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의 연구 과제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퇴행성을 다뤄볼까 하다가 제가 해봐야 수박 겉핥기가 될 거라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던 중입니다. 사실은 이 게시판에 질문을 올리고 아이디어를 "날로 먹어볼까"하는 욕심도 있었는데... 어차피 제 동기들 중에서도 이 게시판에 드나드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뻔뻔한 꼼수는 통하지도 않아요. ^^;
그러고보니 궁금해지더군요. 그럼 퇴행적이지 않고 "치열하게", "열심히" 영화를 만들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제가 써야 하는 과제는 유럽의 영화사와 관련을 지어야 하는 것이기에 일단 네오 리얼리즘이라거나 뉴저먼시네마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뭔가 핀트가 안맞는 듯 하구... 차라리 거꾸로 독일 표현주의의 삐뚤어진 분위기와 유사성을 비교해볼까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그러면서도 교조적이지 않고 억지로 희망을 떠들어대지도 않는 그런 경향? 그런 경향이 있기는 있었을까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말하는 '환상의 빛'이나 '러브레터'(!) 같은 일본 영화들도 떠오르고. 교조적인 느낌이 가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괜찮던, 쿠바 영화제에서 본 몇몇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니면 너무 "예술"을 했는지는 몰라도 누벨 바그의 우등생 선배들이 생각나기도 하구.
어쩌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들을 두고 퇴행적이네 뭐네 하는 생각 자체가 선입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영화 만드는 데 "열심히", "치열하게" 안만드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 "모든" 영화에서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 묘하게 벗어날 수 없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느낌 저만 가지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