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단순하다.. (펌)

남자들은 단순하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유치하다.
이런 요소들은 잠재적으로 머리 속에 남아있는 유아적 취향에 기인한다.
이 글을 읽는 남성들 중에도 어릴 적 생일이나 명절때 선물로 받은
'삼단분리 합체 로보트'에 눈시울을 적셔 본 기억이 있으리라...
가슴에 불이 번쩍 번쩍 들어오고 버튼을 누르면 팔이 발사된다...퉁~하고...
아...이 얼마나 첨단스럽고 버라이어티한 기능들이란 말인가..
그게 단순하기 짝이 없는 스프링 작동에다 꼬마전구 몇개의 쑈라고는 믿기 싫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금 그때의 감동이 밀려오는 듯 하다.
남자들은 대략 이런거다.
성인이 된 지금의 당신을 보라...그때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장난감의 덩치가 좀 커지고 좀 비싸졌을 뿐이다.
자동차, 컴퓨터, 카메라, 게임기, 5.1채널 홈시어터 등등....
(사진은 xbox 루리웹 鐵騎 유저이신 도우나우님의 컨트롤러 환경)
남자들은 이런 기계들을 보면 미친다.
버튼을 눌러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CD트레이나 쿵쿵 가슴을 울리는 중저음 베이스
소리에 덩달아 가슴이 설레는 유치빤스한 족속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뽑으면 이것도 달고 싶고 저것도 붙이고 싶고...
카메라면 삼각대도 사야하고 후래쉬도 달고 싶고 가방도 사야한다.
물론 플래쉬랑 삼각대는 거의 쓰지도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게임기는 왜 그렇게 사고 싶은지...-_-;;;;
마트 가면 마누라 책코너 간 사이 잽싸게 게임기코너 얼쩡거린다.
그러다 마누라에게 들키면 열나게 씹히면서도 말이다.
나는 플스가 있다. 플레이스테이션2...말이다.
해당 게임기의 새로운 타이틀이 나오면 자연스레 눈길이 쏠리고
견물생심이라 했던가...보면 마음이 동하는 법이다.
앗! 저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NAVY SEAL 이 되어 테러리스트 섬멸이나 인질구출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LAN 이나 장거리 네트워크를 통하여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고 헤드셋을 이용하여
네트워크 대원간에 음성채팅으로 명령하달을 할 수 있다는 그 리얼리티
밀리터리 액션 게임 SOCOM2가 아닌가?
총각때라면...저것 쯤이야...그냥 카트에 덜렁 하나 던져 넣고 유유히
계산대로 걸어가면 그만이지만...지금은 내 옆에 마누라가 보고 있다.
서슬이 시퍼런 눈을 가진 마누라가...-_-;;;;;
"저...저기..자기야..나 저거 하나만 사면 안될..."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안된다는 응답이 회신된다.
그러나 너무 갖고 싶다. 다시 설득 작전에 들어간다.
이것은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고 바닥에 주저앉자 울며불며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남자로서 다소 비참하고 자존심도 상한다.
게임 사달라고 조르면서도 '남자로서'라는 이 말만은 포기 못하는 것도
남자의 속성 중에 하나다.-_-


이렇게 매달리는 남자가 유치하고 미워지고 철이 없어 보일것이다.
마누라도 화가 나기 시작한다.
믿음직스러워야할 남편이 이딴 것에 목매는 것이 짜증이 난다.
즐겁게 나왔던 '장보기 이벤트'는 이내 냉냉한 침묵이 흐르고
팽팽한 신경전 속에 불편한 마음만 쌓여간다.
그러나 남편이기는 마누라 없다고...(이런 속담은 없나? 흠..-_-;;)
분위기 메이커 우리 마누라 그냥 못 이기는 척하고 하나 사준다.
"이번이 마지막인줄 알어..." (이건 엄마들이 아들한테 하는 말? -_-.)
이내 기분이 좋아져 헬랑헬랑거리는 핫도그...R U Man? -_-;
집에 가자마자 상자에 넣어 놓은 플스다시 꺼내서 TV에 연결하고
세팅한다고 들썩 거린다.
마누라 장봐 온거 정리하느라 정신없는데 나는 혼자 새 게임 해본답시고
신났다. 다시 생각해보니 참 얼굴 빨개진다...-_-;;;
마누라 속으로 꾹 참는다.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또 참는다...
......
............
"핫도그! 여기 상자를 정리하라! 상자 정리팀 출동!"(무전기에다 말하는 식의 말투)
출동!?
"어라...마누라 기분도 안 좋을텐데..저건 무슨 장난일까?"
속으로 의아했지만 짜증을 내면 분위기 어색해질게 뻔하니까 저러는 모양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분위기 이어 나가서 위기를 모면해 보자. 가뜩이나 미안한데 잘됐다 싶었다.
"알았다...잠시만 기다려라...곧 출동하겠다"(역시 무전기에다 대고 말하는 말투)
나는 잠시 게임기 설치를 중단하고 나가서 돕기로 했다.
상자를 풀고 냉장고에 넣을 건 넣고 빈 상자는 잘 접어서 재활용 정리함에
넣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정리를 해 나갔다.
"정리 완료했습니다. 또 시키실 명령은 없습니까?" (군대 보고식 멘트)
"냉녹팀은 들어라..지금부터 냉녹팀은 출동한다...냉녹팀 출동!"
냉녹팀? 냉녹팀은 또 뭐야?
"아..대원은 말도 못 알아 듣나? 어느 팀 소속인가..? 냉녹팀은 냉녹차의 암호다. 실시!"
아..냉녹차를 타오라는 뜻이구나..."옛썰~ 냉녹팀 출동!!!"
이왕 기분내는거 이번 위기만 모면하면 내일은 하루종일 게임해도 봐주겠지...
나는 냉녹차를 타다 주면서..."냉녹팀 임무 완성"이란 말로 응사하며 신이 난 척 했다.
뭐 이런식으로 하니까 게임을 산 미안함도 자연스럽게 덜해지고 어색한 분위기도
잘 모면되고 일석이조...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러/나....두둥~
이것은 마누라의 계략이었다.
애는 애처럼 다뤄야 한다는 마누라의 나름대로 작전! ..-_-;;;
이틑날부터 나는 온갖 팀이 되어 명령을 하달 받아야했다.
다 큰 어른이 게임이나 사고 정신 못차리는 댓가를 톡톡히 치루는 셈이 된 것이다.
"청소팀 출동!"
"이불 터는 팀 출동!"
"강아지 목욕팀 출동!"
"강아지 목욕팀 지금 해체되었다..오바" 나름대로 반항해 보지만...이어지는 명령...
"강아지 목욕팀 재결성! 출동!"....-_-;;;;; -_-;;;;;;;;
이 시스템은 애시당초 명령을 거부할 수 없게 짜여 있었던 것이다....ㅠ_ㅠ
이제 나는 각종 명령과 지시에 익숙해져 있다. 그 어떤 팀을 짜더라도
거부할 수가 없다. 심지어 방에 전등불 하나 키고 끄더라도...
"스위치 팀 출동" 명령에 시달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_-;;;
그런데 이상하건...내가 이런 명령에 꽤나 빨리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다 더 이상한건 이런 명령들에 도저히 거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대를 갔다와서 그런건지 이런 유치함이 본능으로 살아 있는건지 좌우지간 거부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그냥 심부름이나 바가지의 일종임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팀 결성 운운하며 명령이 하달되면 나름대로 신이 나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몰래 이걸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라고 있다.
서두에서 나는 말했다.
남자들은 단순하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유치하다.
마누라는 이미 나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게임의 승자는 마누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