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독백
제목을 뭘로 쓸까 하다가 읽어달라고 쓰는 글이 아닌 것 같아서 저렇게 붙였어요. 참 그리고 그냥 닉네임을 바꿨어요. 원래 닉네임은 Ambi였는데 거의 모르실 거예요. 리플만 죽어라 달고, '글쓰기'를 누른 건 답변글이었고, 독립적 글은 처음이거든요.
독특한 사이의 female friend(이런 건 영어로 써도 괜찮죠?;;)가 있어요. 많이 친하지는 않은데 같이만 자주 다녔던 동창 녀석의 girl friend로 몇 년 전에 알게 됐고, 다른 공동체(?)에는 함께 속한 곳이 전혀 없어요. 초중고대를 포함해서 모두 다르다는 뜻이죠.
이 친구는 저와 친구로서 매우 맞았고, 그 동창 친구는 저와 거의 맞는 곳이 없었고(중고 동창으로 그냥 어쩌다 자주 다니기만 했는데 그 시기에 이 여자아이와 사귀더군요.), 제 생각으론 그 둘이 사귀는 것은 불가사의해 보였어요. 뭐, 그 여자아이를 점점 알아가다가 든 생각이죠 물론.
그러다 뭐 그들은 헤어졌고(친구로 잘 지내는 사이로 지내더군요), 그럼 일반적으로 저와 그 여자아이는 연락이 끊겨야 하는 게 당연했죠. 그러나 우린 신기할 정도로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일이 잦았고, 계속 연락이 이어졌어요. 아 참, 처음엔 그 여자아이에게 흑심은 전혀 없었어요 -_- 그 후 점점 우린 친구로 친해져갔고, 그 여자아이도 저도, 서로를 그 아이(그녀의 ex남자친구이자 제 중고동창)보다 더 친한 친구로 여기게 됐죠. 그리곤 각자 서로에게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친구가 되었어요. 하지만 웃긴 건, 같이 만날 다른 친구는 없었다는 것이죠..하핫. (이유는 설명 안 해도 아시죠?) 늘 만날 땐 둘만.
굉장히 편했어요. 사고방식도 비슷하고, 취미도 비슷한 게 많고, 종교도 같고, 하여간요. (뭐 이런 건 아무리 써봤자 남이 읽으면 흔한 얘기겠죠..헷.) 사고방식 중에는 '솔로주의와 독신주의'가 같았다는 게 더 서로를 편하게 여길 수 있었겠네요. 아무리 스스럼없이 친해져도,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같은 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뭐.. 그러다 약간 분위기가 애매했던 시기가 있었죠. 뭐 사실 상대 마음은 모르는 거고, 제 쪽에서 흔들렸던 시기가요. 하지만 그 아이도 조금은 그런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는 왕자 같은 생각이 듭니다만..-_-;; 어쩌면 서로, 'XX이는 솔로주의잖아. 날 이성으로 볼 리가 없어'라면서 자신의 마음을 막았을 수도 있죠.(만약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꽤 슬픈 일일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면 아무도 깨달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하지만 뭐.. 그 아이는 한 번도 저를 이성으로 생각한 적 없을 수도 있고요 -_-a (분명 그 아이가, 매우 사소하지만, 애매한 말들과 애매한 행동을 흘리듯 한 적이 꽤 있긴 있다고요!)
하지만 뭐 동갑인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여자의 인생 속도가 더 빠르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냥 마음을 접고 계속 친구로 지냈어요. 그 아이는 졸업 후 아주아주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저는 직업인이 되기에도 아직 시간이 남았고, 게다가 제가 원하는 직종 자체도 굉장히 불안정하거든요. 사람들이 말하는, '굶어죽기 딱 좋은 직업' 중 하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 아이는 원래 솔로&독신주의였고, 제 동창 녀석과 친하게 지내다가, 하도 좇아다녀서 할 수 없이 사귀었던 거라더군요. 그와 헤어진 후 계속 솔로주의로 주욱 나갔는데, 제가 마음을 접은 후 그 사고방식을 어느날 바꿨어요. 그래서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는 안정된 직장의 몇 살 연상이에요. 사귄지 1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어쨌든 뭐, 그 뒤로도 그 아이와 전 계속 친한 친구로 지냈고, 저는 제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다른 경로로 그 아이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확실하지는 않아도 아마 틀린 정보가 넘어올 루트는 아니니까 맞을 거예요. 들으니 기분이 굉장히 묘하네요. 그 애매했던 시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2~3일 전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11시 넘어서 계속 왔던 게 떠오르기도 하고요. 아, 우린 밤에 만나는 것도 마음 먹으면 꽤 편하긴 해요. 서로의 집이 걸어서 5분 이내거든요. 그런데 제가 바빠서 요 며칠 연락 왔는데도 못 만났죠.
이 글을 저는 왜 쓰고 있는 걸까요 -_-a 어쨌든 그렇다고요. 어쩌면 제가 고백을 하지 않았던 것은, 평생 동안, '그 아이도 날 이성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어. 내가 마음을 먹고 고백했으면 잡을 수 있었다고.'라고 자위하며 추억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죠. 그 아이는 내내 저를 편한 친구로만 생각했고 말이에요.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서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군요.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데리고 도망치지도 않을 거면서 -_-;;;;;;;;;;;;(농담이에요;; 마음은 고백 안 하기로 결심했을 때 다 접었는데 결혼 소식 듣고 그냥 기분이 묘해진 것뿐 -_-)
상투적인 말이지만, 정말 상투적인 말이지만, 행복하길 바랄 거예요. 진심으로. 그리고 결혼을 축하해줘야겠어요. 아직 본인의 입을 통해 듣지는 않았지만요. 결혼한다는 것에 대한 축하가 아니라, 그렇게도 결혼과 사랑에 대한 회의를 느끼던 녀석이 확신? 결심?을 하게 된 사람을 만난 것에 대한 축하를요. 이 녀석이 잘 못 지내거나 심하면 이혼이라도 하게 된다면(가능성 없지만) 실컷 비웃어줘야지. 하하핫. 거 보라고, 사랑도 결혼도 다 신기루 같은 거라고. 그 아이가 행복해진다면, 저도 진지하게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거고요.
기나긴 혼자만의 잡담이죠? 정말 오랜만에 긴 글을 써보는군요. 만약, 정말 만약에, 저와 그 아이 중 한 명이라도 아는 분이 계시다면(그 아이만 아신다면 이 글을 읽고 그 아이라고 판단하긴 어렵겠지만), 그냥 혼자 읽고 말아주세요. 그 아이에게 이 글 이야기를 한다거나, 제게 글 읽었다고 말하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둘 중 하나를 하시려면 차라리 후자 쪽을 하세요 -_-;; 그 아이에게 전해진다면, 이미 그런 마음을 접고 소중한 친구로만 여기는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사심 없다니까요!
이제 담배 한 대 피우고 잘래요. 안녕히 주무세요. (이 글을 읽으실 때는 대부분 아침 이후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