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대학시절의 선배집(용인)에서 가을걷이를 도왔습니다. 원래는 친구들과 모여 운동하던 날이었지만, 선배의 도우러 올 수 있냐는 말에 놀기위해 못간다는 말은 못하겠더군요. 사실 작년에도 그 선배형 댁 가을걷이를 함께 했었습니다. 디카를 가져가면 좋았겠지만, 일하러 가면서 디카를 가져가는 것이 아무래도 그 댁 어른들 보기에 안 좋을 것 같아서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서울근교다 보니 딱히 시골분위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직접 벼베기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다지 '낭만'하고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돕는다는 것과 땀흘림에서 얻는 기쁨은 매우 컸었습니다. 일하는 중 쉬엄쉬엄 먹는 막걸리, 소주는 알딸딸해서 좋았고, 일한 후 먹은 맥주는 최고의 시원함이었습니다.
선배네 논은 거의 농약을 치지않아서 너구리 부부가 논 한가운데서 살고는 한다는데, 작년에는 벼베기가 끝날무렵 견디다못해 튀어나온 너구리 한 마리를 사람들이 쫓아가서 결국 잡았었습니다. 제 앞으로 도망온 그 놈을 얼결에 한 번 걷어찼었는데, 나중에 쫓아간 사람들의 몽둥이에 맞아서 잡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참으로 안 좋았었습니다. 너구리 부부중 한 마리만 살아남아서 슬퍼할 것을 생각하고는 마음이 무거웠구요. 어쨌든 야생동물을 잡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겠죠..
올해는 튀어나오더라도 잡지말자고 선배형이랑 약속했었는데, 어김없이 벼베기가 끝날무렵 두 마리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냥 쫓는 시늉만 하고 멀리 도망치는 녀석들을 보며 잘 살라는 기원을 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데 통실통실 살이 오른 두 마리 너구리가 뒤뚱뒤뚱 도망치는 모습은 희극적이기까지 했죠.
농촌에 대한 감상적인 접근은 현실적으로 더이상 금물이겠지만, 황금빛으로 익은 들판을 보면서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지는 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 저희 누님이 키우는 강아지 뚜리입니다. 마르티즈고 2살인데, 정말 성깔이 장난이 아닙니다. 가끔 집에 가면 이 녀석이랑 놀아주는 것이 일입니다.

세상사의 고단함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뚜리 (공식증명사진)

어릴때 자던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하는 벌을 받고 있는 뚜리와 괜히 끼어든 곱단이(유기견인데 잠시 맡고 있습니다. 키우게 될 지도 모른다더군요.)
순하게 보이죠?

자는 것을 깨워서 뿔따구가 난 인상파 뚜리

그럼에도 먹을 것의 유혹에 냉큼 '손'을 하사하는 뚜리

부엌을 시찰하고는, 포즈를 잡아주는 뚜리
크면서 많이 성깔이 죽은 것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