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벌이님의 비판에 대한 반론 - 매춘 제도에 대한 -

  • 와토
  •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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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벌이님 /

앵벌이님의 비판은 글쎄요, 상당부분은 님 스스로께서 보다 넓고 유연한 식견을 가지셔야만 해결할 수 있을 문제인 것같습니다.

우선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지요.  


1. <일방적 피해자로서의 처신>, <가련한 피해자>, <직업적 자존심>이라는 실체혹은 표현은 단지 제가 제멋대로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이런 표현과 현상은 이미 매춘여성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국내외 활동가들이 오래전부터 지적g해왔던 현상입니다.
즉, 매춘여성들이 정부와 사회의 구조를 바랄때는 일방적인 가련한 피해자로서 행동하지만, 동시에 자기안에 내포되있는 직업적 자존심과 그 직업적 자존심마저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편견속에서 이중으로 고통받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구의 조직화된 매춘여성들과 프로 매춘 여성운동가 -즉, 매춘을 합법화시키는 방향의 활동가
- 들은 우선 매춘 여성을 무조건적으로 피해받고 착취당하는 성노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직업적 자존심을 가진 성노동자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사실은 이런 표현을 써서 뭐하지만 앵벌이님이 스스로 공부하셔서 인지하셔야 할 것들입니다.
저에게 그것이 무엇이냐라고 혹은 왜 그것이 존재하느냐라고 질문은 던지지 마세요.
그런 질문은 주변에 매춘여성이 있다면 직접 물어보세요.

왜 어떤 때는 어떤 이유로 일방적 피해자, 가련한 피해자로 처신을 해야하는가?
혹시 직업적인 자존심을 일말이라도 갖고 있는가?



2. 제가 언급한 엥겔스의 주장에 대한 부분은 앵벌이님이 오독하셨거나 제 설명이 불충분했던 것이겠죠.
우선 엥겔스의 주장을 제가 인용한 것은 매춘이 노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 제가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앵벌이님은 댓글로 보건대, 매춘의 노동으로서의 성격에 대해서도 애당초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저는 매춘이 노동의 일종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여기서 앵벌이님과 제 의견이 서로 갈리네요.

그러나, 저는 엥겔스의 '매춘은 임노동이다'라는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엥겔스의 '모든 임노동은 사악한 것' 이라는 그의 가치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엥겔스와 저는 서로 갈려지는 것입니다.

왜, 엥겔스의 '모든 임노동은 사악한 것'이라는 주장에 제가 동의하지 못하는 걸까요?
제가 보기에는 엥겔스의 그런 주장은 너무나 근본주의적이고 환원적이기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엥겔스를 언급한 것은 바로 근본주의적 시각이 갖고 있는 맹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엥겔스가 말한 매춘에 대한 분석 : " 매춘은 임노동이다"  라는 이 명제에 저는 적극 동의하지만, 그가 내리는 가치평가 : " 모든 임노동(매춘을 포함)은 사악하다 " 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할 마음이 별로 없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요우리님의 시각또한 엥겔스처럼 근본주의적, 혹은 환원적인 편향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우리님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엥겔스를 동원한 것입니다.

엥겔스는 매춘을 사악한 임노동으로 바라보았듯이, 요우리님은 매춘을 인권침해 혹은 요우리님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평소 요우리님의 성향으로 미루어보건대 매춘을 가부장제 억압의 결과물로서 바라보고 계시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맑스주의는 매춘을 노동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급진적 페미니즘은 매춘을 가부장제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은 서로 유사한 것입니다.

그래서, 매춘에 대한 급진적 페미니즘의 오류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맑스주의를 인용하였던 것입니다.


3.
매춘은 인권침해라는 명제에 대해 앞에서와 같이 저는 분명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저는 인권침해라는 속성이 어디 매춘에게만 있겠느냐라면서 매춘을 금지시키는 것에 대해 적어도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했습니다.

네, 앵벌이님의 비판대로 형식논리상으로 볼때 당연히 서로 모순됩니다.
매춘에는 분명히 인권침해라는 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태연하게 매춘을 금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외치는 제가 매우 모순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면 이런 형식논리적 모순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볼때 훨씬 정당하고 이성적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A. 북한은 대표적인 인권탄압국이다.
B. 인권은 다른 가치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쟁취해야만 하는 유일한 가치이다.
C. 그러므로, 북한을 무력으로 붕괴시켜서 북한 주민을 해방시켜야 한다.



A-1. 북한은 대표적인 인권탄압국이다.
B-1. 인권은 보편적인 가치이기는 하나, 다른 가치들또한 존재의의가 있다.
C-1. 그러므로, 인권탄압국이라는 사실이 북한을 무력침공할 만한 근거까지는 될 수 없다.


자, 어떤 것이 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대북 정책이겠습니까?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북한 정권을 무력으로 붕괴시키는 전자의 방안이 현실적입니까?
아니면, 북한 주민의 인권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반도 평화가 중요하다는 후자의 방안이 현실적일까요?

앵벌이님은 어느 쪽을 선택하실 겁니까?
화끈하신 앵벌이님의 성향으로 보건대, 인권을 위해 평양이나 아프카니스탄의 카불이나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가릴 것없이 무조건 폭격하자는 미국인들의 일방주의에 열렬히 찬성을 표하실 것같습니다만, 제 짐작이 틀린 것일까요?


4.
매춘을 금지하는 것에 회의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매춘과 결부된 인권 침해적 요소까지 용납하자는 입장은 결코 아닙니다.

우선, 이 논의부터 하기 이전에 '매춘과 결부된 인권침해'에 대한 분류와 개념 정의부터 간략하게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기준으로 볼때, 혹은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매춘과 결부된 인권침해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 범죄적 매춘 " 으로서의 인권침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주의 착취나 인신매매, 고리대금같은 우리가 쉽게 예견하는 매춘여성을 둘러싼 각종 범죄및 인권침해등이지요.

또 하나는 " 탈범죄화된 매춘 " 으로서의 인권침해가 있습니다.
이것은 저는 물론, 요우리님도 개념에 두고 언급하신 것으로 여겨지는데, 즉 범죄행위가 배제된 순수한 자유의사에 의한 매춘또한 근본적인 인권침해라는 사실입니다.

전자의 '범죄적 매춘'은 당연히 사법적으로 금지해야하며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이것을 적어도 도덕적으로 용납하는 나라와 사회는 지금 현대의 기준으로 볼때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한 스웨덴은 물론, 매춘을 합법화한 네덜란드나 독일에서도 이런 범죄적 매춘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습니다. 저또한 이런 범죄적 매춘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암묵적으로 논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범죄적 매춘'이 아닌 '탈범죄화된 매춘'인 것입니다.

'탈범죄화된 매춘'은 매춘을 합법화시킨 유럽 각국의 현실적 이상이기도 합니다.
즉, 매춘을 둘러싼 범죄의 고리를 끊어내고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탈범죄화된 매춘'은 현실세계에서 그나마 최선으로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죠.

문제는 모든 매춘을 금지해야한다는 사람의 논리가 정당성을 얻을려면 바로 이 '탈범죄화된 매춘'의 존재에 대해 최소한의 심사숙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매춘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은 '탈범죄화된 매춘'까지도 금지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명분으로 '인권침해'를 든다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하고 나이브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매춘에 인권침해가 있다라고 동의한 것은 탈범죄화된 매춘에도 근본적인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 것입니다.

네, 탈범죄화된 매춘에도 분명 큰 문제가 있습니다. 성을 상품화하고 가부장제의 억압을 온존시키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그러한 인권침해라는 것은 법률적인 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적인 매춘과는 달리 '탈범죄화된 매춘'에서는 도덕적인 선언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범죄적인 매춘에서의 인권침해는 국가의 권력을 통해서 규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지만, '탈범죄화된 매춘'에 내포되어 있는 인권침해의 속성은 도덕적으로 비판을 할 수 있어도 쉽게 국가의 권력을 통해서 규제할 만한 것이 아니기때문이죠.

심지어는 도덕적 판단을 법으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일반인들의 공통 상식(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의 영역에서도  '탈범죄화된 매춘'이 인권침해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명제는 아직까지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인권감수성에 예민한 페미니즘이나 성의 상품화에 분노하는 좌파주의자들이면 몰라도 일반인들의 공통상식에서는 범죄와는 구분된 순수한 형태의 '탈범죄화된 매춘'에도 근본적인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되지않을 따름이죠.

물론, 끊임없는 도덕적 계몽으로 일반인들의 공통상식을 변화시키면 된다고 나이브하게 해결책을 제시할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공통상식의 영역이라는 것이 도덕적인 계몽으로만 움직이는 세상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욕망이 바로 주된 동력이니까요.

자, 일차적으로 '탈범죄화된 매춘'에 내재되어있는 인권침해라는 속성에 대해 진보주의자들이나 여성주의자들은 도덕적으로 비판을 할 수 있어도 법적이고 행정적인 규제나 제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인권침해라는 것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인권침해가 외부로 비로소 발현될 때만 처벌할 수 있거나 규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내재하고 있다고 해서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요인이 외부로 발현되어서 국가안보를 위협할 때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지요.
매춘도 다를 것이 있겠습니까?

그럼, 또 앵벌이님은 그런 반문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인권침해의 요인을 내재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탈범죄화된 매춘을 금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는 반문을 하실 수 있겠지요.

유감스럽지만, 저는 그런 반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현실적으로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탈범죄화된 매춘'이 합법화된 것은 바로 '인권침해의 요인을 내재했다는' 그 이유만으로는 매춘을 금지하는 것이 부당하고, 인권침해의 요인을 내재한 다른 여타의 사회적 행위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춘만 금지하는 것역시 부당하다는 사회적인 판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인권침해가 외부로 구체적인 범죄행위로 표출되지 않는한 매춘여성의 생존권같은 다른 가치를 배제할만큼 인권의 가치를 우선시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잠깐 정리를 하겠습니다.

첫째, '탈범죄화된 매춘'을 '인권침해(혹은 가부장제, 사회경제적 불평등)같은 근본적인 요인'을 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금지할 수 있겠는가?

둘째, '탈범죄화된 매춘'을 금지한다면 동일한 모순(인권침해, 가부장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내재하고 있는 다른 사회적 행위와의 형평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5.
다른 사회적 행위와의 형평성의 예로 저는 영화 베드신을 들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도 그다지 효과적인예는 아닌 것같습니다.

보다 효과적인 예는 차라리 노골적이긴 하지만 결혼제도아래서의 여성을 매춘여성과 동일선상에 비교하는 것이겠지요.

결혼제도아래서의 여성과 매춘 여성을 굳이 페미니즘의 어법을 빌려서 비교하기가 계면쩍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몬느 보봐르의 정의를 빌리면 이렇습니다.

“둘 다 성적 서비스이다. 한 명은 한 남자에 의해서 삶을 위해 고용되었고, 다른 한 명은 일한 분량에 따라 지불하는 몇몇의 고객을 가지고 있다.
한 명은 한 남자에 의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받는다. 다른 한 명은 모든 사람에 의해 각각의 학대로부터 방어된다.”

한번쯤 들어보았을 결혼제도에 대한 보봐르의 유명한 정의이지요.

보바르의 주장을 100%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결혼제도의 여성과 매춘여성을 근본적으로 동일한 그 무엇인가로 정의를 내리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결혼제도에도 매춘과 같은 억압적이고 종속적인 성적관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매춘속에 내포된 인권유린, 가부장제 억압때문에 매춘을 금지하자고 하면 결혼제도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결혼 제도도 금지해야 할까요?

앞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탈범죄화된 매춘'에 대한 도덕적인 분노와 비판에 대해서 공감을 할 수 있지언정, '탈범죄화된 매춘'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제가 회의적이었던 것은 바로 도덕적인 각성과 분노만으로 법적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덕적인 각성과 분노만으로 법적 규제의 근거가 된다면 결혼제도는 이미 수백번, 수천번도 더 금지되거나 규제되었을 것입니다. 그것도 매춘제도보다 더 빨리말입니다.
매춘제도로 착취당하는 매춘여성이 아무리 많다한들 결혼제도로 억압받는 기혼 여성들보다도 더 많겠습니까?

뒤집어서 말하자면 '탈범죄화된 매춘'과 결혼제도속에 내재된 인권유린과 억압은 구체적인 범죄로 드러나지 않는한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규제할만한 수준이 못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법적인 규제가 아닌 다른 양식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즉, 법이나 행정적인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죠.
법이나 행정적인 규제가 아닌 경제적, 문화적인 실천과 대응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6.
앵벌이님은 제 주장이 서로 모순된다고 비난을 하셨습니다.
네, 제 주장이 서로 모순되어 있음을 저역시 이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지만 그것은 제 책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매춘을 둘러싼 모든 이성적 성찰과 해결방안이 근본적으로 현실적 모순에 직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매춘을 철폐시키고픈 이상과 매춘을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매춘여성의 인권과 생존권은 서로 모순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춘의 구체적 행위에 있어서 강제적 매춘과 자발적 매춘이라는 서로 판이한 두개의 양태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면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매춘이라는 행위자체가 구체적으로 성착취와 성노동이라는 양면성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매춘 여성을 위하려는 선의의 목적을 가지고 매춘을 금지하려는 여성주의자들과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매춘에 계속 남아있기를 원하는 매춘여성들은 서로 모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성주의자들 자체에도 서로 대립되는 모순이 있습니다.
매춘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측과 매춘을 법에 의해 관리규제하자는 측으로 여성주의 진영은 서로 갈려있습니다.

매춘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여성주의자역시 내부적으로 모순되어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매춘여성을 위하려는 대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매춘여성을 수동적이고 가련한 존재로만 형상화시킬 따름입니다.
매춘여성이 실제로 독립적이고 최소한의 직업적 자존심을 가질 수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오로지 무고한 피해자, 혹은 성노예로만 스테레오타입화시켜서 결국 매춘여성을 원래 의도하지않는 방향으로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은 제가 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같은 여성주의 진영내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춘여성 자신들에 의해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것입니다.

매춘을 노동의 일종으로 정의한 것에 대해 앵벌이님은 심히 거부감을 표현하셨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모습은 우물안 개구리나 다름없습니다.

매춘여성을 성노동자로 인식하는 것은 대부분의 서구국가는 물론 제3세계의 국가의 여성주의진영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물론, 동남아 각국의 여성주의자들이 매춘여성을 성노동자로 바라보고 관리규제의 방향으로 매춘에 대한 사회적 정책을 모색하는 것은 워낙 그 나라의 열악한 경제적 상황과 뿌리깊은 매춘산업의 영향력에 현실적으로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결국 현실적으로 매춘을 합법화시키거나 합법화시키지 않더라도 관리규제주의쪽으로 입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대세입니다.
스웨덴처럼 모든 매춘 자체를 불법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죠.

그리고, 한가지 분명히 해야할 것은 매춘을 성노동이라고 규정한다고 해서 매춘속에 내포된 착취와 억압의 속성을 부정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매춘이라는 행위속에는 성적 노동과 성적 억압이라는 두가지 상반된 속성이 모순을 일으키면서도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매춘에 둘러싼 일체의 담론과 이성적 성찰은 서로 상반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모순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양파껍질처럼 다층적이고 상반된 속성이 서로 껍질을 이루며 겹겹히 쌓여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이 문제에 있어서 스탠스를 조심스럽게 취할 뿐입니다.

이 매춘에 대한 여러 입장중에서 가장 속편하고 속시원한 입장은 딱 두가지입니다.

성적 금욕주의에 철저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들및 전투적 보수주의자들과 성의 상품화를 즐겨 찬미하는 극단적 우파 자유주의자들이지요.

물론, 당연히 서로 대척점에 서있을 것입니다.
급진적 페미니스트들과 전투적 보수주의자들은 당연히 모든 매춘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소리를 높일 것이며 우파 자유주의자들은 자본주의 경제아래서 성을 상품화시키는 것이 뭐가 나쁘냐라고 뻔뻔하게 반문을 하겠지요.

그러나, 진보주의자들이나 유연한 페미니스트들이라면 이 구도에 있어서 어쩡쩡한 포즈로 어중간한 자리에 서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실의 리얼리티는 시소의 양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소의 중간 어느 지점인가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탈범죄화된 매춘'을 금지시키자는 극단적인 주장에 대해서 저는 분명히 회의적으로 바라보지만, 섣불리  매춘의 합법화를 주장하지 않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칫 잘못했다가는 시소의 한 극단, 즉 우파적 자유주의의 논리에 빠져들 가능성이 존재하기때문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매춘이 합법화되는 방향으로 사회적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예견을 하긴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매매 특별법은 과도기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매춘을 둘러싼 일체의 폭력적 착취구조를 일소하려는 법취지는 굉장한 발전이라고는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동시에 성매매여성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의 한계는 명백합니다.

아무튼, 매춘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은 우리가 현실주의적인 비전을 가져야만 비로소 현실적으로 유효한 것이 되겠지요.
양파껍질을 차근차근 벗겨내기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쯤이야 당연할 것입니다.

물론 양파를 벗기기 싫어서 그냥 칼로 양단내버리는 속편한 귀차니스트들도 많겠지만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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