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친척집에 묵으면서 렌즈를 빼서 좀 오래된 보관액에 담가놨더니
그만 그 때문에 각막염이 걸렸어요.
하루종일 포토샵 블러 필터 쓴 것처럼 시야가 뿌옇더니
저녁이 되니까 갑자기 급속도로 눈이 흐려지면서
나중에는 불빛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요. 심지어 옆 사람 얼굴도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빛덩이 두 개가 다가오면 `아, 차가 오는구나' 하고 비킬 정도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창 밖의 풍경도 분간을 할 수 없어서 안내 방송을 듣고 간신히 내렸지요.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갈 때 쯤에는 아예 기억을 더듬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로
더듬더듬 마치 맹인처럼 집에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집에 어떻게 올 수 있었나 신기할 정도입니다...
눈이 바늘꽂이가 된듯한 통증을 느끼며 잠이 들어서 아침 일찍 병원에 갔는데
이만한 것도 천만 다행이라고 의사는 말하더군요.
시신경까지 번졌으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실명이라나 뭐라나...
다행히 바로 그 직전이었다고 하는데 영 실감도 나지 않고 그렇습니다.
더듬더듬 집에 오긴 했는데 밥도 혼자서 먹을 수 없고 화장실도 가기 힘들고
참 난감했어요. 대체 시각장애인 분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건지...
게다가 눈을 못 뜨니 뭘 할수가 있어야죠. TV도, 인터넷도 책도 아무것도 못 보는걸요.
라디오도 재미 없고 해서 침대에서 쓸데없는 몽상을 하다가 잠들고 일어나니
어느새 눈은 볼 만큼은 보여서 너무너무 심심해서
양쪽 눈에 붙인 안대를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인터넷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