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산책, 부루의 뜨락, 기타 잡담

  • 요가산책
  •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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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제 별명에 맞게 산책을 두 시간 가량 했습니다. 장소가 명동이었다는 게 특이했고 중간 중간 멈춰서서 돈을 써댔다는(!) 게 문제였으며 또 하이힐을 신고 했다는 게 결정적 실수였지만 오랜만의 명동 나들이라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1.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명동 성당 앞에서 은행과 군밤 파는 리어카에서 은행을 사먹었더니 그것도 나름대로 정취가 있더군요. 아주머니가 금속 바구니(?)에 든 은행을 불에 다시 구워주는데 진짜 '이젠 가을이구나' 했거든요. 그걸 사 먹은 이유도 목이 답답하고 기침이 나오려 해서였고.

2. 간만에 개과천선하고 남는 시간도 때울 겸;해서 6시 반 경 성당 앞 약국에서 '보통 저녁미사 있어요?'하고 물으니 일명 '가톨릭 약국' 아주머니,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이름만 가톨릭이고 성당은 안 나가시는가 봅니다.

3. 여전히 많은 리어카의 물결. 결국은 이거 저거 구경하다가 jean으로 된 모자 하나 샀습니다. 완전히 충동구매였는데(사실 청바지 감으로 된 모자 하나 살 생각은 있었는데 제 생각엔 좀 더 샤프해 보이는 걸 사려 했거든요) 잘 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15000 부르는 거 12000에 깎아 샀으니...

4. 확실히 요즘 불황은 불황인 듯. 값을 엄청 싸게 해서 파는 곳도 많은데, 그래도 상당 수 손님이 없고 횡하더군요.

5. 제가 들어가 열심히 구경한 곳은 Polo Jean 매장. 별로 애국적인 짓이 아닌 거 알지만 예쁜 옷이 많은 걸 어쩝니까. 꽃무늬 들어간 흰 마 블라우스와 흰 면 셔츠, 가죽벨트 달린 청자켓에 침만 흘리다; 왔습니다.

근데 거기가 확실히 북적북적 하더군요. 자리가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님 확실히 이집 옷이 다들에게 예뻐 보이는 건지...

6. 가다가 명동 음악사, 부루의 뜨락 이런 곳이 보이길래 명동음악사에는 들어가서 보첼리의 데뷰 앨범(가을이 되니 왠지 푸근한 음악이 듣고 싶어져서요) 카세트(보첼리 정도에 CD 값 투자하긴 싫어서 - 보첼리 팬들은 용서하시길..) 샀습니다.

명동이나 시내 가게를 들어가 보면 강남과는 다른 것이, 주인 아주머니/아저씨가 훨씬 넉넉한 인상과 푸근한 매너(?)를 가진 곳이 많다는 겁니다. 강남은 재빠르고 싹싹해도 인상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별로 없거든요. 친절도 약삭빠르고 겉치레다 싶은 곳이 많죠. (물론 강남 쪽이 훨씬 efficient한 서비스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만)

특히 음악 같은 것엔 시내 중심가의 오래된 점포에서 구매에 대한 충고를 구하기가 쉬운 거 같습니다. 지난 번 간 명동 지하 상가 씨디가게 아저씨는 이것 저것 추천해서 제가 카세트 3개를 사게 만들었으니...

7. 결정적으로 부루의 뜨락. 사실 처음 들어가 보는 건데(전에 신세계 앞에 있을 때는 맨날 간판만 봤죠. 저야 본격적인 클래식 애호가와는 거리가 머니까) 호기심에 가서 '가요' 쪽 씨디를 보니 정말 고전적인 이름들(김민기 기타...)로 가득하더군요.

근데 제가 며칠 전부터 사야지 생각했던 김광진 독집 앨범이 있는 겁니다. 평소 월급장이의 감수성+여성적인 취향 혹은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가사(그나저나, 이 사람 가사도 상당히 소심증적인 듯)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인데 엊그제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하나를 듣고 정말 와닿는다 생각했거든요. 이런 걸 일컬어 lucky stroke라고 하겠죠~(덕분에 11,000원 또 썼습니다).

그리고 Preisner 팬들에게 희소식 하나. 'Bleu' 음악 CD가 딱하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전 혹 'Philadelpia' OST가 있나 하고 봤더니 그건 없었고.... 돈이 되면 Macy Gray같은 소울풀한 앨범을 사거나 시간이 되면 Hall & Oates나 Steely Dan 씨디를 찾아보고 싶었는데 둘 다 안되서 그냥 나왔습니다. 언제 두꺼운 지갑으로 무장하고(?) 작정하고 한 번 가서 뒤져 봐야죠.

계산을 하면서는 'Stand Alone Complex'를 비롯한 DVD들이 눈에 띄더군요. 제 동생이 열광하는 카우보이 비밥도....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전자가 22,000이랍니다. 생각보다 싸네요. 전엔 일본 영화 DVD/비디오를 엄청난 가격에 구해 모셔 놓고도 그렇게 좋아하곤 했는데...;;

8. 오늘 저녁 11시부터 시작하는 '명동백작' 광고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잘 나왔다는 얘기가 있어 저도 보려 합니다.

9. 실은 여기 분들 중 일부가 좋아하시는 '무인양품' '무지' 간 얘기도 있는데 글이 너무 길어졌군요. 다음에 기회 봐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실은 거기 가려고 명동을 갔던 거거든요.

10. 결론은 '명동에서 이거저거 솔솔 돈 쓰면서 헤매고 즐기고 사람들 만나서 왕창 먹고 떠들다가 1시에 귀가했다'입니다...:)

저같은 강남파-5살때부터 강 남쪽(흔히 말하는 강남은 아니지만)에 살며 강북을 '시내'라 부르고 강북 지리는 잘 알지도 못하는-들도 왜 명동만 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걸까요? 태어난 곳이 강북이라 그럴까? 아님 어릴 적부터 익은 곳이라?

어쨌든 노포(한자를 못 써서...오래된 가게)와 새로운 점포들이 어울려 있는 명동, 좋은 곳임에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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