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앵벌이님의 비판에 대한 반론 - 매춘 제도에 대한 -

  • 앵벌이
  •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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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길어 쪽글을 달았다가 답글로 대신합니다.

제가 님과 달리 하는 생각은 매매춘 자체를 노동으로 보지 않고 인권 침해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이전 글의 대부분은 님의 논리와 주장에 대한 근거, 글의 전개 등을 비판한 것이지 (즉 글의 형식) 내용을 비판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와토님은 인권보다 매매춘 여성의 자유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만 해 놓고 전혀 입증하지 못하셨잖아요. 그러니 제가 내용면에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었던 겁니다.

관계 없는 사실을 전부 삭제해 보면 님의 주장은 결국 인권보다 성매매 여성의 자유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 뿐이었습니다. 제가 님의 글에서 문제로 느낀 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해서 논점과 주제를 정하고, 주제를 흐리거나 부정하는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고, 주제와 연관된 논리와 근거만을 제시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단계별로 섬세하게 논의를 진행하는 글쓰기를 하지 않고 그 소제와 연관되는 내용이 떠오르면 무조건 쓰고 보기 때문에 자기당착과 모순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님의 말씀 중에 생각을 달리하는, 즉 내용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죠.

1.

<따라서, 서구의 조직화된 매춘여성들과 프로 매춘 여성운동가 -즉, 매춘을 합법화시키는 방향의 활동가- 들은 우선 매춘 여성을 무조건적으로 피해받고 착취당하는 성노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직업적 자존심을 가진 성노동자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 저도 매매춘을 노동으로 인정하자느니, 매매춘 여성들의 직업 의식을 존중해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과 운동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는 하죠. 그렇지만 일부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참은 아닙니다. 저보고 공부하라고 하셨는데 저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님이 그 직업의식이라고 지적하시는 그들의 행동을 성매매 피해여성에게 쏟아지는 일방적인 사회적 모멸과 비판에 대한 반발이고 항의로 봅니다. 3D 업종과 성매매는 사회적 편견이 매우 심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 자체에는 타인에 의한 인권 침해는 없지만 일이 힘들고 어렵고 더러워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과, 타인에 의해 자신이 도구로 이용되는 매매춘에 대한 구분이 있어야 됩니다. 그들이 사회적 편견을 없애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일 자체의 속성이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근본적 문제는 역시나 성매매가 인권 침해인가/아닌가, 성매매는 임노동인가/아닌가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걸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성매매 여성과 일부 노동가가 직업의식을 주장하니 성매매는 노동으로 인정하자고 주장하시면 안 됩니다. 그들의 주장이 무엇이고 왜 정당한지를 밝히신 뒤 성매매가 노동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차분히 입증하셔야죠.

2.

<제가 언급한 엥겔스의 주장에 대한 부분은 앵벌이님이 오독하셨거나 제 설명이 불충분했던 것이겠죠.>
→ 아니죠. 님이 앵갤스의 주장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신 겁니다. 토론을 할 때 이름만 대거나 문구만 떼어 오면 안 돼죠. 적어도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려면 제대로 요악하고 정리해서 님의 견해로 소화했어 합니다. 님이 옮겨오신 부분은 말 그대로 그의 감정적 발언에 불과했어요.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기 때문에 님이 이제서야 앵갤스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밝히고 계신 겁니다.

<엥겔스가 말한 매춘에 대한 분석 : " 매춘은 임노동이다"  라는 이 명제에 저는 적극 동의하지만, 그가 내리는 가치평가 : " 모든 임노동(매춘을 포함)은 사악하다 " 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할 마음이 별로 없는 것이죠>
→ 예. 알겠어요. 그런데 매춘이 사악하지 않은 임노동이 되는 근거가 없군요. 아래에 나올 듯 하니 아래에서 보겠습니다.

3.

그리고 대북정책 운운하신 것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인권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님의 주장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님의 주장이 정치사에 획기적인 발상이 될 수 있다고 너스레까지 떨었죠. 그런데 결과가 겨우 <성매매 여성들의 자유 의지> 따위였단 말이예요.

<화끈하신 앵벌이님의 성향으로 보건대, 인권을 위해 평양이나 아프카니스탄의 카불이나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가릴 것없이 무조건 폭격하자는 미국인들의 일방주의에 열렬히 찬성을 표하실 것같습니다만,제 짐작이 틀린 것일까요?>
→ 저에 대한 인격적 모독을 하시는군요. 말도 안 되는 극단적인 상상을 제멋대로 하시고는 저를 그런 인간으로 취급하시는군요. 제가 인권을 빌미로 야욕을 숨기고 있는 미국의 본심을 판단도 못하는 저능아로 보이시나요? 제 글에 님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무시하는 불쾌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정식으로 지적하셔야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바보 취급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선 진지하게 말씀하셨으니 용서하겠습니다.

4.

님이 범죄와 탈범죄로 나누고 계신 건 철저히 기존의 현실법을 두고 하신 말씀 같습니다.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 성폭력은 범죄가 아니었고, 가정폭력 방지법이 제정되기 전에 가족을 때리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었습니다.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성구매자는 범죄자가 아니었습니다. 성매매의 책임은 "손님을 홀려 돈을 버는 더러운 창녀나 남창들의 몫"으로 돌려졌죠.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했습니다. 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 새로 만들고 없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도덕적,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지면 지금처럼 언제든지 법이 되고 범죄로 정의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성매매방지법도 성을 파는 사람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성구매자와 포주를 범죄자로 본 면에서는 진일보합니다. 그러니 범죄/탈범죄 논의는 더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군요.

<무엇보다도 인권침해가 외부로 구체적인 범죄행위로 표출되지 않는한 매춘여성의 생존권같은 다른 가치를 배제할만큼 인권의 가치를 우선시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답답하군요. 인간의 가장 최소한의 권리인 자신의 신체애 대한 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매매춘을 허락하는 이유가 겨우 "생존을 위해 매매춘을 해야 한다/매매춘 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다"라는 논리라니요. 당연히 매매춘만 금지한다고 매매춘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매매춘 피해자들의 생존을 위한 모색에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매매춘 피해자들은 생존을 위한 다른 길로 안내하고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을 막아야죠.

물론 마약중독자나 빈곤층 문제처럼 외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그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100% 효과가 없으니 시도 자체를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패배주의나 극단적 주장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살인이 없어지지 않으니 살인은 도덕적 차원에 두고 살인에 대한 규제를 없애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100% 근절이니 박멸이니 따위가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해야지, 이기적인 욕망에 휩싸여 계속 매매춘을 하려는 인간들이 있다는 둥, 100% 근절이 어렵다는 등 하며 합리화 하고 지레 포기해 버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건 명백히 "의지"의 문제예요.

5.

4의 마지막에서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마지막만 보죠. <둘째, '탈범죄화된 매춘'을 금지한다면 동일한 모순(인권침해, 가부장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내재하고 있는 다른 사회적 행위와의 형평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하셨습니다. 또다시 논점 일탈될 가능성이 많아지는군요.

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영국에서는 부부강간과 데이트강간을 불법으로 인정했습니다. 우리 나라도 서서히 부부강간과 데이트강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혼을 위해 별거하고 있는 남편이 아내를 성추행한 일이 범죄로 인정되기도 했죠.

님은 <도덕적인 각성과 분노만으로 법적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덕적인 각성과 분노만으로 법적 규제의 근거가 된다면 결혼제도는 이미 수백번, 수천번도 더 금지되거나 규제되었을 것입니다. 그것도 매춘제도보다 더 빨리말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면 법도 변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부부강간이나 데이트강간이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결혼 제도에 부부강간이 비일비재했다고 해서 부부강간 없는 결혼 제도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죠. 기존의 남녀 관계가 수직적이고 종속적이었다고 해서,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남녀 관계가 아닌 다른 관계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은 거짓입니다. 언제나 우리는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은 유지되는지 좀더 섬세하게 살펴보셔야지, 부부강간이 불법이면 결혼제도도 금지된다는 근거 없는 예측은 곤란합니다.

6.

현실이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모순됐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매춘이라는 행위자체가 구체적으로 성착취와 성노동이라는 양면성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에서 매매춘이 성노동의 측면을 갖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매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그 이유 하나입니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모든 행위가 노동이 될 수 있다는 말씀 같군요. 강도나 사기도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이라면 노동이 될 수 있습니까? 우리에게는 최소한 지켜야 할 권리와 금지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또 <그러나, 결국 현실적으로 매춘을 합법화시키거나 합법화시키지 않더라도 관리규제주의쪽으로 입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대세입니다. 스웨덴처럼 모든 매춘 자체를 불법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죠.>라고 현실을 얘기하며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도 결국 "의지"의 문제인 것 같군요. 1998년 이전까지만 해도 가정폭력은 범죄가 아니었듯이 말입니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더 이상 장유유서, 남녀유별 등의 종속적이고 차별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 평등을 보장하는 쪽이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이런 문제들이 조금씩은 해결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 부분은 제 신념이니 님이 동의하지 못하셔도 어쩔 수 없군요.

그리고 <매춘을 둘러싼 일체의 폭력적 착취구조를 일소하려는 법취지는 굉장한 발전이라고는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동시에 성매매여성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의 한계는 명백합니다.>라고 하셨는데 그들이 목소리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 지금처럼 성매매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게 해 달라는 목소리입니까? 아니면 우리를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목소리입니까?

지금 법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는 일다의 기사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7&article_id=0000000315§ion_id=102&menu_id=102
법을 만들고 추진하는 주체가 매매춘 여성이 아니라 여성계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사람들이고, 입법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 들이니 성매매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100%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모든 법이 일반인들 스스로 만든 건 아니죠. 현실을 무시한 법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보완이 필요하겠죠.

7.

마지막으로,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현실이나 법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성매매가 인권침해이냐/아니냐, 성매매는 노동이냐/아니냐의 부분이었죠.

그런데 님은 성매매를 인권침해로 인정하시면서 노동이라고 보셨습니다. 그 근거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성매매도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육체와 정신을 침해하는 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몸을 타인이 함부로 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또 육체와 영혼은 분리되어 있지 않으니 육체적 폭력이 정신적 폭력으로도 이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폭력을 당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 노동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부분이 저와 님의 차이 같군요.

결국 그런 극단적인 일까지 하지 않아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와 지원을 주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특히 여성들이 그런 극단적인 행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가를 생각하다보면 여성이라는 특수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봅니다. 똑같이 가출을 해도 남자 아이들은 도둑질을 하고 여자 아이들은 성매매로 연결되며, 같은 노숙자라도 남성 노숙자에 의해 성적 학대를 당하거나 성을 팔아 하룻밤 잠자리를 해결하는 여성 노숙인을 보면서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은 사회적으로 서로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부장제의 억압이 매매춘에 대한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논쟁은 이쯤으로 하죠. 특별한 대안이나 획기적인 시각이 나오질 않아 지치는군요. 성실하게 답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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