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어두운 강의실에서.
백번은 복사한 듯한 비디오속의 뿌연 복도 장면이
싸구려 프로젝터를 통해 눈 앞의 스크린에 졸음과 함께 뿌려졌던 기억도
흐릿하게 존재하는 것도 같지만
저는 아직도 샤이닝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건 확실해요.
그리고 전 지금. 샤이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저녁에 홈 CGV에서 하는 샤이닝을 기다리냐구요?
아뇨, 전 그 시간에 꿋꿋이 아일랜드를 볼 겁니다.
그리고 전 또 샤이닝을 기다립니다.
샤이닝이라는 라벨이 붙은 조그만 깡통 속의 필름이 투영된
거대한 스크린을 보며 전율할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을 말이에요.
몇몇의 영화들은 그렇게 계속,
저에게 기다림으로만 존재하는 작품들입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직면할 쾌락에 대한 작정없는 기다림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얼마 전에 저는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황야의 무법자와 미치광이 피에로를 봤습니다. 극장에서요.
그때 전 이전에 29인치 모니터 위에서 이 영화들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걸 감사하며
다시 한번, 저의 다짐을 굳히게 되었죠.
예전에 역마차나 이지 라이더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을 때도
적어도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던 것 같군요.
조만간엔 녹색광선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차례의 유혹에도 비짜 비디오를 일부러 외면해왔던 제가 대견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