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용, 믹 재거, 킹덤
[슈퍼스타 감사용]이 무엇보다 의심스러웠던 이유는, 그의 예정되었던 패배를 카메라가 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슬픈 동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묘사한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가 감사용의 패배를
바라볼 용기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이 이야기한 '위대한 패배'를 그렇게 처리해버리고
'마침내 1승을 했다'는 자막을 보고 있자니 왠지 사기 당한 기분까지 들더군요. 더그아웃에 홀로 남아
'꼭 한번 이겨보고 싶었다'는 넋두리를 하고 있는 감사용을 보고 있는 것이 전 너무 괴로웠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바로 끝내고 간 터라 극장을 나서면서는 어떤 괴리감까지 느꼈답
니다. 그 책에서 박민규가 포착한 초라하고 누추하지만, 날카롭고 정확한 진실은 이 영화가 전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 책은 결과적으로 '패배'에
관한 이야기고, 이 영화는 '성공'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어쩌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자들 무대에서 믹 재거의 공연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
니다. 리메이크 버전 [알피]의 사운드트랙을 그 사람이 담당했는데 트레일러에 나오는 오리지널 송 'Old
Habits Die Hard'를 직접 불렀거든요. 누구는 영화 사운드트랙이라기 보다는 믹 재거의 새 앨범 같다고
투덜대기는 하지만 곡 자체는 좋은 모양이에요. 공식 사이트에 가시면 쉐릴 크로우와 함께 부른 버전을
비롯해 사운드트랙에 실린 모든 곡의 샘플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KBS에서 10월 2일 토요일 밤 11:20분부터 [킹덤 호스피털]의 방영을 시작한다네요. 각색을 맡았던 스
티븐 킹이 자기 돈 써가면서 엄청나게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좋은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그래도 공중파에서 해준다니 챙겨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