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 조제, 비포 선셋
조지 쿠커의 [여인들 The Women]이 '결국에는' 리메이크 되는군요. 리메이크 이야기가 나온지는 꽤
됐는데 당시에는 올리버 파커 감독에, 줄리아 로버츠, 멕 라이언, 마리사 토매이 같은 사람들이 나올
예정이었죠. 이번 리메이크작의 감독은 다이안 잉글리시라는 사람인데 [머피 브라운]의 작가 출신이
랍니다. 원작의 노마 쉬어러 역은 아넷 베닝, 조안 크로포드 역은 우마 서먼, 문제의 친구들로는 멕 라
이언, 산드라 블록, 애슐리 저드...그래서 말인데 이들 중에 누가 로잘린드 러셀 역일까요? 저 같음
애슐리 저드에게 시키겠지만.
오늘 서점에 갔다가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원작이 번역되어 나왔길래 그 자리에서 냉큼 읽고
왔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봐도 극장용 장편영화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의
심을 계속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타나베 세이코의 원작은 고작 20페이지 분량의 단편이더군요. 그러
니까 저 번역본은 세이코의 단편집이고요. 이 간결하고 날씬하며 시적인 함축과 긴장이 담뿍 담긴
짧은 이야기를 그 정도로 길게 늘여놓았으면서도 그럭저럭 볼만하게 만든 건 분명 칭찬해줄 만한 일이
겠지만, 제겐 여전히 예쁘장하고 쿨하고 결백한 로맨스의 포장지가 거슬리는군요. 원작의 마지막 장에
서 조제가 잠든 츠네오의 손을 깍지끼고 '행복은 죽음과도 같다'고 생각하는 그 몇 줄 안 되는 묘사가
제겐 더 감동적일 이유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깨지기 마련인 행복이지만, 지금만큼은 그것을 완전하게
즐기겠노라 선언하는 조제의 작고 강한 목소리. 그 건강한 자기긍정이야말로 이 매력적인 단편의 진짜
이야기였습니다. 조제의 이별 선언에 길 가다가 펑펑 울음을 터뜨리는 다정하고 예쁘장한 소년의 이야
기는 나오지 않아요.
풍부한 뉘앙스의 대사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려한 카메라와 물 흐르듯 자연스럽지만 정확하게 계
산된 편집. 이 모든 요소들의 결합은 마치 우아하고 경쾌한, 정말로 순수한 무용을 보는 것에 비유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비포 선셋]에서 담당한 역할은 '감독' 외에 하나의 직
함이 더 붙어야할 것입니다. '안무가 choreographer' 말이에요. 게다가 이 춤은 섹시하기까지 하죠.
전 이 영화에서 줄리 델피가 너무 좋았습니다. 워너 인디펜던트는 이 사람을 위해서 오스카 캠페인을
해야합니다.
