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거목 이현세 삐딱하게 보기, 혹은 바로보기

  • 수프림
  •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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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여기입니다. 아래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퍼왔네요.

최종병기 그녀와 라디오헤드를 접목한 이 글도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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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은 한국에서 최초로 '작품'으로 범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만화다. 적어도 당시에 [공포의 외인구단]과 이현세는 한국만화 전체를 대변했었다. 당시 이현세로 인해 "만화가"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르는 현상조차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평가가 위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위상이 평가를 대체해버린 것이다. 어쩌면 작품이나 작가를 비평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지금 우뚝 서 있는 한국만화의 프론트맨을 보다 숭앙하는 것이 한국만화의 파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건 일리 있는 말이다. 요컨대 이현세는 한국만화계의 위상을 대표하기 때문에 그를 비판하는 것은 한국만화의 위상을 비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반복되어갈수록 척박함 자체는 계속 강화될 뿐이다.


같은 이야기로, [천국의 신화]가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서 포르노로 판정받고 작가인 이현세가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사회적으로 일어났던 거대한 옹호의 물결을 다시 평가하고 싶다. 미리 이야기해두지만 필자는 그것이 순수예술이건 대중예술이건 모든 종류의 검열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천국의 신화]가 만약 실제로 포르노였더라도, 그것은 검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급진적으로 필자는, 그것이 미성년자에게 보여진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즉, 필자는 당시 이현세의 유죄판결에 여전히 반대한다. 그러나 [천국의 신화]의 검열에 반대하는 것 =[천국의 신화]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옹호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논의구도에는 심히 불만이 있다. 당시 법원의 판결문을 보자.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이 사건 만화의 전편을 통하여 미성년자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교훈을 준 목적으로 이 사건 만화를 그리고 편집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만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야만적인 원시인의 모습 그대로 표현하면서 여자들은 대부분 현대의 미인으로서 매우 세련된 누드로 표현하고, 여자들의 자세나 얼굴 표정 등을 필요이상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한 점, 이 사건 만화의 신화적이고 교훈적인 의도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남자가 한 여자를 집단강간 하거나 인간과 짐승들간의 정사를 현실속에 가능한 것처럼 묘사하는 등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성과 관련된 장면과 정사장면에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이는 엄밀히 틀린 말이 아니다. 요컨대 원시의 생활을 묘사하기 위한 만화가 저렇게 긴장감 넘치는 강간장면으로 넘쳐야 할 필연성은 전혀 없다. 아니 백번양보해서(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원시생활이 실제로 저랬다 치자.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육체에 대한 페티쉬로 가득한 구도와 묘사가 행해져야 할 하등의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한국만화의 대가 이현세의 야심작"임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부분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포르노적 감성의 상고사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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