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9.11이었죠. 그때 혼자 티비 켜놓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가 입력이 잘 안되어서 멍하게 티비를 쳐다보던 기억이 납니다. 웬일로 간단한 김밥을 만드는 거창한 짓을 하고 있었거든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뉴스할 시간에 웬 영화냐..다이하드 같은 건가? 이러면서요...
어제는 테이트 모던에서 맘에 드는 설치미술을 두 개 봤습니다. 돌아온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미도 한 번 다시 봤구요. 그 작품은 좀 에일리언처럼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가운데 철망에 들어 있는 알도 불길하고. 같이 간 친구가 거미를 인간의 공포를 투사한 대상물로 표현한 게 싫다면서 투덜 투덜.
바람이 선선한 가을 날씨가 정말 좋아서 테이트 모던 건물 앞에 촘촘하게 심은 실버 버치들이 사르륵 소리를 내더군요. 눈여겨서 보니까 은빛 줄기가 햇볕에 유난히 더 반짝거리는 것 같았어요. 테이트 모던은 옛날 화력 발전소 건물이라는데 정말 갈 때마다 맘에 드는 공간입니다. 템즈강을 내려다 보면서 누구나 편히 앉아 쉴 수 있게 전망 좋은 곳에 소파도 여러개 놓여 있고, 전시하는 작품에 관한 책자들도 비치되어 있죠. 7층의 카페의 전망좋은 자리에서 커피와 케익도 한조각도 먹고...정말 여러가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답니다.
누군가가 파노라마뷰로 사진을 올려놨더군요.
카페에서 보이는 템즈강
밀레니엄 브리지에서 본 테이트
어제 본 것 중에 순전히 미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품은 덴마크사람 울라푸르 엘라이아슨 (Olafur Eliasson)의 [Your Double-Lighthouse Projection]이었습니다. 높디 높은 천장의 하얀 공간에 빛으로 가득찬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원형의 '방'이 있고, 사람들이 그 안에 걸어들어가면 아주 특이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큰 방은 강한 색깔의 빛, 작은 방은 흰색 빛의 공간이거든요. 망막에 남은 잔여 이미지를 가지고 노는 작품이라 벽을 마주 보고 서 있으면 그냥 아무것도 없이 빛만 쏘아주는 벽인데 무한한 공간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구름없는 하늘을 계속 보고 있을 때처럼.
큰 방에서 푸른 빛을 잔뜩 보고 나오면 망막에 보색의 잔상이 남고, 그런 채로 흰 방으로 들어가면 흰 방이 오렌지 색으로 보이는 거에요.
또 하나는 마이클 랜디(Michael Landy)란 사람의 [Scrapheap Services]란 작품이었습니다. 가상의 인간 청소 회사 [Scrapheap Services]에서는 더이상 쓸모가 없어진 인간들을 청소해 준다고 비디오에서 광고를 해대고, 회사 유니폼을 입은 청소부 마네킹들은 신문지나 각종 폐지에서 사람모양으로 오려낸 쓰레기를 치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대처리즘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는군요. 너무 깔끔하고 태연하게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보내는 작품이어서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면서도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었어요.
상설전시로 걸려있어서 본 적이 있지만 갑자기 좋아진 그림도 생겼습니다. 카렐 아펠(Karel Appel)이란 네덜란드 태생의 화가의 작품인데, 애들이 만든 것처럼 투박해 보이는 작품이에요. [Questioning Children]은 49년 작품이라 위의 두 젊은 작가들의 최근 작품에 비하면 꽤 오래 전의 것이죠. 단순하고 자의식이 없이 편안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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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디비전이 영화로 만들어지는군요. 이안 커티스는 생각만 해도 좀 너무 우울하지 않아요? 이사람들 음악은 훌륭하지만 컴컴한 방에 촛불 켜놓고 들어야 할 것 같은 고딕 분위기도 우울한 감정을 강화시키는데다 그 춤도 거의 자기 간질 발작같았죠. 큐어도 꽤나 우울하다고 생각했는데 조이 디비전을 들어보니 발랄하더라구요..하긴 밴드 이름도 조이 디비전으로 고른 걸 보면. (또 정신대랑 연결이 되는군요...) 저는 주드 로가 이안 커티스로는 지나치게 예쁘긴 하지만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