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운동에 대해서는,
피터 싱어의 저서들을 읽어보시거나 관련 글들을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워낙 민감한 주제라 다른 사람의 시각을 거치지 않고 우선 1차 자료들을 접하시는 게 오해의 소지도 줄일 수 있고 왜 서구인들이 이 시점에서 '채식운동' 이라는 아주 수준높은! 정신개량운동을 시작했는지, 전지국적인 생태자원의 운용체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조지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이 동물을 잡아먹고 학대하는 한 인간은 전쟁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의 광풍속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언젠가 시장에서 닭을 잡아 파는 상인의 수레를 보고 이 말의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수레 위에서 아저씨는 익숙한 솜씨로 닭의 목을 따고 있는데 바로 수레 아래는 털이 반쯤은 뽑힌 닭들이 발목이 묶인채 날개를 퍼득거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닭들의 눈빛은 그렇게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숱하게 보던 전쟁의 학살장면과 그 시신들, 각종 포로 수용소들 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빛과 아주 똑같더군요. 순간 실감했지요. 아, 생명을 끊는다는 건 이런 것이군.
오늘 MBC의 <사실은...>에서도 또 한 차례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군사독재 정부가 저지른 소위 ‘더러운 전쟁’에 대한 과거청산에 대한 프로였는데, 그 10여년 동안수천명의 사람들이 갇혀서 죽어간 수용소들을 보고 있자니, 또 닭장에 갇힌 닭들, 철장에 갇힌 소들과 돼지들이 떠오르더군요. 지하에 굴을 파서 만들어 둔 수용소나 동물우리나 크게 다를게 없었습니다. 사람을 짐승 다루듯 한다는 말이 있지요.
정말로 신이 공평해서 우리 인간에게 이런 재앙을 내리는 걸까요? 수 천년 동안 계속된 전쟁과 학살, 인종청소...뭐 이런 것만 있나요.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잔인한 고문과 끔찍한 처형들. 이제는 인권이니 반전운동이니 하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는 세상이 되었지만. 물론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 문화, 정치적으로 저런 문제들을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의문은 남습니다. 정말 신의 저주는 아닌지? 우리에겐 이미 자연적인 천적은 없으므로 같은 우리 자신이 바로 우리의 천적이 된다는 것, 어쩌면 그 엄격한 자연법칙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인지도 모르죠.
서구의 채식운동에 대해서는, 바로 우리가 이미 그런 문화의 선도를 이뤄왔으므로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이미 채식문화라서 그런 게 새삼스러울 게 없다하셨는데, 사실 우리의 식단은 이미 상당히 서구화 되어 있습니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지. 뭐 이런 얘기는 이미 새삼스러울 것도 없구요. 주식에서 쌀의 비중이 상당히 줄어들어,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5%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밀의 수입과 콩과 옥수수 수입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수입한 콩과 옥수수 대부분은 동물 사료로 쓰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동물들을 잡아먹고 있구요.
전 세계의 사막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막화 현상의 주범이 바로 이런 과도한 가축 사육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입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동물사료로 쓰이는 옥수수의 경작이 사막화의 주요원인이죠. 미국만이 아니죠. 중남미의 경우도, 그토록 말 많은 열대우림의 대규모 파괴는, 바로 미국의 육류시장을 겨냥해서 내다 팔 소고기를 얻기 위한 목장들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후변화의 탓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인간의 식생활도 정말 한 몫 단단히 한다는 얘깁니다. 지구 전체에서 생산된 농작물의 4분의 1을 가축들이 먹는 답니다. 그런 반면에 한 쪽에선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고.
문화적으로는 서구 우월주의가 우리의 채식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취급한 측면도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불교전래 이후 천 몇백년간 먹지 않았던 쇠고기를 갑자기 먹기 시작한 것도 메이지 유신 때부터 였죠. 역시 이유는 ‘체력신장’. 서구인의 체구를 이상형으로 삼아 생전 안 먹던 고기를 먹기 시작한 겁니다. 비슷한 사례는 인도에서도 있었죠. 압제자인 영국인들의 국력과 신체를 부러워 한 나머지 소고기를 먹기 시작한 힌두교도들이 생긴 겁니다! 간디 선생도 젊은 시절에는 꽤 열심히 쇠고기를 먹었죠. 뭐 나중에는 다시 고기 안먹는 채식운동으로 인도의 독립의지를 표현하기까지 합니다만....--;;
제국주의 시절부터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저지른 침략과 함께 숱한 동물들을 멸종시킨건 바로 서구인들 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로마 제국 시대부터 그놈의 검투경기 한답시고 아프리카의 맹수들 씨를 말려왔습니다. 이미 2천년 전에, 로마인들의 마구잡이 사냥으로 아프리카에서 사자며 표범과 하마등 동물들을 찾아 볼 수 가 없다는 우려 섞인 당시 문헌들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귀신고래며 토종 고래들을 구한말에 멸종시킨 장본인들은 바로 영국과 미국의 포경선들 이었습니다. 대원군이 조선땅은 어떻게 지켜냈지만, 바다는 전혀 그렇지 못했죠. - 그러니 결자해지 정신으로 자기들이 묶은 매듭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계 중에서 유일하게 환경 그 자체를 바꿀 줄 아는 동물입니다. 또 유일하게 타종을 멸종 시킬 수도 있고, 또 그 정도의 태러를 동종인 인간에게도 숱하게 저지르는 능력을 갖고 있죠. 참 이래 저래로 대단한 동물입니다, 인간은.
오늘 퇴근하고 오는데 정육점 앞에 도살해 놓은 소의 등뼈와 작은 동산처럼 쌓아올린 도실된 돼지머리들이 보이더군요. 그 옆에 담긴, 역시 도살해서 걸어놓은 개 몇 마리도 보았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얼마 전에 본 남경 대학살 사진에서 일본인들이 한 무더기로 쌓아놓은 목없는 시체와 나무기둥에 주렁주렁 걸려있던 베어진 사람의 머리들이 오버랩 되더군요. 또 하나 말 안듣는 위안부들 길들인 답시고 목을 베어 죽이고 그 시신을 요리해서 다른 위안부들에게 먹이려고 했던 일본군들도 떠올랐구요.(이건 일본의 어느 기자가 북한에서 취재한 종군 위안부 증언록에서 본 얘깁니다.) 사람고기 먹으라면서 그랬답니다. 뭐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나.
일본의 예만 들어서 특정국가만 매도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얼른 떠오른게 그거라서...교육의 힘이 크군요. ^^;; 솔직히 따져보면 2차대전의 나치들이나 스탈린주의자들이나 한국전쟁당시 우익들이나 뭐...엄청 많네요.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정부가 총살형에 처하고 시신을 공개했던 반정부 인사들의 주검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했습니다. ‘처형’이라는 단어가 정말 고상하네. 이런 건 그냥 도살이지. 그 부풀어오른 근육과 부릅뜬 눈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개돼지 도살해서 정육점에 건 거 같아.
제가 동물의 죽음에서, 혹은 사람들의 죽음에서 이런 공포를 느끼는 건, 우리 역시 ‘동물’이기 때문일겁니다. 사람들이 감정적인 면에서 동물해방 운동에 대해서 공감하는 부분은 이런 것들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