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모도바르를 꽤 좋아해서 그간의 행보를 추적(?)해 왔었습니다.
사실 <라이브 플레쉬>부터 원숙해진 솜씨를 보며 감탄했었는데,
<나쁜 교육>에 이르니, 뭐랄까, 취향이 좀 무난해진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들더군요.
초기작들이 보기 역한 것들을 카메라 앞에 서슴 없이 드러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위선을 돌아보게 하는 미덕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던 차였거든요.
그건 그렇고, 영화를 보면서 정작 거슬렸던 부분은 자막이었습니다.
스페인어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귀에 들리는 것과 다른 표기가 계속 자막에 나와 불편했습니다.
이그나시오에서 g를 빼고 계속 이나시오로 쓰고,
앙헬은 앙겔로 쓰더군요.
페를라(뻬를라) 호텔은 완전히 영어식으로 펄 호텔이라고 쓰고.
마지막 크레딧을 보니 성지원 씨가 번역한 것으로 나오던데, 영어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죠?
사실 영화 자막 번역은 글자 수 제한을 많이 받다 보니 원어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는 어렵지요.
그리고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번역에서 필연적으로 왜곡이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런 왜곡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역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든 예는 단순한 표기에 그치는 일이지만, 내용상 오류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을 것 같군요.
그러고 보니 수년 전에 <비밀의 꽃>을 비디오로 보는데 아예 불어판 더빙이 된 것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점점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스페인어 번역가가 되어볼까 하는 욕심도 언뜻... 허허허. 비 오는 날의 쉰소리였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