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나온 영화 [Another Life]는 유명한 20년대의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디스 톰슨은 잘못 사형된 사람의 대명사처럼 쓰이죠. 나타샤 리틀이 상상력이 풍부하고 로맨틱한 이디스 톰슨으로, 닉 모란이 답답하고 지루한 남편 퍼시 톰슨, 유안 그리피스가 한참 어린 톰슨의 연인 프레데릭 바이워터스로 나옵니다. 바이워터스는 처음엔 톰슨의 여동생의 남자친구였는데, 여동생은 레이첼 '티핑 더 벨벳' 스털링이고, 이 자매의 따뜻한 엄마는 요번에 베라 드레이크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이멜다 스톤튼입니다.
영화 예고편
http://www.matadorpictures.com/comp/anot_trail.html
사건이 났을 때 이디스 톰슨은 모자회사의 매니저로 활달하고 성공적인 28살 먹은 커리어우먼이었고, 답답하고 고지식한 남편 퍼시 톰슨은 32살, 바이워터스는 아직 틴에이저 선원이었습니다. 이혼해 주지 않는 남편과 정열적인 어린 애인 사이에 끼어 있던 여자의 삼각관계는 바이워터스가 톰슨을 칼로 찔러 죽이면서 비극으로 끝났죠. 이 약간 칠칠치 못한 여자가 쓴 연애편지엔 이런 저런 방법으로 퍼시를 죽여버리자고 쓴 공상적인 농담으로 가득차 있고 이게 살인공모 증거가 됩니다. 이사람들 재판은 꽤나 떠들썩했나보더군요. 자기보다 10년이나 어린 남자와 공공연히 간통을 인정하고 남편한테 유리가루가 든 스프를 먹인 적도 있다고 고백한 발칙한 여자에 대한 괘씸죄까지 합쳐서 둘 다 교수형을 당하고 말죠.
아가사 크리스티도 이디스 톰슨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맥긴티부인의 죽음에서 어리숙한 어린 애인을 시켜서 남편을 살해하게한 여자 얘기를 하면서 '이디스 톰슨을 목매달았으면 이 여자도 죽였어야했다'고 하죠. PD 제임스의 Murder Room에서도 이디스 톰슨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등장인물이 이 사건이 두 세계 대전 사이의 20-30년대의 특징적인 사건이라고 떠드는 장면입니다. 이디스 톰슨이 아예 빅토리아 시대 여자 같았으면 집 밖에서 모자회사 매니저로 활약하지도 못했을거고 감히 바람 피울 생각도 못했을 거고, 요즘 태어났으면 답돌이 톰슨과 결혼따위는 하지도 않았을거고, 대신 대학에 가고 자기 커리어를 가지고 성공적인 로맨스 작가쯤 되어 있었을 거라구요.
결국 시대적인 제약 때문에 이디스 톰슨은 살인이 아니라 간통으로 목이 매달린 셈인데, 처형때 공포에 떨었다고 해요. 이런 여자를 반강제로 약을 먹이고 끌고가 공개적으로 목을 매달고야 말았죠. 나타샤 리틀이 죽고 싶지 않아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 치다 무서워서 기절하고 질질 끌려가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는 그 영화를 본 날 밤에 악몽을 꾸고야 말았습니다. 그 전에 발랄하고 생기넘치던 모습하고 대조되어서 더 강렬했죠. 아무리 법과 절차에 의한 형식을 띄고 있더라도 사형제도는 국가에 의한 살인이란 걸 실감하게 해주는 장면이었어요.
영화는 20년대 영국을 아주 아름답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비극이 더 불편했나봐요.
21년 7월 바이워터스, 퍼시, 이디스 톰슨
영화 장면
21년 7월 한 집에 살 때
바이워터스가 방 하나에 세를 들어서 셋이 잠시 한 집에 살았다네요. 생각해보니 지금 기준으로도 이디스 톰슨이 대담하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