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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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결코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거든요. 저 같이 마음이 약한 사람은 중간에 울며 뛰쳐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멀리서 그 사람의 영화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안나 파퀸은 어떨까요? 글쎄요. 멀리서 보고 "와, 저기 안나 파퀸이 있구나!"하고 흐뭇해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쌓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크리스티 털링턴은? 한 번 만나 봤습니다. 인사도 하고 악수도 했습니다. 충분합니다.

한국 배우들은 자주 보기 때문에 특별히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은 없습니다. 아니, 한 명 있습니다. 강혜정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일이 생겼거든요. [똑살]의 팬으로서 최정윤 구경하러 [크레이지 포 유]를 볼까 잠시 망설였습니다. 망설이다 기회를 놓쳤지요.

만나고 싶은 유명인사들이 있나요?

2.
단어, 특히 외래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외래어들은 국경을 넘어오면서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일상어로 시작된 단어가 추상적인 의미로 사용될 경우는요.

꽤 오래 전에 왜 제가 퀴어 영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질문자는 정치적으로 공정한 표현인 이 표현을 제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궁금했던 것이죠. 제가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을 뿐이죠. 전 아직 queer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지금처럼 적극적인 긍정성을 띄지 않았던 당시를 기억하고 지금도 일상어엔 그 영향이 남아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으려 합니다. 아마 전 [소년은 울지 않는다] 같은 영화들처럼 분명하게 게이 영화라고 말할 수 없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퀴어 영화라는 표현을 쓸 겁니다.  선거문구를 쓰는 것도 아닌데 LGBT 영화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앞으로는 쉽게 게이 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영화를 지칭하는 데에도  더 자주 쓸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게이 영화라는 표현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외래어 단어가 모체가 되는 외국어 단어와 늘 같은 의미만을 가지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미의 축소는 종종 오해와 오용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이 게시판에도 자주 등장하는 '마초'라는 단어가 그렇죠. 이 게시판에서 이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는 건 당연하고 저 역시 특별히 긍정적인 의미로 쓴 적은 없지만 '마초'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가치중립적인 표현입니다. 그리고 이 표현의 부정적인 표현은 원래 단어의 가치중립적 의미를 알아야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하죠. 요새 '마초'라는 단어는 방 안에서 쏜 총알처럼 이리저리 튀며 엉뚱하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전 이게 그렇게 생산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군요. 텅빈 단어들을 굴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거든요. 하긴 외국에서 시작된 사상이나 개념들을 다루는 경우 이런 일들은 흔합니다만. '정치적 공정성'의 개념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요?

3.
디카를 살까 생각 중입니다. 이러다 몇 달은 그냥 가겠죠. 그러는 동안 신제품도 생길 거고. 동영상 해상도가 640X480은 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좀 비싸겠죠?

4.
스크린 쿼터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크린 쿼터제가 영화 산업을 망친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보호한다고 하죠. 각자 그들의 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쪽이 거짓이라면 이게 그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죠.

제가 기억하는 한국 영화계는 언제나 스크린 쿼터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67년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당시라면 한국 영화계가 첫번째 전성기를 막 지났던 때인가요? 7,80년대의 맥빠진 시기를 지나치면서 스크린 쿼터제가 한국 영화계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업계의 철저한 붕괴를 막아준 건지 아니면 업계를 정말로 망쳐놓은 건지. 어느 쪽을 지지하건 다들 자기만의 논리를 갖추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한국 영화계의 중흥이 쿼터제와 상관 없는 건 분명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큰일 난다!'라고 외쳐댄 것들 중 정말로 큰 일이 되는 경우는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죠. 한 동안 시끄러웠던 직배 파문이 생각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소란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엉뚱한 관객들에게 죄의식만 불러일으켰을 뿐이죠. 아마 당시를 겪은 사람들 중 몇몇은 아직도 UIP 로고를 보면 파블로프 개처럼 알 수 없는 죄의식을 느낄 겁니다.

쿼터제의 축소가 한국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한동안 별 일 없겠지요. 지금 쿼터제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심리적인 영향이 업계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반대로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분명한 건 애국심과 쿼터제를 연결시켜 사람들을 강요하는 일은 점점 먹히지 않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네이버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67퍼센트가 폐지 권고에 찬성이랍니다. 아무리 좋은 소리나 무시무시한 협박이라도 몇 십 년 동안 들으면 질리기 마련이죠. 그 동안 논리나 근거가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고. 지금은 반대자건 지지자건 이 이슈에 대해 거의 기계적인 자동 반응을 하는 상태인데, 별로 좋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5.
어제 불꽃축제를 보고 왔습니다.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니었어요. 언제부터 불꽃놀이 장소를 바꾸었던 거죠? 중간에 "왜 저기서 해!"하면서 자리를 옮겼답니다. 너무 늦게 갔어요. 여유있게 먼저 가서 분위기와 지형지물을 파악했어야 하는데.

불꽃들이 터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핸드폰과 디카를 쳐들고 있더군요. 제 앞자리엔 불꽃 놀이보다 카메라들의 액정 화면들이 더 밝을 정도였어요.

대방역까지 가는 길을 채운 인파는 정말 엄청났습니다. 점점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슬슬 교통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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