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 듣던 라디오를 올해 초 부터 듣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채널 저 채널 돌려듣는 것을 귀찮아 하는 편이라 해철마왕 나오는 채널 하나만 딱 잡아서 줄창 듣는데, 이렇게 몇 달을 주욱 들으면 각 방송 사이의 광고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도 외워 버릴 정도가 됩니다. 그 광고들 사이에 유독 적응 안 되고 거슬리는 광고가 하나 있는데, 모 대학 - D대학이라고 할까요 - 의 신입생 유치 광고가 바로 그겁니다.
광고라는게 거짓말 30%정도에 과장 40%, 그리고 나머지만 진짜라고 해도 그런 것들이 거슬리지는 않아요. 이를테면 한 전문대학이 우리 대학은 창의적이고 훌륭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고 학생 개개인의 자질을 모두 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고 이야기하는 경우 같은 것 말이지요. 그런데 이 D 대학은 듣고 있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공무원 양성 사관학교니 하는 캐치 프레이즈에서부터 시작해서, 광고 전체가 우리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으니 그냥 학원질해서 돈이나 버련다는 분위기로 꽉 차 있어요. 취직도 어렵고, 취직해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공무원을 한번쯤이나 아니면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천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아니고, 그걸 나쁘다고 뭐라 할 수는 없지요. 다만, 이런 분위기를 틈타서 저런 식으로만 광고를 하는 D대학의 모습은 정말이지 천박하게 보였어요. 설혹 공무원이 될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저런 대학은 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대학이면 그래도 학문이 어쩌고 하는 것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라디오를 듣다가 저 광고만 나오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처음 저 광고를 들었을 때의 경악은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를 처음 들었을때 닭살 돋는 것 만큼이나 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