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게시판을 출입하시는 분들 중 대부분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다른 나라의 많은 시민들처럼 11월 미국 대선에 투표권은 전혀 없지만 케리가 승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계시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분명 케리의 당선이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진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 같고, 그 믿음이 순수하고 고귀한 것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저도 의문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번 1차 TV 토론에서 (어느 국내 언론이 세어 본 바에 의하면) 북한이 30차례나 언급되는 소름끼치는 일이 있었고(한반도 외에 토론에서 언급된 나라들이 이라크, 이란, 이스라엘, 리비아, 러시아였음을 상기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두 후보가 다자 간 대화(부시) 및 양자 대화(케리)로 입장차이를 분명히 한 것을 보면 정말 누가 당선 되냐에 따라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방향을 크게 달리할 것처럼 보입니다. 뭐 저는 여기서 국내 언론에서 많이들 얘기하는 것처럼 누가 집권하든지 간에 크게 정책 차이는 없을 것이고 북한 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다시 반복할 생각도 없고 그 주장이 맞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 양당이 대외정책에는 초당적인 입장을 취한다고들은 하지만 글쎄요, 그래도 해방 이후에 공화당 행정부가 집권하였을 때와 민주당 행정부가 집권하였을 때의 한반도 정책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던 것 같고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게 공화당 행정부가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꺼리는 입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한국전쟁이 났을 때 재빨리 전쟁개입을 결정한 것은 민주당의 트루만 행정부였습니다. 오래 된 전쟁으로 민주당 정권에 대한 인기가 떨어졌을 때 한국에서 휴전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와 당선된 사람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후보였고, 실제로 아이젠하워는 휴전조약을 체결했고 미군을 대폭 줄였지요.
60년대 민주당 케네디 행정부의 초기 박정희 정권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월남전 확대를 결정한 것은 케네디의 민주당 정권이었고, 월남전에 미국이 본격 개입한 민주당 존슨 행정부 때 한국도 월남 파병을 결정하면서 박정희 정권과 존슨 행정부는 유례없는 밀월 관계를 맺지요. 그 월남전 개입규모를 줄인 것은 공화당의 닉슨 행정부였고, 닉슨은 월남에서 철수하였으며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국 7사단도 철수시킵니다.
70년대 말 카터행정부의 박정희 정권에 대한 맹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카터는 한국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겠다는 주장을 실현시키지 못했지요. 오히려 카터행정부는 광주사태 진압에 미군 작전지휘권 하에 있던 20사단을 동원하는 것을 허락합니다. 광주사태의 여파로 사형판결을 받았던 김대중씨를 구명한 것은 새로 집권한 레이건의 공화당 행정부였고 독재정권을 지원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87년 6월 항쟁 때 전두환 장군이 군대를 동원하지 못한 것에는 개스턴 시거로 대표되는 레이건 공화당 행정부의 국무부의 견제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80년대 말의 공화당 부시 행정부는 한국에 배치되어 있던 미군이 보유하던 핵무기를 완전히 철수시킵니다. 90년대의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는 북한핵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영변 폭격을 비롯한 군사개입 일보직전까지 고려했었지요.
현 부시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팥다발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 2사단 전투병력의 대부분을 철수시킨 것도 부시행정부입니다. 그것이 이라크 전쟁의 결과로 강제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민주당의 케리 상원의원은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켰느냐고 지금도 펄펄 뛰고 있지요. 가끔씩 한국을 찾아 오는 공화당 행정부 측 인사들의 강경한 북한 비난 성명이 계속되는 동안에 북한은 영변의 사찰단을 추방했고, 이제 7개까지 핵무기를 만들었으며 새로이 우라늄 농축 핵무기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과연 케리가 승리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을 줄까요? 요새 정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