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만에 댓글말고 글을 올리는군요. 그동안 감기와 위염으로 정말 죽었다 살았습니다. 이제 기침이 좀 잦아드나 했더니 이번엔 혓바늘로 시작해서 입안이 헐더니 혀까지 갈라지고 있습니다. 약을 바르긴 하는데 정말 괴롭기 짝이 없습니다. 덕분에 짜거나 맵거나 마늘이나 생강이 들어간 음식은 전혀 먹을 수가 없고 이를 닦을 때마나 아파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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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e & Prejudice를 봤습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제인 오스틴에서 재치와 냉정한 관찰을 빼고 볼리우드식의 증폭된 색감과 계산된 촌스럼을 집어넣으니까 신나는 춤과 음악에도 불구하고 약간 어벙한 코메디가 되어버렸어요.
호텔재벌인 미스터 다시는 지루하고 재미없고 색깔도 없는 착하고 밍밍한 미국 남자였던 반면에, 런던의 변호사인 빙리가 개성있는 배우(잉글리시 페이션트에 나왔던 Naveen Andrews) 덕에 훨씬 생명력있고 발랄한 인물이 되어버렸거든요. 게다 코믹 릴리프인 엘에이 사는 회계사 미스터 콜리(콜린스)역을 평소에 제가 좋아하던 코메디언 Nitin Ganatra가 맡아서 재롱을 떠는 바람에 왜 찬다(샬럿)가 불쌍한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감독인 거린다 차다가 18세기 영국과 21세기 인도의 가족과계나 결혼방식이 정말 많이 닮은데 착안한 건 좋은데 누구한테나 어필하는 기분 좋은 코메디를 만들려다 영국식 정갈함도 없고 볼리우드식 화끈한 향신료도 없는, 영국 수퍼마켓에서 병에 넣어 파는 카레소스같은 영화가 나와버렸네요.
하지만 노래와 춤과 진부한 장면(지는 해를 배경으로한 해변의 연인 등)이지만 화려한 화면은 확실히 즐길만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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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를 비롯해서 여성주의적인 이슈에 대해서 '보통' 생각을 가진 남자들을 상대로 토론하는 건 피곤한 일이죠.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한국을 포함해서 아직 전통적이고 성별 스테레오 타입이 강한 가부장적인 나라 출신들이랑 이야기 하면 잘못하면 싸움나거나 '재수없는/무시무시한 페미니스트'라고 딱지나 붙기 쉽거든요. 그것도 아주 상식적인 얘기를 했을 뿐인데도요....
제일 불쾌한 경우는 '페미니즘이 뭔지 나한테 한줄로 설명해보라'는 사람입니다. 이제까지 저한테 용감하게도 그런 요구를 한 사람이 몇 명 있는데, 한국,폴란드, 요르단, 파키스탄 남자들과 여자로는 중국계 미국인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국 남자들 중 몇 명은 '페미니즘은 너무 과격해서 안돼'라고 설교를 하려고 들기도 했죠. 예전에 있었던 일인데, 무슨 일 때문에 만났을 때 얼굴을 보자마자 나이와 한국의 출신 학교를 물어보던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대답을 하지 않으니까 자기가 우월한 걸로 간주하는 것 같더군요. 으스대면서 자기가 '서울대'출신이고 '민주노동당원'임을 밝히더니 급기야 '오빠' 노릇을 하려고 하면서 반말을 해대더군요. 게다 '페미니즘, 너무 과격한데다 전략도 어설프고, 내부 비판도 없는 것 같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바보의 설교를 참아주는 건 매우 힘든 일이죠.
이 사람과 얘기하던 곳이 우연히도 교회옆이었는데 마침 결혼식을 마치고 나온 신랑신부와 하객들이 서 있었습니다. 키고 크고 덩치가 매우 큰 신부는 임신을 해서 배가 부풀어 올랐는데 담배를 피우면서 유유자적하게 신랑과 떠들고 있었죠. 이걸 본 한국 아저씨, 참을 수가 없었는지 저한테 '저렇게 애 가지고 결혼하면 수치심 안 느끼나'라고 물어본 다음 '담배를 피우다니, 게다 임신해갖고' 하는 겁니다.
수치심은 무슨, 배를 불쑥 내밀고 웨딩드레스를 입고는 주눅들지 않은 유쾌하고 행복한 얼굴로 서있는 여자가 그렇게 못마땅했나봐요. 교회에서 결혼식씩이나 하는 걸로 봐서 약간 보수적인 사람들 같다고 했더니 그럼 리버럴은 어떨지 상상이 안되나보더군요. 이사람도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현실외엔 심각한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을 보여주었죠.
게다 계속 '여자가 담배를, 임신부가 어딜' 하는 바람에 제가 꽤나 피곤했죠. 한국식으로 가서 꾸짖고 싶은 모양이던데....
이런 사람과 잠시 얘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침착하기란 어려운 일이죠. 잔뜩 놀려주긴 했지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거든요. 이 사람이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인권이라든가 동성애에 대한 리버럴한 입장을 무슨 선동 구호같이 되뇌이는데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겠어요. 페미니즘을 빼고요. 자기 수준에서 거슬리는 걸 보편적인 것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이전까지 유지하던 엘리트의 자세를 던지고 갑자기 시골 노인네 행세를 하면서 '민중적 정서에 안 맞고'가 어쩌고 하는 건 정말 웃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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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아프다고 하던 와중에도 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 도 봤군요. 만화같은 내용이지만 화면은 정말 정말 끝내주더군요. 귀네스 팰스로우가 얄밉고 극성맞은 기자로 나와서 주드 로와 티격태격하는데 이사람 연기는 참 늘 똑같단 생각이 들어요. 어떤 영화에서 무슨 역을 하나 별로 다르질 않거든요. 애꾸 캡틴인 안젤리나 졸리가 멋지게 나왔죠. 볼 만한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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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이번 주말에 올드보이가 개봉됩니다. 가디언의 까다롭고 입버릇 사나운 피터 브래드쇼가 별을 다섯개나 주었더군요. 공포영화를 보면서 악당이나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은 해봤지만 산낙지에 감정이입한 건 이 영화가 첨이라고 해가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