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상영관 장사가 안되어 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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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예술하렵니다 '제한 상영관', 아니 벌써 폐관

[필름 2.0 2004-09-14 22:50]



‘표현의 자유 신장’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제한 상영관' 중 하나가 3개월을 못 버티고 백기를 들었다. 이 영화관은 차라리 예술영화를 상영하겠다고 9월 1일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업태를 바꿨다.

"광고 제한으로 극장 문 닫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진짜 문 닫게 됐다.” 지난 5월 14일 국내 최초로 제한 상영관을 개관했으나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8월 25일 관할 구청에 제한 상영관 등록 취소 신청을 낸 대구 동성아트홀 배사흠 대표의 말이다. 1992년 대구시 중구 동성동의 소극장 푸른극장을 인수해 10년 넘게 극장업을 해온 배 대표는 2002년 메가박스를 시작으로 2003년 롯데시네마와 MMC 등 멀티플렉스 체인이 대구에도 들어서자 ‘삶의 위기’를 느꼈다. 재개봉관과 비디오 영화관을 오가며 극장 하나로 '먹고살아온' 그에게 거대 자본의 멀티플렉스는 힘겨운 상대였다. 차별화된 극장을 구상하던 즈음, 배 대표는 결단을 내려 1천5백만 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떠안고 5월 14일 한국 영화사에 등록될 첫 번째 제한 상영관의 문을 연다.
하지만 열린 문으로 들어온 첫날, 첫 상영 관객은 고작 4~5명. 그러나 동성아트홀이 한국 영화 문화에 표현의 자유를 가져올 성지로 전국 언론에 보도되자 일요일인 16일에는 무려 103명의 관객이 몰렸다. 이 기록은 8월 25일 제한 상영관 등록 취소 신청을 낼 때까지 갱신되지 않았다. 그 후로 3개월 동안 2백 석 규모의 동성아트홀을 찾은 일일 관객 수는 평균 10명도 되지 않는다. “규정상 극장밖에 포스터도 못 붙이니까 비디오 극장 때부터 단골이었던 손님도 극장 문 닫은 줄 알고 끊겨 버렸다. 개관작 <로망스>는 그나마 반응이 괜찮았는데 두 번째 영화 <애나벨 청 스토리>는 ‘이게 영화냐’고 항의하는 통에 욕만 먹었다. 세 번째 영화 <지옥의 체험>은 너무 안 돼서 다시 <로망스>를 틀었고.” 배 대표는 동성아트홀이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백기를 든 이유로 엄격한 광고 제한, 턱없는 배급 물량, 그리고 50m 내에 같은 날 개관한 제한 상영관 레드시네마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배 대표의 경험적인 지적은 정확하다. 2002년 1월 26일 영화진흥법 개정으로 제한 상영가 등급이 신설되면서 제한 상영관 설치는 법적 근거를 얻었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2004년에야 극장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산 넘어 또 산. 제한 상영가 등급 영화는 상영 장소와 광고가 엄격히 제한되고 다른 영상물(비디오, DVD 등)로의 제작이 금지되는 등 18세 관람가 등급 영화와는 흥행면에서 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대구고등법원 한위수 부장 판사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영상 등급’ 8월호에 '광고나 다른 영상물로의 제작에 대한 지나친 제한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두 번째로는 제한 상영가 영화의 심각한 물량 제한을 들 수 있다. 배 대표가 석 달간 상영한 영화는 <로망스>를 비롯 세 편에 불과했다. ‘상영작이 바뀌어야 손님도 도는데’ 물량이 적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제한 상영가 등급의 한국영화가 거의 제작되지 않은 실정에서 스크린쿼터까지 지켜야 하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제한 상영가 영화의 수입, 배급을 하고 있는 듀크시네필름의 조영수 이사는 “오해는 말아 달라”고 전제한 후, “성기 노출 등으로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은 <팻 걸>이 재심에서 ‘18세 관람가’를 받아 수급에 차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팻 걸>에 대한 영등위의 전향적인 등급 심의는 ‘표현의 자유’가 이룬 쾌거로 평가되었지만, ‘표현의 자유’ 최전선에 있는 제한 상영관에는 타격을 가져온 것이다. 게다가 애초 20개 정도 개관 물망에 오르던 제한 상영관은 대구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등록 신청서가 잇따라 반려되면서 수원 피카디리를 제외하고는 전체 3곳 중 대구에만 두 곳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지금 제한 상영가 영화는 협소한 시장으로 제한 상영가를 받을 수 있는 다수의 외화들이 등급 심의조차 하지 않고 창고에서 자고 있는 실정이다. 듀크시네필름은 연말까지 극장망을 확충하고 대학생 할인 이벤트를 추진해 시장 정상화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동성아트홀은 9월 1일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탈바꿈해야 했다. 법과 현실 사이, '제한'보다는 차라리 '예술'이 가까웠다.
한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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