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PIFF에서는 "그것 말고도 보고 싶은 영화들은 잔뜩 있기 때문에"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는 이번 신작과 영원과 하루 정도만 봐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리 열광하지도 않던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들에 꽂히면서, 예매한 것들을 포기하고 가서 아침에 줄을 서서라도 몇 편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일단 '영원과 하루'는 전에 한 번 본 영화이니 포기하고, '비키퍼'는 개봉 예정이니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아는 교수님께서 "'유랑극단'이 정말 좋았어요."를 뵐 때마다 반복하시는 바람에 세뇌당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손눌림으로 예매. 그런데 예매를 하고 나서야 신작 '울부짖는 초원'은 180분이고 '유랑 극단'은 한 술 더 떠서 230분(!)이라는 걸 깨달아 버렸습니다.
그리고나서 눈에 띄었던 영화는 210분짜리(뭐 유랑 극단보다야 양호... -_-;) '알렉산더 대왕'이었는데. 이 영화 정보를 처음 볼 때는 "하하, 난 앙겔로풀로스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데 뭐. 전엔 이 사람 이름까지 틀렸었잖어? 그만큼 관심없다는 증거지. 이런 영화는 나보다는 앙겔로풀로스를 정말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해 양보하는 거야."라고 길고 긴 자기 정당화에 성공하였으나...
이런 제기. 어제 하이퍼텍 나다에서 본 타비아니 형제의 '성 로렌조의 밤'을 보고는 꽂혀버렸는데, 문제는 이 영화의 주연으로 나온 할아버지가 바로 '빠드로 빠드로네'의 아버지로 나온 이탈리아 배우 Omero Antonutti 이더라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왜 어떤 영화를 봤는데 좋아지면 그 영화 나온 배우 작품들은 다 찾아보고 싶은 기분 있잖아요.
거기다가 알렉산더 대왕에 대한 정보를 좀 더 검색해봤더니 제가 좋아하는 "이상향을 꿈꾸다가 좌절한다는 내용의, 무지하게 길고 지루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대로는 엉뚱하게 파격적인 신화풍 이야기"라고 하는 겁니다! 아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로군요. 애써 예매한 것이 모두 소용없이, 부산 가자마자 줄서서 표 다 바꾸게 생겼습니다.
결국 3시간짜리 '울부짖는 초원'으로 만족한다는 계획은 예매를 하면서 3시간 50분짜리 '유랑 극단'을 추가로 보게 되는 걸로 바뀌더니만, 결국 예매한 보람도 없이 부산가서 시간표 몽창 바꾸고 3시간 30분짜리 '알렉산더 대왕'까지 표 구하러 다니겠다는 결심으로 다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건 거의 LotR 확장판 삼부작 보는 것 같군요.
참, 이번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들 중 상영시간이 긴 작품들은 대부분 아침 10시 아니면 밤 10시(!!! 메가박스, 심야 상영하던 가닥이 있다고 과시하는 거냐?!)에 상영한다는 거 아시는지. 10부터 4시간에 가까운 영화 보고 나면 잠자리 찾아 헤메기도 난감하겠군요. 극장에서 안재워주려나. 역시 누군가를 꼬셔서 같이 보고 숙소도 같이 해결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