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뚱뚱한 역으로 나오는 배우들은 기본적으로는 다들 예쁘게 생겼습니다. 뚱뚱하다고 해서 놀림받고 차별당하고 서글픈 삶을 산다고는 설정되어있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굉장히 예쁜 얼굴들입니다. 살만 빼면 그래도 미인 축에 들만하다는 거예요. 여기 클리셰 사전에도 올라있는, 안경쓴 못난이처럼 말이지요. 영화에서 뚱뚱하고 못생긴 역으로 나온 배우가 실제로도 정말 못생겼다는 인상을 줬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굳이 찾자면 welcome to doll house의 Dawn(이름이 이게 맞았나?)정도. 어린 아이에게 좀 잔인하고 미안하지만 말이지요. (이 아이는 어떻게 컸나 궁금하네요)
어제는 아녜스 자우이 새 영화 Comme une image(이미지 처럼)를 봤는데 여기도 뚱뚱한 소녀가 주인공입니다. 유명한 작가 아버지를 두고 있는 턱에 주변에 사람은 항상 들러붙지만 뚱뚱하고 매력없는 (설정이 그렇지, 배우는 매력적입니다) 그녀에게서 바라는 것은 뻔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유명 작가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기 딸 또래의 여자와 결혼하고 또 많은 다른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에게 곁눈질하며 "Elle est jolie, cette fille, hein!" (저 애 예쁜데!) 를 남발하는 성격 괴팍한 인간인데다가, 뚱뚱한 딸의 인생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 불쌍하고 음울한 소녀와 작가 아버지, 주변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꽉 짜여있고 위트있습니다. 핵심으로 저돌적으로 파고들진 않지만 관계성 속에서 상처를 드러내고 결국은 살짝 다독여주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타인의 취향때와 같은 울림이 있더군요. 영화는 매우 좋았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다들 굉장하고 이야기도 재미있고 (관객들은 끝도 없이 웃더군요. 대사 잘 이해 못한 저는 멀뚱거리고 앉아있고;;) 음악도 좋고 등등.

Marilou Berry

Marilou Berry 와 Agnès Jaoui

Jean-Pierre Bacri 와 Marilou Berry
이 배우 마릴루 베리Marilou Berry는 사실이 좀 뚱뚱하긴 합니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제가 보기에는 본바탕은 예쁘장합니다. (서양 여자들은 몸은 뚱뚱해도 얼굴은 그다지 살이 붙지 않는 것 같은데, 그 때문이기도 한것 같고...) 연기도 괜찮습니다. 자신이 우스꽝스럽고 사랑 못받는 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음울하고 냉소적인 아이의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것 같습니다.
이 배우는 요즘들어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 있으면 개봉할 la premiere fois que j'ai 20 ans (처음으로 스무살이 된 때)라는 영화에 재즈밴드의 베이시스트로 발탁되는 여고생으로 출연합니다. 역시 여기서도 뚱뚱한 것 때문에 (어느정도) 좌절하는 소녀 역인 것 같은데 예고편에 잠깐 나오는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너 왜 그렇게 부루퉁하니?"
"못생겼기 때문에 그렇지!"
"아유, 먹는 걸 끊고 살을 빼, 그리고 행복해지면 되잖아!"
"이해를 못하는 군! 살을 빼려면 그 이전에 이미 행복해야 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