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국 의회에선 난입 사태가 있었습니다. 의원들이 여우 사냥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토론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몇 명이 들이닥쳐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사냥을 찬성하는 사람들이었죠. 의회건물 밖에선 평화시위가 폭력시위로 바뀌어 경찰과 충돌이 있었구요.
어쨌거나 법안은 통과되었고, 앞으로 사냥개를 풀고 나팔을 불면서 여우를 사냥하는 모습은 좀 보기 힘들겠군요. 금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하면서 앞으로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사냥을 하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주로 전통적으로 이런 사냥을 즐기던 시골 상류층들이거나 농부들, 사냥꾼들을 대상으로 수입을 올리던 사람들인가봐요.
제가 아는 사람 하나는 불교신자이며, 동물해방 운동가이고, 철저한 채식주의자이기도 합니다. 신발도 혁대도 가죽제품은 쓰지 않구요. 이 사람은 여우사냥 방해 작전에도 참여했었다고 해요. 사냥개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여우냄새와 유사한 약품을 여기 저기 흘리고 다니고, 길목에 숨어있다 말타고 따라오는 사람들한테 야유를 퍼붓곤 했답니다.
이 사람은 백인 남자이며, 마음씨와는 달리 몸집도 크고 인상도 약간 험상궂은 편인데 저한테 '그땐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 개념이 없어서 사냥하는 여자들한테는 성적 모욕이 섞인 욕을 하곤 했다'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너무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만 해서 어쩔 때는 좀 코믹하고 종종 지루하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그 친구는 '아직도' 마르크스를 읽으면서 종종 감동을 받는다는 인간이고, 반전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환경센타 자원봉사를 하고 있지요. 좌파 남자 중에 가장 프로 페미니스트였기도 했죠. 그 친구가 지금 꽤 좋아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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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사람은 딸 둘을 둔 한부모입니다. 이 아줌마는 갈색 고수머리에 동그란 파란 눈, 살짝 튀어나온 앞니 덕분에 나이보다 어려보이죠. 이사람도 채식주의자에다 동물해방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엄마랑 많이 닮은 큰 딸은 12살인데 엄마한테 비건(vegan)이 되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죠. 엄마는 얘가 아직 자라는 애니까 최소한 달걀과 우유는 필요하단 입장이구요. 가끔 참치 통조림도 먹이려고 싸우는 것 같더라구요. 동물권리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학교에서도 클럽을 조직하고 집에다 포스터며 스티커를 붙여놓는 애니까요. 이 집 창문에는 'For fox's sake, ban hunting'이란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이 집 모녀들도 아마 법안이 통과된 걸 보고 '만세'했을 겁니다.
하긴 먼저번에도 하원에선 통과했는데 귀족들의 의회인 house of lords에서 거부당했죠. 하지만 이번엔 토니 블레어가 워낙 강경하므로 어떻게든 법제화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위기감 느껴서 그렇게들 난리를 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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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치킨 런]을 보고 나오는데, 극장 앞에서 몇 명이 서서 뭘 나눠 주고 있더군요. 방금 [치킨 런]을 보고 나온 아이들과 엄마들을 대상으로 만화로 된 '채식주의자가 되자(Go Veggie)'는 안내문을 나누어 주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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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는 채식주의자였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동물은 내 친구다, 나는 친구를 먹지 않는다'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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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 뉴스에서 봤는데요, 영국 정부에서는 획기적인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내놓았답니다. 이 법안은 이미 19세기 초엽에 제정되었었다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으로 금붕어를 주는 것도, 16세 미만의 애들이 동물을 사는 것도 금지됩니다. 동물을 돌보는 건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 따르는 특권이라는 게 법이 의도한 것이랍니다.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면 제대로 돌볼 의무가 있고, 실패할 경우 소유할 권리를 박탈한다고 합니다. 개의 꼬리를 자르는 등 신체 훼손도 금지된다고 합니다.
관련기사는
http://news.bbc.co.uk/1/hi/uk/3891119.stm
영국의 동물 보호의 역사는 다음 기사에 비교적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http://www.guardian.co.uk/guardiansociety/story/0,,231995,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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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떤 나이 드신 분이랑 이야기를 하다 당신도 분명히 동의하는 문제에 대해 오로지 제가 '한국에선'이란 말을 붙였기 때문에 버럭 화를 내면서 '넌 한국사람 아니냐? 아니꼽게 저만 면제된 척 하고 있어'하던 게 생각이 나요. 이러면 이제 소통은 힘들죠. 저는 한국을 한국이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당황스럽고, 그분한테는 제가 '우리'라고 얘기 안하고 객관화 해서 거리를 둔게 고까왔겠죠. '우리'고 하지 않고 한국이라고 하는 순간, 제 말은 전부 국외자의 비난 혹은 폄하가 되거나 일반화가 되어버리죠.
저는 그 '우리'가 수상쩍거든요. 한국사람이 전부 동일한 것도 아니고, 이 바글거리고 다양한 사회에 대해서 언급할 때마다 이게 다 잘되길 바라서 하는 소리고 나도 그런 데가 있단 얘길 붙여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맥락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단지 '표현'이 문제라니. 어처구니 없는 스테레오타입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은 틀렸어, 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