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전에 MUJI무인양품 옷 이야기를 하면서 폴로나 빈폴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라는 말을 했는데, 토요일날 들른 김에 옷 가격을 확인해보니 제가 왜 그런 망언(!)을 했는지 알겠더군요. 무지의 "자켓" 가격과 폴로/빈폴등 중고가 브랜드의 "남방" 가격을 비교한 거 있죠. 그리고 그 가격으로 따지더라도 폴로나 빈폴보다는 더 싼 편인데. 거기는 10만원이 넘어가는 남방이나 폴로 티들도 종종 있잖아요.
무지의 기본적인 셔츠가 2만 5천원이더군요. 남방으로도 입고 양복 입을 일 있을 때 드레스 셔츠로도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셔츠 필요할 때마다 여기를 애용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남방"이랑 "드레스 셔츠"는 대체 뭐가 다른 거죠? 뭐 그 외에도 디자인이 묘하게 특이한 셔츠 종류가 많던데, 요즘 옷들은 다 이렇게 나오는 건지, 아니면 무지쪽이 일본 유행을 따른 거라 그런 건지 패션에 별 관심없는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2만 5천원짜리 셔츠가 일본 물가 그대로 들어온 거라 일본에서의 무지 매장보다는 비싸게 팔리는 가격이라... 보통 국내의 저가형 브랜드나 지하도표 셔츠들도 이 정도 가격은 하는 걸로 아는데, 꽤 믿을 만한 네임 밸류를 가진 브랜드가 이정도 가격도 "비싸게 팔리는" 거라니, 유럽에서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게 디자인이나 자연친화적 제품 성격도 있지만 역시 가격 경쟁력도 있던 것일까요.
2. 옷을 사지 못한 이유는, 넉넉치 못한 지갑 사정으로 문구류들을 싹쓸이해왔기 때문입니다. 종종 보면 신기하게 싼 물건들도 있고(클리어 파일도 저렴한 것 같구, 물티슈 같은 게 의외로 싸더군요. 국내 제품들처럼 "베이비용"이니 "여성용"이니 하는 쓸데없는 문구 때문에 쪽팔릴 염려도 없고. 남자는 물티슈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법이라도 정해뒀나? 쳇!) 의외로 비싼 물건들도 있더군요. (액자야 좋은 재질을 썼으니 그리 비싼 건 아니지만, 작은 가위나 큰 가위 가격을 보면 좀 의아하더라구요. 국산 가위는 이것보다 훨씬 싸지 않던가...? 셔츠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우산이나 내의들도 좀 비싼 편으로 생각되구요.)
무지에서 가장 아쉬운 건 펜인데요, 색깔이나 써지는 감촉은 나쁘지 않지만 얇은 촉의 펜이 딱 두가지 색밖에 없이 모두 0.5미리짜리라서 안좋더군요. 수성 젤러펜이 1천원이면 딱 일반적인 국산(보통 500원)이랑 일반적인 일제(보통 15백원에서 2천원 정도)의 중간 가격이거든요. 사실 요즘 가장 많이 쓰는 펜은 이비스인가 하는 곳에서 나온 국산 피터 래빗 펜이지만... 뭐 어쨌든.
가격도 괜찮고 디자인도 제 맘에 들어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사대는 동안에, 사고 하나 쳤습니다. 진짜 "가죽" 필통을 하나 사버린 것 있죠. 가격은 무려 2만 얼마더라... 아무리 돈을 아낀대도 2만원짜리 물건이 그정도로 호들갑을 떨 정도냐고 물으신다면, 여기 저기 돈을 써버리고도 모자라 돈 들어갈 일이 많은 터라 요즘 저에게 이정도면 "사치품"입니다. 게다가 평소에 필통이라 함은 절대 비쌀 수 없는 물건이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러버린 것은 "가죽"에 대한 제 맹신 때문입니다. 이번에 사는 필통 만큼은 "찢어져서" 새로 사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다짐도 있구요. 청바지의 탭이나 신발 가죽이 찢어지고 구멍나는 걸 보면 이런 "가죽에 대한 믿음"도 근거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필통의 경우는 옷가지와는 다르니까요. 사실 정말 이걸 산 이유는 쓸데없는 무늬 없이 "소박해 보이는"(!) 필통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더 컸지만요.
3. 예전에는 아무 무늬도 없고, 이상한 로고도 박혀있지 않은 물건들을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아니, 예전에도 구하기 힘들었던가요? 하여간 이젠 그런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 두 극단을 오가야 합니다. 아주 싼 거 아니면 아주 비싼 거. 즉 큰 길가에서 파는 정체불명의 떨이 공책 아니면, 디자인 전문 샵에서 파는 고급 제품들. 이젠 그런 것도 일종의 미니멀리즘이라고 고급 취향으로 취급되는 걸까요? 다들 그런 걸 안찾아서 안파나... 심지어 하얀 면티 같은 것도 구석 어딘가에 악착같이 자기 상표가 붙어있잖아요. 동대문에서 단체로 맞추지 않는 이상은. 사진 액자만해도, 터미널 지하상가의 그 수많은 액자들을 보면 전부다 소박하기는 커녕 "럭셔리 컨셉"을 지향하고 있더군요. 개중에는 정말 고급제품 뺨치게 예쁜 것도 많지만... 어쩝니까. 제 취향이 절대 아닌 것을.
4. 요즘 iPod도 무지에서 산 3천5백원짜리 나일론 주머니에 넣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크기가 딱 맞는 것도 아니고 주머니 하나에 3천원이 싼 건 아니지만, 수만원짜리 파우치나 스킨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예쁜 것 같습니다. 이 색깔이 밝은 회색이라서, 종종 이걸 보고 "iPod 사면 그걸 기본으로 주는 거야?"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거 참 뿌듯하네요.
5. 무지 노트는 여전히 잘 쓰고 있습니다. "노트가 맘에 들면 공부가 잘된다"라는 고등학교 시절의 법칙이 되살아나는 중. (언제 열심히 했다구?!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