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 샹난
  •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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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을 가다가 갑자기 탱고 음악이 들리길래 그냥 물어서 확 사버렸어요 이런 충동구매도 오랜만이죠 if라는 앨범인데 반도네온 소리가 굉장히 멋지더라고요 저는 반도네온 소리가 정말 좋아요 지금 듣고 있는데 회사다니면서 점점 귀가 막히는 걸 느끼는지라 괴로워하던 중, 정말 진부적인 표현이지만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에요 *_* 몸과 마음이 충족되는 게 느껴지고 있답니다-


2. 스테프리, 스크랩드 프린세스라는 애니를 열심히 보는 중입니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중간부터 뭔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계속 가벼운것만 찾게 되는데, 강철의 연금술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오는걸 못기다려서 라는 이유도 있고 실은 그 등가교환이 그 등가교환이 아니게 되는(말이 어렵군요;; 이 만화를 보신 분은 아실텐데;; 아이고..)뭐 복잡다난한 이야기때문에 그만둔것도 있거든요


스테프리의 내용은 이런 것이에요 이 아이는 세상을 멸망시키리라, 는 예언을 가지고 태어난 왕국의 공주가 있어요 쌍둥이 오빠는 왕자로 있지만 이 아이는 어렸을 때 버려지죠 하지만 누군가 이 아이를 주워요(여기까진 딱 단순하게 오이디푸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집의 훌륭한 칼잡이 오빠와 마술사 언니와 셋이서 끊임없이 이 공주를 죽이려는 음모세력을 피해 도망다니는.. 여기까지 보고 야호! 단순하고 재밌다! 라고 생각했는데 중간부터 무지무지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나오는 중이에요 ㅠㅠ

근데 중간까지 보다가 딱 든 생각은, 이 밝고 명랑하고 착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사람들은 실은 자신들이 스스로 파멸점을 찾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 공주가 세상을 멸망시키리라는 예언만 있었지만 '어떻게'는 나오지 않거든요 즉, 공주가 죽으면 세상도 멸망,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그 공주를 죽이려고 함으로써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거죠.. 뭐 그냥 제 예상이에요 영화같은거 보다가도 엉뚱한 상상을 좀 많이하는 편이라;; 하하..^ㅂ^


3. 페미니스트들이 남성혐오자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질려버렸어요 실은, 이젠 우습지도 않아요 아마 제가 남성혐오자로 읽혀진다면 정말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남성혐오자일텐데요 심지어 저는 제 주변의 페미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좀 완곡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쪽인데 말이죠;;

또, 페미니스트들은 스스로 '급진/중도'등으로 딱하니 금긋지 않는데 친절하시게도 그렇게 나누어주시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그분들이 알고 계시는 그 '중도' 적인 페미니스트들이 한 번 보고 싶어요 '여성으로서 차별받는다, 그래서 그 차별을 고쳐야한다'라고 말하는 것에 어찌 급진이 있고 없다는 말씀이신지?

방법론적인 면을 봤을 때도 그래요 당장 세상을 뒤엎고 남자들보다 우위에 서자, 라고 말하는 페미니스트는 없어요 아주 기본적으로, 남성이 아니라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게 페미니즘이잖아요 우위에 서는게 아니라 '평등'을 말하는 거고요 방법이 다르다고해도 그걸 기준으로 급진이다 아니다 라고 말할 수도 없는 거에요


실은 페미니즘을 접한지는 꽤 되었지만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정체화 한것은 실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당위성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왜 페미니스트이지? 모든 여성을 위해서 뭔가 대단한 걸 하고 싶어서? 내가 왜 이 가시밭길에 스스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거지?
몇 년이나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어요 제가 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이유는(저의 경우) 제가 여성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에 분노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나는 페미니스트야'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는 정말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위험한거죠 한 마디로 찍히는 거니까요 이 게시판에서는 그나마 소통이 가능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계속해서 글을 쓸 수가 있어요 ^^



정말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거라고 생각해요

당장 제 아침만 해도 이래요 아침에 일어나서 나이든 앵커 아저씨와 미혼인 젊은 여자 앵커가 나오는 아침 뉴스를 접하고 출근해서 지하철을 타죠 앞에 있는 아저씨들이 보는 스포츠 신문에는 '사라포바가 경기 중 내는 소리 교성같이 들려, 하아- 후우- ' 이런 기사가 나와 있죠 그 와중에 사람이 많을 때 성추행범을 만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가방 등으로 몸을 막고 있어야하죠 아침부터 추행을 당할 때면 정말 분해서 하루가 엉망이 돼요 어떤 뻔뻔한 추행범은 너무 기분나빠서 도중에 내리니까 따라 내리더니 한 번 더 엉덩이를 만지고 씨익 웃으면서 타기도 하고 어떤 추행범은 심지어 고등학생이에요  
자리에 앉아도 옆자리의 쩍벌남과 전쟁을 벌여야해요 조금도 아니고 정말 쫙 벌리고 있는 사람과 다리가 닿으면 정말 불쾌하거든요 손에 들고있는 파일로 다리 사이에 껴버릴까 고민하고


이건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보통 여성들이 겪는 일들이에요 그냥 익숙해져서 다 모른척하게 되는거죠 저도 보통 그러긴 하지만요 저런거 하나하나 대응하면 아침부터 기운을 쫙 빼게 되니까 참고, 그러지 않으면 살아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여기까지만 말씀드려도 모르신다면 그냥 모르세요-


오늘은 기분좋게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술 취한 아저씨들이 버스 안에서 싸우다가 어떤 아줌마까지 치는 걸 봤어요 물론 서로 때리는 와중에 저도 좀 맞았고요 근데 이런게 너무나 일상적인 거니까 그냥 오늘은 좀 웃겼어요 도대체 무엇이 저 사람들을 저렇게 만든 것일까 생각하면서 집에 왔어요

여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렇게 베이스가 다른데도 여성으로서 차별받거나 고통받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남녀대결구도'로 몰고가거나 '남성혐오자'로 몰고가지 좀 마시라는거에요


보통 이렇게까지 길게 이야기하는 건 귀찮아하는 편입니다만, 이 게시판을 많이 좋아하고, 또 기대하는 바도 있기 때문에 열심히 썼습니다 ^_^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은 계속 못 알아들을거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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