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저를 포함해 5명입니다. 엄마, 아빠, 오빠 둘, 그리고 막둥이 저. :)
아빠는 외아들이고 친할아버지는 아빠가 매우 어릴적 돌아가셨고 친할머니는 얼마 뒤 재혼을 하셨고.
친가 친척들이 적은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계신 도시에 많이들 살고 있어서 왕래가 매우 극심할 것 같지만
우리집 사람들이 친가쪽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
어려서부터 저희집은 5명의 가족이 소소하게 명절 준비를 했었죠.
엄마랑 아빠는 장 보기와 기본 재료 손질하기.
요리를 좋아하는 저와 작은오빠는 제사 음식 만들기.
음식에 소질없는 큰오빠는 설겆이나 잔심부름 하기.
가족들이 제사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는 탓에 제사와는 상관없이 맛있게 먹어댈 음식들은 꽤나 만들어대지만
정작 제사 음식은 정말 상에 올릴 최소한만 만들죠.
그래서 명절 음식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봐야 2-3시간이면 끝나곤 했죠.
명절 당일 아침이 되면.
친가쪽 집 몇군데에서 차례를 같이 지내기 위해 아빠와 오빠들은 떠나고.
상을 준비할 사람이 필요해서 저와 엄마는 집에 남죠.
지방이니 축문이니 상에 어케 음식을 올리는 지에 대해 가장 잘 배우고 잘하는 것이 저인지라(자랑 따위는 결코 아님다 -_-)
조금 커서부터는 제가 남는 역할을 맡게 되었죠.
이제 우리집으로 몰려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상에 음식들을 쭈룩쭈룩 올리고.
친가쪽 사람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저희집에 들려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시간도 저희집이 가장 늦죠.
대략 늦잠 자다 고냥이 세수하고 잽싸게 지방 쓰고 상에 음식 올리고 그러는거죠. :)
저희집에 꽤나 사람들이 오고 인사 받고. 집에 있던 건 저와 엄마밖에 없으니 인사를 받을 수 밖에 없죠. -_-;; 그리고 제사 지내고.
어떤 경우든 절하는 걸 매우 불필요한 행위라 생각하는 저였지만 어려서는 아빠가 워낙 절을 시켜서 열심히 해댔지만.
무릎이 맛이 간 뒤로는 절도 안하게 되고 해서 느긋하게 앉아서 짧은 의식이 끝나기만 기다리죠.
다들 식사는 다른 집에서 했기 때문에 저희 집에서는 소소한 다과나 술 한잔 정도?
그러니 뭐 친척들이 저희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잘해야 1시간 정도일까요.
저희집보다 훨씬 부르조아들이고 어흠어흠하는 나이많은 양반들도 많지만.
아빠에 대해서 나름대로 다들 원죄가 있는 사람들이고 이러저러한 요소들 때문에 적어도 저희집까지 와서 남자어른 행세하는 사람들도 없고.
저희집에서 그랬다간 개망신 당하니 아예 못하는 것이긴 하죠.
여하튼 뭐. 나름대로 무난한 명절이죠.
그리고 나선. 해마다 그때 상황에 맞춰서 유동적이긴 하지만 가족들끼리 친할아버지 산소를 가거나 외가집을 가거나 하죠.
생각해보면 가족들이 일찍 돌아가신 친할아버지를 그나마 챙긴다고 산소를 먼저 가고 외가집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말은 안해도 아빠를 좀 신경써 주자. 뭐 그런 셈이죠.
이런 일정들을 소화하는 것이 저희집의 명절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명절에 대한 별 감흥이 없어요.
아주 감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도 않고 매우 조용한 명절을 보내는거죠.
명절 전날이나 당일 저녁에 가족끼리 점 10원짜리 고스톱이나 치는 것이 전부죠.
밤 세워 쳐봐야 몇천원을 따는 그런 판을!! -_-;;
물론 고스톱을 제대로 못치는 엄마, 아빠는 점 10원도 과하다고 늘 불평이지만요. :)
시간이 많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어려서 아빠(친할아버지)를 잃은 아빠 생각을 다들 하느라 제사는 지내자.
라는 것이 가족들 생각이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면 제사도 안 지낼 것 같고.
저희 집은 종교가 불교인데요. 엄마나 아빠나 돌아가시면 모두 화장을 하길 원하시고 저나 오빠들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지라 명절이 되면 모이기는 해도 제사는 안 지낼것 같아요.
큰오빠는 엄청 오래 사귄 여자친구에게 차인 뒤로 나는 이제 아무도 사귀지 않겠어! 선언을 했고.
작은 오빠는 3년전에 결혼을 했어요. 그해 추석에는 새언니가 저희집에 왔었는데요.
적응을 정말 못하더군요. -_-;
저희 가족들은 늘 하던대로 준비를 하는데 새언니(평소에는 누구씨라고 부르지만)는 자신이 그래도
며느리이고 뭔가를 해야될 것 같은데 아무도 끼워주질 않으니 난감했나 봐요.
그래서 음식 만드는 일에 끼워줬지만 너무 못해서 메인 요리사인 제 선에서 짤랐슴다. -_-;;
음. 그래도 부부라고 작은오빠가 살짝 자신이 만드는 음식쪽으로 흡수를 하더군요. :)
그리고 그날 밤 늘 그렇듯이 가족들끼리 고스톱을 치는데.
원래 5명이었는데 1명이 늘어 6명이 멤버가 되니 좀 어설퍼서 아빠를 멤버에서 뺐죠.
그리고 아빠는 열심히 식혜 떠오고 과일 준비하며 들락날락 하고.
우리 가족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니 식혜가 한개도 시원하지 않잖아요! 호통!"
거의 이런 분위기였는데 역시나 새언니는 안절부절.
하지만 다음 설에는 저희집 분위기 완전히 파악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변했더군요.
화투장 손에 들고 "아버님. 배는 없나요?" :)
작은오빠는 결혼하고 나서 저희집 제사가 끝나면 바로 새언니네 집으로 가고.
저희 가족들은 어차피 1년에 명절이 두번이니 한번은 우리집 먼저 한번은 새언니네 먼저 가라고 하는데
우리집은 가족들이 뻔하니까 저희집을 먼저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더군요.
절대 안 그래도 되는데 말이예요. 끄응.
써놓고 보니 별로 재미없는 명절 풍경이네요. -_-;
하지만 명절때마다 정말 심정적, 물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보니 제 환경이 되려 매우 죄송스럽기만 해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