라서 방에 상당히 만화책이 많거든요.
문제는 말없이 가져가서 보고 갖다놔도 암말 안 할텐데
대체 어떻게 책을 보는 건지 변기에 한번 집어넣었다 뺀 것처럼 책을 만들어 놓습니다.
(한국 만화책의 제본이 약한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처참해질줄은 저도 몰랐습니다-_-)
실종되는 책도 여러 권이고 개중에는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뿌리기까지 하는 모양이더군요.
방 자체가 워낙에 어지럽기도 하고 이사가 잦아서 책이 순서대로 꽂혀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속수 무책이죠... 구석에 꽂힌 책을 가져가면 저도 모를 정도니까요.
말로는 가볍지만 우연히 혼자서 집안 청소를 하다가
동생의 침대 밑에서 걸레가 된 제 책들을 수십권씩 발견하면 그때는 저혈압도 고혈압이 되더군요.
산지 며칠 안 된 신간조차 어느 순간 슬그머니 없어져서
몇개월 후에 반쯤 뜯겨지고 책장은 습기를 먹어 울은 채로 소파 귀퉁이라거나 하는 곳에서 발견됩니다.
정말로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보았습니다.
회유도 하고 화도 내고 때리기도 하고 대놓고 아주 화를 내기도 하고
방을 잠궈도 보고 혹시 몰라 문고리를 바꿔 보기도 하고
책을 일일이 전부 묶어 놓기도 하고
심지어 아까 언급한 침대 밑에서 책을 발견했을 땐... 너무 화가 나서
순간 방을 말 그대로 전부 `뒤집어' 버렸습니다.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땐 스스로도 혐오스러웠지만 어쨌든 저도 위가 쓰릴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아무리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해 봤자 효과가 없다는 건 너무 명백했기 때문에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무 말 없이 어느샌가 방을 치워놓고 입 다물고 있더군요.
책 정도 가지고 그러느냐고 말씀하실지 모르지만 방이 침해당한다는 것은 굉장히 모욕감이 느껴지는 일입니다. 적어도 저의 경우엔 그렇고 일반적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책만 뒤진다면 모르지만 혹시 다른 걸 뒤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러 모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군요. 하숙도 이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릅니다.
집에 살면서 왜 외출할 때마다 창문과 문을 전부 꼭꼭 걸어잠그고 나가야 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사춘기의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관계에 악영향이 너무 큽니다. 너그럽게 넘어가려고 해도 엉망으로 된 책들을 보면 화가 치솟거든요. 방금도 미친듯이 화를 내고 돌아온 참입니다.
화란 내면 낼수록 더 느는 것 같더군요. 원래 전 이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